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5:57 (화)
'역사의 감옥' 결국 강제철거 ... 4.3 단체 "박진경 추도비 용납 못 해"
'역사의 감옥' 결국 강제철거 ... 4.3 단체 "박진경 추도비 용납 못 해"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5.2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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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보훈청, '역사의 감옥' 20일 오후 행정대집행
4.3기념사업위 반발 ... "사실관계 적은 안내판이라도"
제주도내 4.3단체에서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한 '역사의 감옥' 조형물./사진=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도내 4.3단체에서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설치한 '역사의 감옥' 조형물./사진=4.3기념사업위원회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4.3 당시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꼽히는 박진경 대령의 추도비를 가둔 ‘역사의 감옥’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앞둔 가운데, 4.3단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정대집행에 나서는 제주도보훈청을 상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서 “4.3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을 추도하는 시설물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제주도보훈청은 20일 오후 2시 제주시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에 있는 박진경 추도비에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등이 설치한 이른바 박진경 추도비 ‘역사의 감옥’에 대한 행정대집행에 들어간다.

이 ‘역사의 감옥’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를 비롯한 도내 16개 단체가 “미군정의 지시로 제주4.3 학살을 집행했던 자에 대해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는 취지로 박진경 추도비 주변으로 설치한 감옥 형태의 조형물이다.

도보훈청은 이에 대해 “공유재산에 사용 승인허가 없이 설치된 시설물”이라며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4.3단체에서 이에 응하지 않자 결국 이날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게 됐다.

행정대집행에 앞서 4.3기념사업위에서 이날 성명을 발표, 도보훈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꺼냈다. 4.3기념사업위는 “그동안 제주도의회에서는 박진경 추도비 철거 주장에서부터 추도비 앞 객관적 사실을 적시한 안내문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며 “그러나 제주도 산하기관인 도보훈청은 이런 도의회 의견마저 무시한 채 지금의 자리로 박진경 추도비를 일방적으로 이설하면서 갈등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당초 제주시 충혼묘지에 있었던 박진경 추도비가 최근 제주국립호국원이 개원함에 따라 현재의 위치인 한울누리공원 인근 도로변으로 옮겨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4.3기념사업위는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 추도비를 제주 땅에 다시 기억하라고 양지바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그것이 제주보훈 행정의 태도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우리가 박진경에 대한 단죄의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설치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4.3기념사업위는 “도보훈청은 국립호국원 개원과 함께 지장물로 지정된 박진경 추도비 이설 문제와 관련, 4·3단체는 물론 4·3희생자유족회와의 구체적 논의조차 거치지 않았다”며 “이외에도 당초 제주시 소유였던 이 토지의 재산관리권을 이관받는 과정에서 용도변경 사유로 제시한 것은 ‘베트남전 참전위령탑 이설’뿐이었다. 박진경 추도비와 4·3 관련 비석 등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3기념사업위는 그러면서 “박진경 추도비에 대해 역사적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적시한 안내판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최소한으로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역사적 단죄의 의미를 담은 ‘역사의 감옥’을 철거하는 행위는 행정의 잣대”라며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제주 땅에서 4.3 학살의 주역 중 하나인 박진경을 추도하는 시설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오늘 철거 이후 다시 박진경 추도비가 지금 이 자리에 아무런 조치 없이 제주 시내를 내려다보게 하지는 않을 것임을 미리 밝혀 두는 바”라고 말했다.

한편, 박진경 대령은 4.3 발발 초기 무장대와 평화협상에 나섰던 김익렬 연대장의 후임으로 부임한 일본군 출신의 군인이다. 제주4.3 당시 무고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폭도와 민간인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이유를 들어 중산간 지역 주민들을 10대 어린이와 부녀자, 노인들까지 모두 체포하기도 했다.

특히 ‘제주도민 30만을 모두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발언하는 등 4.3 당시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부임 한 달 만에 대령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을 자던 중 부하들에게 암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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