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제주바다에 걸린 보이지 않는 줄 ... 낚시, 바다를 어떻게 바꾸나
제주바다에 걸린 보이지 않는 줄 ... 낚시, 바다를 어떻게 바꾸나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6.13 15: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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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안녕한가요?] ② 낚시가 제주 바다에 미친 영향
제주바다서 수거된 폐어구의 절반, 낚시 관련 쓰레기
제주바다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서 낚시바늘 등 나와
"'유령어업' 늘어나면 생물 살 수 없는 곳 될 것"

제주바다는 안녕할까? 물음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늘어나는 해양쓰레기에 해양동물들은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고 각종 레저활동에 고통을 받는 동물들도 늘어난다. 가속화되는 오염에 연안생태계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제주바다를 뛰노는 남방큰돌고래들의 삶도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과 증거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제주바다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년에 걸쳐 쌓인 상처들이 보인다. 이 상처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제주바다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라본다.<편집자주>

많은 낚시꾼들이 방문하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포구. 수많은 쓰레기들이 바위 틈새에 버려져 있다.
많은 낚시꾼들이 방문하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의 한 포구. 많은 쓰레기들이 바위 틈새에 버려져 있다.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몇년 전 제주 해안 곳곳에 데크를 활용한 산책로 조성의 붐이 일었다. 이 덕분에 도내 해안가 곳곳에서 바다를 보며 편히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많은 이들이 이런 산책로를 이용하며 바다와 가깝게 지내며 여유를 만끽한다. 특히 저녁시간대가 되면 더욱 많은 이들이 해안 산책로로 나온다. 산책을 즐기며 시선을 바다 멀리로 던지면 갈메기가 날아가는 풍경 속에서 때로는 멋진 노을을 마주할 수도 있다. 노을이 바다위로 뿌리는 윤슬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런 풍경이 많은 이들에게 열려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가까운 곳으로 돌리면 이런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소 다른 장면들을 볼 수 있다. 밀물에 해안가로 바닷물이 가득 들어오게 되면 각종 폐어구와 패트병이 물 위를 떠가는 장면이 시선에 들어오게 된다. 물이 빠지면 그 쓰레기들은 함께 먼 바다로 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해변에 고스란히 남아 갯바위 사이에 자리잡기도 하고 방파제의 테트라포드 사이로 숨어들기도 한다. 해변 모래위에 자신을 반쯤 파묻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썰물에 함께 바다로 나가 물위를 떠다니게 된 쓰레기들은 많은 경우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해안가를 산책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아 다행일수도 있겠지만, 바다와 지구에게는 조금씩 병이 들어가는 일이다.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2012년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모두 1만145톤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2만2082톤이 기록됐다. 10년 사이에 두 배가 늘었다. 주목해야할 것은 이가 ‘수거된’ 쓰레기일 뿐이라는 점이다. 민간은 물론 공공주도로 해안쓰레기의 수거작업은 지속되고 있지만 수거되지 못한 쓰레기의 양도 상당한 수준이다. 제주의 해안 어디에서나 이런 쓰레기들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쓰레기들은 어디서 나오고 있는 것일까?

제주도가 2020년 11월에 세운 ‘제주도 해양쓰레기 관리 세부실천계획’에 따르면 해양쓰레기의 발생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육상기인과 해상기인, 외국기인이다.

육상기인의 경우 하천주변 및 거리에 버려지거나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들이 비가 내림에 따라 하천으로 쓸려내려가 바다까지 떠내려가는 경우가 있다. 그 외 연안주민 및 해변관광객, 낚시꾼 등이 연안에 버리거나 방치한 쓰레기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해상기인은 어선이나 여객선 등의 선박 운항에서 버려지거나 유실된 쓰레기와 어업활동에서 손실되거나 페기되면서 무단으로 투기된 것들이 포함된다. 레저보트 및 낚시꾼 등의 레저활동시 손실된 그물과 어구, 로프 등도 있다.

