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유네스코 국제협약 위반 의혹,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철회하라"
"유네스코 국제협약 위반 의혹,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철회하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4.07 11: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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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리 해녀·농민 등 주민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계획 문제 지적
국제협약, 문화재보호법 등 위반 의혹에 "행정, 명확한 해답 없어"
4월 7일 오전 11시, 월정리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 모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으로 인한 문화재 훼손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마을 월정리 지역에서 추진 중인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 국제협약을 위반한 사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4월 7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앞에는 월정리 지역 해녀와 농민 등을 비롯한 주민들이 모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즉각 철회하라” 외쳤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철거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는 세계자연유산마을 월정리, 그리고 국가지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인근에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 진행 중인 사실을 알리며,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과 같다.

첫째, 문화재보호법 제35조, 36조에 따라 문화재 보존과 역사문화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불허’해야 한다. 하지만 동부하수처리장은 한 차례 증설 후, 현재 재증설이 시도되고 있다.

둘째, 2007년 제주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할 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설치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으며, 예정되어 있던 증설계획 또한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에 관한 협약과 운영지침을 위반하는 행위다. 즉, 제주도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시도를 하며,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다.

셋째, 제주도와 문화재청은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해 문화재청 전문가와 심의를 거쳤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심의 내용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내용을 보면 심의 내용이 아니라 근거자료가 없는 상태다. 즉 용천동물, 당처물동굴 등 문화재 훼손 우려에 대한 제대로 된 해답(심의) 없이 하수처리장 증설이 승인되고, 시도되는 상황이다.

7일 도청 앞에 모인 주민들은 “용천동굴 역사문화환경구역에 있는 동부하수처리장은 문화재보호법 상 건축허가 대상이 아니”라며 “증설계획을 중단하고, 철거해야 한다” 주장한다. 법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건설된 하수처리장이므로, 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살펴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좌)김창현 월정리장, (우)부형율 월정리 조합장.

이에 7일 김창현 월정리장은 “동부하수처리장은 문화재보호구역 안에 있는데, 증설을 시도하며 한 번도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며 “이것이 무슨 문화재보호구역이냐, 법이 무용지물인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또 부형율 월정리 조합장은 “세계자연유산 및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선정되며 제주도는 동부하수처리장 인근에 농사도 못 짓게 하고 있다”며 “농사도 못 짓는 곳에 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라니, 즉각 철회해야 한다” 외쳤다.

주민들은 동부하수처리장 주변으로 위치하는 용암동굴계(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제주도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말 동굴을 보호하려 했다면, 이곳에 국가지정문화재가 존재하고, 문화재보호구역에 해당한다 널리 알려야 하는데, 흔한 ‘안내판’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동부하수처리장과 증설계획 등이 얽혀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임을 알리기에 행정이 소극적인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제주도는 “주민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을 마련, 공사를 시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민과 대화 없이 막무가내식 강행 공사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후 실제 제주도는 월정리 주민들과의 대화를 다수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주민들이 응하지 않아 공식석상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월정리 비상대책위원회 김은아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 시행, 혹은 자연훼손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대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주도가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대화 시도는 무의미하다 판단했다”며 “주민들의 무지한 말 한마디를 기록으로 남겨 행정에 유리하게 이용한 행정의 사례가 있어 제주도를 믿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미디어제주>는 올해 초부터 관련 문제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제주도 등 유관기관에 문의해온 바 있다. 이에 제주도와 유네스코는 현장 실사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환경부(영산강유역환경청)에도 주민 민원이 접수되어 있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이에 월정리 지역의 문화재 훼손 및 환경 파괴 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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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2022-04-07 12:29:54
올바른 기사네요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 신청시 제주도와 비슷한곳이 많아 지정이 어려울까 조바심 컷지만 실사 관계자들이 용천동굴을 둘러보고선 매우 희귀해서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고 감탄사 연발 했다는 용천동굴인데 그 보호구역내 분뇨하수처리장이 들어서 있었고 용천동굴이 발견되고 희귀성이 인정받았으면 당연히 하수처리장은 철거되어야 할것 같습니다. 이제 2배로 증설까지 하려다 마을주민들이 들고 일어섰으니 이제는 철거되어야 할 시설이 맞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