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명자료 통해 “조사권 없는 인권위, 심의‧권고 못한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도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이하 제주인권위) 위원들이 인권행정 담당 공무원들이 제주인권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위원직을 집단 사퇴,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인권위 위원들은 16일 오전 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인수위(다함께 미래로 준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제주농어업인회관 앞에서 인권위 위원직 사퇴에 따른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견에 참석한 위원들은 인권위 위원직 사퇴 이유에 대해 “도지사의 인권보장 책무를 맡은 도 특별자치행정국 내 인권행정 담당 공무원들이 오히려 위원회 활동을 방해하고 위원회와 소통도 매우 형식적이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담당 공무원들이 인권위의 심의 기능을 무력화해 위원장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고 인권위의 도 행정부에 심의‧자문 역할을 실질적으로 없애버렸다면서 “이 과정에서 한 도민의 인권침해 진정마저 내팽개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기 인권위 활동이 시작된 지 2년만에 처음 들어온 인권침해 진정을 인권위에 알리지도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조사 불가’ 통보를 했다는 것이다.
나중이 이를 파악한 인권위원장이 담당 국장을 만나 항의했지만, 해당 국장은 “아무런 조사 권한이 없다”면서 진정인에게 국가인권위로 가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강협 위원장은 “우리는 제주도의 인권보장 책무를 명확히하고 그 체계를 망가뜨린 공무원들을 고발, 새롭게 제주도 행정의 인권보장 책무를 세우고자 한다”고 위원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도민의 인권침해 사실을 고의로 내팽개진 인권행정 담당자들을 인사조치 또는 징계하고 인권보장체제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2기 인권위에도 참여했던 고은비 부위원장은 “도내 인권침해 사례를 직접 조사하고 그 결과가 인권보고서에 담기기도 했다”면서 “도민 인권 증진을 위한 책무가 있는데,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인권위 활동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제주도인권위는 3기 위원 15명 가운데 6명이 공동사퇴 입장을 밝힌 상태다.
반면 제주도는 이날 별도의 해명자료를 통해 “인권위는 인권침해 피해 구제기관이 아닌 도지사의 자문기관”이라면서 “조례에 따라 인권위에 인권침해 피해구제 심의 규정이 있더라도 해당 진정 건은 조사가 필요한 구체적인 사건으로, 조사권이 없는 인권부서 또는 도 인권위에서는 이를 심의하고 권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