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4 (금)
제주 환경단체 "찾아달라" 호소한 돌고래 단이, 어떻게 됐을까?
제주 환경단체 "찾아달라" 호소한 돌고래 단이, 어떻게 됐을까?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6.2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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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안녕한가요?] ④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돌고래
어린 남방큰돌고래 단이, 등 지느러미에 낚싯줄 걸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단이 찾기'에 나섰지만 이후 관찰 안돼
각종 어구에 고통받는 남방큰돌고래, 지속 확인

제주바다는 안녕할까?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에 해양동물들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고 각종 레저활동에 고통을 받는 동물들도 늘어난다. 가속화되는 오염에 연안생태계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바다를 뛰노는 남방큰돌고래들의 삶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과 증거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주바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년에 걸쳐 쌓인 상처들이 보인다. 이 상처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제주바다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라본다.<편집자주>

사진=핫핑크돌핀스
사진=핫핑크돌핀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지금도 제주 바다 어딘가에서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넓고 푸른 바다에서 때로는 먹이사냥을 하며, 때로는 놀기 위해 헤엄을 치며 물 위로 뛰어오르고 잠수를 하고 꼬리를 친다. 대다수 사람들의 눈에는 돌고래들의 그런 유영이 자유롭게, 그리고 즐겁게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돌고래 중 일부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 위로 뛰어오르고 꼬리를 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몸을 감싸는 낚싯줄과 그물을 풀고 싶어서, 살에 파고든 낚싯바늘을 빼내고 싶어서, 자신을 구속하는 각종 어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 몸부림을 치는 모습이 수면 위에서 뛰어오르며 헤엄을 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린 남방큰돌고래였던 ‘단이’의 등지느러미에 감겨 있는 낚싯줄이 처음 목격된 것은 2021년 8월이었다. 제주도내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각종 해양동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MARC)가 돌고래를 관찰하던 중 물 위로 떠오른 단이의 등지느러미에 낚싯줄이 감긴 것을 확인했다.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감긴 채 어미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큰남방돌고래 '단이'/사진=핫핑크돌핀스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감긴 채 어미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큰남방돌고래 '단이'/사진=돌핀맨 이정준 감독

그로부터 한 달 뒤, 제주도내에서 돌고래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역시 단이의 등지느러미에 걸린 낚싯줄을 확인했다. 어린 개체였던 단이는 자라고 있었고 단이가 자라는 만큼 낚싯줄은 단이의 살을 파고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낚싯줄이 더 깊게 단이의 살 속으로 파고들 것이 예상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이에게 다가가 낚싯줄을 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낚싯줄을 풀어주기 위한 단이 포획 과정 중 나타나게 될 단이와 주변 남방큰돌고래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단이의 낚싯줄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30~40마리가 같이 움직이고 있는 무리 사이로 배를 끌고 들어가서 단이만 고립시켜 그물로 포획, 수의사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곳으로 데려가 줄을 끊고 다시 풀어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단이에게 끼치는 영향과 전체 남방큰돌고래 무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봤을 때,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남방큰돌고래가 해양보호생물이라, 민간단체에서 임의대로 구조를 위해 단이를 포획할 수도 없었다.

핫핑크돌핀스는 그 후 단이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단이가 헤엄을 치는 과정에서 엉켜버린 낚싯줄이 자연스럽게 풀려나가기를 기대했다. 이전에도 돌고래의 몸에 휘감긴 어구들이 헤엄을 치는 과정에서 풀려나간 사례들이 있었다. 그런 기대감을 갖고, 핫핑크돌핀스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마크 및 해양생물 촬영을 이어오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이정준 감독과 함께 단이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됐다. 단이를 휘감은 낚싯줄을 처음 확인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인 2021년 11월, 단이의 몸에는 다른 낚싯줄이 걸렸다. 그 해 12월, 낚싯줄은 단이의 꼬리와 주둥이도 휘감고 있었다. 단이를 모니터링하던 이들은 더 이상 단이를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감긴 채 어미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큰남방돌고래 '단이'/사진=핫핑크돌핀스
등지느러미에 낚시줄이 감긴 채 어미와 함께 헤엄을 치고 있는 큰남방돌고래 '단이'/사진=돌핀맨 이정준 감독

그들은 해양수산부에 연락을 취했다. 그들이 촬영한 단이의 사진을 해수부에 보내고 올해 3월에는 해수부, 해양경찰, 해양환경공단,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있는 해양동물메디컬센터 등과 온라인 대책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그 회의에서는 뚜렷한 진전이 나오지 않았다.