외국기인은 중국 및 일본 연안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제주까지 흘러들어오는 경우다. 제주의 해안가에서 중국어가 적힌 패트병 등의 쓰레기들과 일본어가 적인 쓰레기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외국에서 흘러들어오는 쓰레기들의 양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는 제주도내 한 해안가 모습. /사진=제주연구원.
많은 쓰레기들이 밀려와 있는 제주도내 한 해안가 모습. /사진=제주연구원.

인하대에서 해양쓰레기와 해양쓰레기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태원 교수는 이 중 육상기인과 해상기인에 모두 포함된 ‘낚시’에 주목했다. 김태원 교수가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바다거북 좌초가 일어났던 제주도내 해안마을 두 곳에서 수거된 쓰레기들을 조사한 결과 쓰레기의 71%가 어업활동의 부산물인 폐어구로 확인됐다. 그 중에 어업용이 아닌 레저용 낚시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낚시줄이 32%를 차지했고 낚시에 사용되는 루어는 13%를 차지했다. 수거한 폐어구에서 절반에 가까운 45%가 레저용 낚시의 흔적이었다.

김태원 교수는 ‘낚시’가 해양쓰레기의 생산에 일조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제주도내에서 낚시 인구가 늘어나는 규모를 고려하면 김 교수의 우려는 기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에 따르면 2013년 도내에서 선박낚시를 즐긴 이들은 28만1000명이었다. 그 다음해인 2014년에는 20만명 수준을 기록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이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51만7000명이 바다에서 선박을 이용해 낚시를 즐긴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만 선박 낚시를 즐긴 이들이 제주도 전체 인구의 4분의 3수준이다. 이들은 대부분 관광객들로 예상되고 있다.

갯바위와 방파제 등 육상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선박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수가 크게 늘어난 것을 고려했을 때 육상 낚시꾼들의 규모 역시 늘어나고 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국내 전체로 봤을 때에도 최근 전국 낚시 인구가 850만명을 넘어섰고 2024년에는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제주 역시 이런 추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도내 주요 방파제 및 갯바위 등에서 버려진 낚시줄과 루어 등은 물론 맥주병, 소주병, 각종 패트병, 담배꽁초 등이 일반인이 들어가기 힘든 바위 틈새와 테트라포드 등에서 발견되는 것 역시 김태원 교수의 우려에 힘을 싣는다.

이 쓰레기들은 당연하게도 바다의 미관을 해치는 선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이들 쓰레기로 인해 제주의 바다는 문자 그대로 ‘죽음의 바다’에 다가서고 있다.

제주대에서 해양생물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최근 부검한 바다거북 사체의 일부에서 공통적으로 낚시줄 및 낚시바늘이 발견됐다. 낚싯줄과 낚시바늘 등은 목 주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엽 교수는 물론 바다거북 부검에 함께 했던 김태원 교수 등은 모두 이 낚싯줄과 낚시바늘이 바다거북의 죽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제주시 해안가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지난 2020년 10월 제주시 해안가에서 발견된 바다거북 사체. /사진=제주해양경찰서.

이렇게 발견되는 바다거북은 빙산의 일각일수도 있다. 김태원 교수는 “낚시어구가 바닥에 가라앉게 되면 바다 속에서 엉켜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이 경우 바다거북은 물론 그보다 작은 해양생물들 역시 여기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죽을 수 있다. 폐어구에 걸려서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유령어업’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령어업의 실체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체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그렇게 죽어서 장기가 처리가 안되고 바다 속에 남아 있게 되면 썩게 되는데,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부영양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부영양화는 바다 등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되는 현상을 말한다. 바다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될 경우 이를 소비하는 유기물이 늘어나면서 산소를 소비, 결국 바다 안의 산소를 고갈시켜 산소에 의지해 살아가는 많은 바다생물의 죽음을 부른다.

김 교수는 “단순한 환경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들이 살아갈 수 없는 지역으로 점차 변화되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낚시’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와 어느 정도 통제가능한 수준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명확히 나누고 낚시꾼들에게 환경부담금 등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런 방안들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김 교수가 바라보는 제주 바다의 생태계는 천천히, 그렇지만 분명한 악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사는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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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2022-06-15 22:21:26
그렇다면 어업에 사용된 폐어구가 55%로 훨씬 많은데
ㅋㅋ 왜 기사의 촛점은 낚시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