최종편집 2024-03-29 10:03 (금)
4.3재심은 요식절차? 검찰 발언에 재판부 제동
4.3재심은 요식절차? 검찰 발언에 재판부 제동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7.26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희생자 68명 특별재심 개시여부 놓고 심리 진행

검찰, "남로당 등 활동 의심 4명 재심여부 재검토해야"
김종민 위원, "4.3희생자 결정 문제 없어... 재심 촉구"
7월 26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4.3특별재심 68명에 대한 재심개시 여부를 놓고, 심리를 진행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4.3 재심을 '요식절차'로 빗대어 표현한 검찰 발언에 재판부가 제동을 걸었다. 

2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8명 제주4.3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전, 심문기일 자리에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의 쟁점은 68명 특별재심 청구대상자 중 4명에 대한 것. 4명 청구대상자는 모두 4.3위원회 심사를 거쳐 제주4.3희생자로 인정받은 이들이다.

문제는 검찰이 이들의 경력(무장대, 남로당 등)을 근거로 특별재심 개시에 제동을 걸면서 발생한다. 검찰의 '4.3희생자 사상검증'이라는 논란도 여기서 빚어졌다.

검찰은 이들 4명이 일명 ‘좌익 경력’이라고 불리는 무장대, 남로당 등 단체 활동 이력이 있다 주장한다. 2001년 헌법재판소의 '4.3희생자 제외 규정'에 따라 무장대, 남로당 등 활동 이력이 있는 사람은 4.3희생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이들 4명에 대한 제주4.3희생자 인정 여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증인 신문이 마무리될 무렵, 검찰은 스스로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입장문을 낭독한다.

검찰 측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 절차라는 것은, 행정기관의 처분이 반드시 완전무결하지는 아니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과정이고, 기계적으로 행정처분을 추인하는 요식절차가 아닙니다. 4·3재심이 단순한 요식절차라고 평가받는다면, 희생자와 유족의 온전한 명예회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발언했다.

여기서 '요식절차'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재판부는 검찰 측 발언이 끝나기 전에 (4.3재심이) "요식행위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면서 즉시 반박했다. 그간 진행된 4.3재심 전 과정이 요식행위로 치부될 우려가 있기에, 재판부가 바로 정정한 것이다.

이어 검찰은 최근 비판받는 일명 '사상검증' 의혹에 대해 입장을 피력했다. "사실관계를 더 살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자는 것이지 ‘사상검증’이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어지는 검찰의 입장문을 잠시 듣던 재판부는 "그만하세요"라며 법원 직권으로 검찰 측 발언을 중단시켰다. 연이은 재판부의 제동에 검찰 측 입장문 낭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날에 앞서 지난 심문기일 때 재판부는 '검찰이 사상검증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법원의 우려에도 26일 검찰은 '사상검증' 논란을 자초하며, 같은 입장을 고수한 상황. 이에 재판부가 검찰 발언에 일부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7월 26일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4.3특별재심 68명에 대한 재심개시 여부를 놓고,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이 4.3희생자 결정 과정의 치밀함을 증언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제주4.3중앙위원회 김종민 위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직접 의견을 냈다. ‘제주4.3희생자 사상검증’ 논란 관련해, 4.3희생자 심리를 직접 진행해 온 4.3 전문가이자 당사자가 입을 연 것이다.

김 위원은 '제주4.3희생자로 인정받은 이라면, 그의 사상이나 과거 특정 단체 활동 이력과 무관하게 4.3특별법에 의거, 특별재심 청구대상이 된다'라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검찰과는 다른 입장이다.

김 위원은 "이들 4명 재심 청구대상자가 무장대, 남로당 등에서 활동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고,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제주4.3희생자’를 결정짓는 요건이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이날 4.3위원회의 제주4.3희생자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단순 한두 사람의 증언으로 희생자 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아닌, 다수의 증언과 교차 검증 등을 통해 4.3희생자 결정이 최종적으로 내려진다는 것이다.

김 위원의 증언을 토대로 한 이날의 심리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법정에서 나온 그의 증언은 "4.3위원회의 4.3희생자 결정은 수많은 검증을 거친, 신뢰할 만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즉, 4.3희생자 결정의 진위를 이제와서 검찰이 의심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4.3희생자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만한 사실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그러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4명 특별재심 청구대상자의 ‘제주4.3희생자 자격’에는 ‘문제가 없음’ 분명히 했다. 이들 모두 제주4.3 당시 누명을 쓰고, 피해를 입은 '희생자'라는 입장이다.

법정에 출석한 유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일부 피고인에 대한 ‘폭도’ 증언이 있지 않느냐는 검찰 측 질문도 있었다. "4.3 당시, 특정 피고인이 타인에게 해를 가했다"라는 증언이 있는데,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이에 김 위원은 이들 4명 청구대상자 중 3명에 대해 잘 알고있다며, 이들은 ‘폭도’가 아니라고 확언했다. 이들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증언을 취합하면, 이들이 ‘폭도’ 행위를 하거나 마을에 피해를 입힌 사실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내용은 김 위원이 기자 시절, 신문을 통해 보도한 바 있다.

김 위원은 남은 1명의 청구대상자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마포형무소 이감 후 월북해 중국으로 탈출했다”라는 (검찰이 주장한) 그의 행적만큼은 “너무 이상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실제 검찰 측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현재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검찰 측 모습.
검찰 측 모습.

검찰은 김 위원의 증언에 일부 공감을 표하면서도, 결국 '수용하긴 힘들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은 이날 “4.3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은 존중한다” 말하는 한편, “특정 피고인은 남로당 주요 간부로 활동했다, 북한에서 주요 간부로 재직한 사실이 언급된다” 등 발언을 이었다. 결국 이들 4명의 4.3희생자 자격을 다시 들여다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4.3유족회 및 관련 시민단체 등이 그간 제기해 온, 검찰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날 심문기일을 끝으로 총 68명의 제주4.3희생자에 대한 특별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재심이 개시되면, 이들의 무죄 여부를 놓고 재심 공판이 진행된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민 위원은 1987년 언론사(제민일보)에 입사, 13년 동안 제주4.3을 집중적으로 취재한 인물이다. 그는 국무총리실 산하 4.3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맡아 2013년까지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관련 소송에 대응하는 등 등 실무를 주로 맡아 제주4.3과 관련해서는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