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혐오표현방지조례, 결국 '의결 보류'...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혐오표현방지조례, 결국 '의결 보류'...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6.17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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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혐오표현 방지 조례안 '의결 보류'...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소지 있어"
고현수 의원 이의 제기 "행정의 해석에 심히 유감, 혐오가 집단이 되면 위험해"
제주도의회 제405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제1차 회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특정 종교단체의 반발로 계류 중이던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에 대해 제주도의회 상임위가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제11대 임시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가 조례안 통과 가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6월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05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상임위는 ‘제주특별자치도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이하 ‘혐오방지조례’)’에 대한 의결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조례안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숙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조례안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의결 보류를 제안했고, 상임위는 이를 받아들였다.

반면, 이의를 제기한 의원도 있었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의원(비례대표)이다.

고 의원은 “저는 장애 당사자다. 혐오표현을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면서 혐오표현이 집단적으로 이뤄졌을 때 개인에게, 사회에게 얼마나 큰 위협을 가하게 되는지를 역설했다.

고 의원은 “집단적으로 (혐오표현이) 광기가 됐을 때, 나치즘과 다르지 않고, 일본의 극우(혐한 세력)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혐오방지조례는 “제주가 가진 인권과 평화의 도시에서 적절한 조례”라는 해석이다.

17일 임시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고현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어 고 의원은 “수정안을 제시했는데, 행정은 그 수정안마저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고 해석했다”는 점을 알렸다.

법률유보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작용에는 반드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는 견해로부터 출발한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영역을 제한하려 할 경우, 반드시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원리가 포함된다.

하지만 ‘혐오방지조례’는 ‘모든 사람에게 혐오표현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조례가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로 이어지려면, 조례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측면이 있어야 한다.

이에 고 의원은 조례와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례를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로 해석한 행정에 심히 유감을 표하며, 그가 봤을 때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고 의원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상임위는 결국 조례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오는 21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장이 해당 조례안을 ‘직권상정’해 심사하지 않는 한 혐오방지조례는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한편,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이하 ‘혐오방지조례’)’의 제정 목적은 다음과 같다.

“혐오표현에 대하여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고 혐오표현 대상자를 보호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도민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바지하고자 함”.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나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차별 받지 않고 존중 받는 사회 만들기를 위한 조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정의 목적이었다.

이와 관련, 당초 혐오방지조례는 일부 종교단체가 이를 강경하게 반대하며 지난 403회 임시회에서 심사가 보류된 바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녹색당 등 정치권에서 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대두됐고, 제11대 제주도의회의 마지막 회기인 이번 405회 임시회 안건으로 상정되기에 이른다.

일부 종교단체가 혐오방지조례를 반대한 이유는 조례안에 있는 특정 단어에서 기인한다. 조례안에 따르면, ‘성별 정체성’이 무엇이건, ‘성적 지향’이 어떤 모습이건 개인이나 집단에 혐오표현을 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부 종교단체는 해당 문구로 인해 조례안이 ‘일종의 동성애를 허용하는 식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주장하고 있다. 이로써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 특정 종교단체의 주장이었다.

반면, 조례에 찬성인 측에서는 위 주장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면, 보다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녹색당은 “우리 모두 혐오 표현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도민 모두를 혐오표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조례제정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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