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제주도의회,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선택 하지 말아주세요"
"제주도의회,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선택 하지 말아주세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28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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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이야기2]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볍씨학교 아이들의 사연

'보고 듣는 이야기' 기획기사는 제주 곳곳 주민들의 사연을 라디오 사연 형식으로 다룹니다. 기사 하단에는 주민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가 신청곡으로 첨부됩니다. 사연을 읽고, 주민의 심정에서 가사를 음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편집자주]

안녕하세요, 저는 볍씨학교 이영이 교사입니다.

볍씨학교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동백동산 인근에 위치한 대안학교입니다. '제주자연체험파크' 사업예정지에 바로 인접한 곳에 위치해 있죠. 그동안 볍씨학교 아이들은 '제주자연체험파크(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을 반대하며 관련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3월 29일에는 사업의 가부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심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에서 논의할 '제주자연체험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심의입니다.

이 심의를 하루 앞둔 오늘(28일), 볍씨학교 아이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고 싶다 말했습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의원 분들께 “곶자왈을 지켜달라”는 호소를 전하고 싶다 합니다.

아래 두 통의 편지는 각각 볍씨학교 대나무반(16세, 8명)과 받침반(17세, 9명)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작성한 내용입니다. 대표로 편지를 쓰겠노라 스스로 나선 아이들이 글씨를 썼습니다.

선흘리 동백동산을 아끼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상임위에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신청곡으로는 9와 숫자들의 '엘리스의 섬'을 신청합니다.

환경도시위원회 의원 분들께

볍씨학교 대나무반 일동이 쓴 편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볍씨학교 제주학사에 재학 중인 16살 대나무반 입니다. 저희는 곶자왈에 자연테마파크가 생기는 것을 반대합니다.

저희는 곶자왈에 맑은 숲과 공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제주학사가 제주도 선흘에 온 이유 중 하나도 동백동산이 있었습니다. 동백동산은 저희에게 마냥 숲이 아니라 배움의 공간이며, 곶자왈에 테마파크가 생긴다는 것은 저희의 교육터전을 망가뜨리는 것입니다.

저희 학교가 생겨날 때 정한 가장 큰 기조는 ‘생명이 소중한 세상, 생명이 자유로운 세상’입니다.

지금 곶자왈에는 많은 동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테마파크가 생긴다면 식물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동물들은 삶에 보금자리를 하루아침에 잃을 것입니다.

저희는 많은 동식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른들은 저희를 두고 미래세대라고 말들을 합니다. 저희가 미래세대이면,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말들도 진지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에게 곶자왈은 선흘의 자랑거리이자,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며, 저희 학교의 배움터전입니다.

정말 곶자왈에 테마파크가 생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돈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제가 만약 어른이었다면 정말 부끄러웠을 것 같습니다.

어른이라면 청소년에게 밝은 미래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지금 하는 행동은 어른들이 부끄러워 해야 할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 상황이 사실 화가 납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곶자왈을 훼손시키려 하고, 환경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이 화가 나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말만 미래세대라고 하는 현실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분들께서는 편지를 보시고, 현명한 결정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곶자왈에 테마파크가 들어서게 되면, 22만평의 땅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 땅에 살던 생명들도 죽고, 많은 피해가 예상됩니다.

정말 환경을 위해서, 선흘의 자랑거리인 곶자왈을 훼손하지 말아주세요.

-2022년 3월 28일 볍씨학교 대나무반 올림

환경도시위원회 의원님들께

볍씨학교 받침반 일동이 쓴 편지.

안녕하세요. 저희는 볍씨학교 받침반입니다.

저희는 매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동백동산을 달립니다. 이제 동백동산에 가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정든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본 동백동산에는 팔색조와, 제주 고사리삼이 있었습니다. 산책을 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곳에 가면 편안해졌습니다.

작년에 비자림 숲에서 베어진 나무들을 봤습니다. 그땐 너무 충격적이었고,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항은 이미 있는데, 멀쩡한 숲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동백동산이 파괴되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길 원합니다. 동백동산의 주인은 동물들입니다. 그런데 인간들이 ‘자연체험테마파크’를 만들 거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동백동산은 수많은 동물들의 집이고, 누군가에게는 쉼터인 곳입니다. 선흘의 자랑이자, 자부심입니다.

돈 때문이라면 제발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미래세대를 위해 동백동산을 지켜주세요.

-받침반 올림

 

엘리스의 섬
-9와 숫자들

파도가 오갈 때마다 우리의 땅은 조금씩 좁아져
꼭 끌어 안지 않으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

떠나는 사람들은 항상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게 곧 깊은 어딘가로 사라진다는

묻지 않았지만 난 이미 대답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대 곁을 끝까지 내가 지킬 거라고

돌아본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어
걱정 없이 기다릴게 또 다른 내일의 물결

하루를 보낼 때마다 우리의 밤은 조금씩 길어져
꽉 잡은 손을 놓치면 영영 어둠 속에 잠길 것 같아

묻지 않았지만 난 이미 대답했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대 곁을 끝까지 내가 지킬 거라고

돌아본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어
걱정 없이 기다릴게 또 다른 내일의 물결

눈을 감고 잠을 청할 때마다 머릿속에 검은 구름이 일어
포기하고 도망치려 했지만 그대 목소리가 날 붙잡았어

비좁은 땅 위에 단 하루를 살아도
사랑했던 추억 가득한 이 곳을 그대는 버릴 수가 없다고

칠흑 같은 어둠은 절망을 주지만
서로의 눈빛을 모아 함께 밝혀보자던

나의 그대여, 나의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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