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 극복하는 법, ‘사랑’에 있다"
"혐오의 시대 극복하는 법, ‘사랑’에 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2.03.21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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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공항서 신속한 응급조치로 한 생명 살린 해경
제주해양경찰서 장양원 경장 "함께 아름다운 사회 만들어요"
제주해양경찰서 장양원 경장.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며 우울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물가는 오르는데, 내 월급만 안 오르는 현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에서, ‘앞으로 난 무얼 하고(먹고) 살아야 하나’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혹자는 말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언론이 나서 세대갈등을 조장하고, 남녀가 혐오하길 바라는 듯 사실을 왜곡한다고. 당장 ‘영끌’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시장을 호도한다고. 꿈보다 한탕주의를 강조하며, 도박장 같은 코인 시장으로 개미들을 유혹한다고.

이토록 절망적인 세상. 어떻게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아직은 아름다운 사회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저를 도와 인명구조에 나서 주신 시민 분들 또한, 분명 마음에 ‘사랑’을 품고 있는 따뜻한 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해양경찰서 장양원 경장

“도무지 사랑스럽지 않은 세상일지라도 우리는 ‘혐오’ 아닌 ‘사랑’을 품어야 한다” 말하는 장양원 경장. 지난 18일 신속한 응급조치로 한 남성을 구하며 화제가 된 그에게서 ‘사랑’이 위대한 이유를 들어보자.

제주해양경찰서 장양원 경장.

지난 18일 금요일 오전, 장양원(33, 남) 경장은 모처럼 고향 방문을 위해 제주공항을 찾았다. 근무일이 아니었기에, 사복 차림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에 들어섰다는 장 경장. 탑승 전 마지막 게이트에서 그는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진 A씨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은 A씨가 쓰러지기 10분 전 쯤이었나? 그때부터 저는 A씨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어요. A씨와 항공사 직원이 언성을 높이며 실랑이를 벌이고 계셨거든요. 당연이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주시하면서 지나치게 됐죠.

장 경장은 그렇게 A씨의 존재를 각인한 채 비행기 탑승을 위해 게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3번 게이트 앞에서, 눈에 익은 한 사람을 다시 또 마주했다.

"앞서 마주친 A씨가 이번엔 바닥에 쓰러져 계시더라고요. 사람들이 주변으로 몰려 있었고요. 깜짝 놀라 바로 달려갔죠.”

A씨가 쓰러져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뿐 그 어떤 응급조치조차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장 경장은 침착하게 상황을 확인했다.

“확인해보니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심정지 환자인 줄 알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려 했는데, 순간 맥박이 잡히더라고요. 숨도 쉬고 있었고요. 그래서 일단 기도에 이물질은 없는 지 확인을 했고요. 숨을 편하게 쉬실 수 있게 조치를 취했어요. 환자분께서 계속 발작을 하셨는데, 외투를 벗어서 베개처럼 머리에 놓아 드린 후 안정을 취하실 때까지 곁에 있었죠.”

이후 119구급대가 도착했고, A씨는 구급차 안에서 의식이 돌아왔다. 장 경장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치 덕에 금세 안정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주변 시민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제가 ‘119 신고해주세요’ 하니까 바로 신고해주신 시민 분이 계셨고요. ‘여기(환자의 신체) 좀 잡아주세요’ 하면, 옆에서 제 지시대로 움직여 주시는 분도 계셨어요. 모두 저처럼 비행기에 곧 탑승해야 할 분들일 텐데, 거리낌없이 도와주셨죠.”

장양원 경장은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락 배달봉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사진은 도시락 배달통을 메고 있는 장 경장의 모습. 

막 탑승 게이트로 향하던 참에 마주한 응급현장. 비행기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되는 마음은 없었을까? 장 경장은 “전혀 없었다”며 “그런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비행기야 놓치면 다음 편을 타면 되지만, 생명은 그렇지 않다”면서, “주변 시민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저를 도와주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의 질문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어 그는 이번 응급조치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며, 말을 이었다.

“환자의 기도를 확보하려고 최대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 손이 딱 들어오더라고요. 그리고는 환자의 얼굴에 티트리 허브 같은, 잠 깨는 에센셜 오일을 막 발라주셨어요. ‘깨어나! 깨어나!’ 이러면서. 환자와 아는 사이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아주머니의 간절한 모습을 보면서 느꼈습니다. '아직 이 세상은 살 만하구나'.”

마스크를 썼기에,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장 경장은 느꼈다. A씨가 깨어나기를 바라며 그를 둘러싼 시민들의 얼굴에는, 모두 애타는 걱정이 한가득 묻어 있었을 테다.

“저의 단순한 초동조치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원치 않아요. 주변의 좋은 분들의 영향을 받아 제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해경 내에도 꾸준히 봉사하고, 국민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작은 선행 하나하나가 좀더 조명되는 따뜻한 세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헌혈 금장을 수여받은 장원경 경장. 헌혈 금장은 50회 헌혈에 참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포상이다. 

위기의 순간, 생명을 위해 모두가 기꺼이 합심하는 현장을 보며 장 경장은 “아름다운 사회는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단다.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부정부패, 혐오, 증오, 빈부격차… 이같은 세상의 부조리를 이길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어쩌면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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