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14년 전 여성들의 외침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14년 전 여성들의 외침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2.03.0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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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3.8 세계 여성의 날, 대선 후보들의 주요 성평등 공약 살펴보니…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구글 첫 화면에 게시된 영상 갈무리.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구글 첫 화면에 게시된 영상 갈무리.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모인 1만5000여명의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는 시위에서 이 구호를 외쳤다.

참정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광장에 선 여성들의 구호에 담긴 ‘빵’의 의미는 당시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달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하면서도 참정권과 노조 결성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없었던 여성들의 절박한 외침이었던 것이다.

이 시위가 ‘세계 여성의 날’의 시발점이 됐고, 이듬해 미국 사회당은 1909년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월 28일을 ‘전국 여성의 날’로 선포하게 된다.

이후 1910년 8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 여성노동자회의에서 독일 여성노동가 등의 발의로 2월 2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자는 결의안이 채택됐고, 이후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 된 계기는 러시아 여성들의 대규모 파업이 발단이 됐다고 한다.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가 시작된 날을 양력으로 계산한 날짜가 1917년 3월 8일이었고, 4년 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회 코민테른 여성회의에서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함께 기념할 것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이후 1922년부터 3월 8일 여성의 날이 국제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게 되기까지 미국과 러시아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가 계기가 됐다는 게 이채롭다.

뜬금없이 ‘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를 되짚어본 것은 그동안 ‘여성의 날’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참회의 의미임을 고백한다.

공교롭게도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3.8 여성의 날 바로 다음날인 내일이다.

여야 4당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여성‧성평등 관련 내용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 ‘성평등’ 공약을 따로 분류해 공약집에 담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출산과 보육 분야에 초점을 두고 국가 책임을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후보를 사퇴한 안 후보를 제외한 3명의 세부 공약 내용을 자세히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간략히 살펴본다면 우선 이 후보의 경우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무관용 원칙, 변형카메라(불법촬영카메라) 관리 강화, 데이트폭력 처벌법 제정, 여성 1인가구 주거안전시설 지원 확대 등 공약을 제시했다.

또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처벌 강화 및 무고죄 강화, 임신‧출산 전 성인여성 건강검진 지원 확대, 모든 난임 부부에 대한 치료비 지원, 임신‧출산과 직접 연관성이 있는 모든 질병 치료비 지원 확대 등 공약을 내놨다.

심 후보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 디지털 성차별‧성폭력 대응 강화,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차별금지법 제정 등 관련 법률 제정과 제도 도입에 방점을 두고 있다.

후보의 성평등 관련 공약을 보면서 대선을 하루 앞두고 윤 후보의 여가부 폐지에 대한 얘기를 꺼낸다면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모든 후보들이, 그리고 유권자들이 3.8 여성의 날을 맞아 114년 전 미국 뉴욕에서, 105년 전 러시아에서, 그리고 90년 전 제주에서 있었던 제주해녀항쟁에 나섰던 여성들의 외침을 기억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

특히 후보들의 공약에서도 보듯이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우리 어머니들이, 여성 직장인들이 온갖 불평등한 구조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여전히 114년 전 여성 노동자들의 그 외침이 갖는 의미가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퇴근하는 길에 아내와 딸을 위해 맛있는 케이크와 함께 장미를 한 송이씩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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