조약골 대표는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단이에 대한 사진 및 영상 자료가 2022년 1월에 촬영분이었다"며 "정부 등에서는 구조를 위해서 더 최근의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더 최신의 자료를 통해 구조 여부 등 판단을 내려보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와 마크, 이정준 감독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단이의 모습을 다시 찍어야 했다. 4월에서 5월에 걸쳐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하지만 단이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단이는 물 위로 나오질 않았다.

핫핑크돌핀스와 마크, 이정준 감독은 단이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단이를 찾아주세요’라며 언론에 보도자료도 냈다. 제주도내 많은 언론사에서 도민들을 향해 단이를 찾아달라며 기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이의 모습은 관찰되지 못했다.

“단이가 안 보이게 되니, 이전 사례와 비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전 사례는 2016년인데, 꼬리와 등에 낚싯줄 등이 걸려서 지느러미가 반쯤 잘려 나간 개체들이 있었다. 이 개체들은 6개월 정도 관찰되다 이후 모습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계속 보이지 않아 결국 그 개체들이 죽은 것으로 판단했다. 단이도 이미 안 보이기 시작한지 꽤 시간이 흘렀다”

단이는 여전히 물 위로 나오질 않고 있다.

꼬리에 낚싯줄과 해조류가 얽힌 채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꽁이'. /사진=핫핑크돌핀스
꼬리에 낚싯줄과 해조류가 얽힌 채 헤엄치는 남방큰돌고래 '꽁이'. /사진=핫핑크돌핀스

현재 각종 어구에 고통받고 있는 남방큰돌고래는 단이 이외에 두 개체가 더 있다. ‘꽁이’와 ‘오래’다.

‘꽁이’는 꼬리 지느러미에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걸려있었다. 상처때문에 꼬리 지느러미가 변형돼 있었고 나중에는 낚싯줄에 해조류가 걸린 모습도 보였다. 꽁이도 단이와 마찬가지로 어린 개체였고, 자라면서 낚싯줄에 의한 꼬리 지느러미의 변형은 점점 심해졌다. 하지만 올해 5월, 꽁이의 꼬리에 걸려 있던 낚싯줄이 끊어진 모습이 관찰됐다. 핫핑크돌핀스와 마크, 이정준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들은 꽁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

‘오래’는 꼬리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상태에서 처음 관찰이 됐다. 2019년 6월이었다. 제주를 찾은 한 관광객이 처음으로 발견, 이를 촬영해 인터넷에 올렸다. 핫핑크돌핀스와 마크 등이 이 촬영분을 확인해 직접 오래에 대한 관찰에 나섰다.

꼬리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남방큰돌고래 '오래'의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꼬리 지느러미가 잘려나간 남방큰돌고래 '오래'의 모습. /사진=핫핑크돌핀스.

오래라는 이름은 마크에서 지어주었다. 꼬리 지느러미가 없는 돌고래가 야생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 우려를 이겨내고, 오래가 부디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었다.

그 소망을 담아, 오래는 오랜 기간 살아남아 제주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오래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잘려버린 꼬리 지느러미로 새롭게 헤엄을 치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헤엄 방법을 터득했다고 해도, 잘린 꼬리 지느러미로는 평소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속도를 내지 못하면 먹이사냥에 실패할 확률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먹이사냥을 하지 못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오래의 동료 돌고래들은, 협업을 통해 오래의 사냥을 도왔다. 오래는 다른 돌고래들의 도움으로, 야생에서 살아남아 지금도 제주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그렇지만 오래처럼 생존의 방법을 터득한 돌고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제주 바다 어딘가에선 남방큰돌고래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다만, 그 돌고래들 중 일부는 고통에 힘겨워하고 있다. 또 일부는 헤엄을 치다 물 밑으로 가라앉아 다시는 떠오르지 못하고 있다.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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