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12 (토)
"전생에 인연이었겠죠"
"나라에 큰 재산 되세요"
"전생에 인연이었겠죠"
"나라에 큰 재산 되세요"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7.10.30 16:57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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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 때 20명 구조한 살신성인 주인공 고석순씨
"전생에 인연이 있었겠지요. 열심히 사시고 훌륭한 나라에 큰 재산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제11호 태풍 '나리'가 제주 곳곳을 휩쓸고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30일 고석순씨를 만났다. 고씨는 지난 제11호 태풍 '나리'때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 대해 그렇게 얘기했다.

고석순씨(45.제주시 조천읍 와흘리)는 지난 9월 16일 태풍 '나리'가 집중호우를 뿌리고 거친 바람을 몰아치며 위력을 과시하던 그 때 제주시 봉개동에서 트럭에 몸을 묶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된 승합차 안 8명의 여학생을 구조해 낸 주인공이다.

# 트럭에 몸 묶고 여학생 구조한 '고마운 사람', 조천읍 와흘리 고석순씨

살신성인 정신으로 8명의 여학생의 소중한 생명을 구조한 고씨의 잔잔한 감동이야기는(미디어제주 9월 21일자) 당시 제주사회에 훈훈한 감동으로 전해졌었다.

그때 고씨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었고 그저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러던 30일 미디어제주 홈페이지 신입회원 중 "태풍나리로 봉개동과 인연이 있고 현재 5남매를 거느린 아빠입니다. 구조한 그들은 전생에 인연이겠지요. 열심히 사시고 훌륭한 나라에큰  재산이되시길 기원합니다'라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고석순씨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를 만났다.

"크게 알리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모두 내 딸 같고 그래서 그런건데... 내 딸이 그런 위급한 상황이었으면 다른 어떤 사람도 저처럼 하지 않았을까요? 사실 저에 대한 얘기가 보도된 것도 어제 봉개동사무소 직원을 통해서 알게됐어요. 한 번 만나자고 해서 갔더니 저에 대한 기사를 스크립해뒀다가 보여주시더라고요."

쑥쓰러운듯 웃으며 말하는 그는 "봉개동사무소에서는 어떻게 저를 찾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때 얘기를 해 줄 수 있느냐는 말에 그는 "참담했죠" 간략하게 답했다.

# 자동차가 '둥~ 둥~' 아찔한 상황 속 무려 20여명 구조

고씨는 "사실 그날 저도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며 "둘째 딸이 한라대학에서 컴퓨터 시험을 보는 날이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왔다가 다시 시험이 끝나서 딸을 데리러 가는 길이었는데 회천동 커브길 내천에 물이 넘쳐서 자동차 한 대는 급류에 떠내려 갈 상황이고 차 옆에는 여자 두 명이 겁에 질려 서있었다"고 말했다.

"그 여자분들을 태우고 봉개로 가는데 토사가 쌓여서 진입이 힘든 상황인데다가 갑자기 명도암 쪽에서 내려오는 급류에 차가 밀려서 간신히 차를 세웠는데 차 안으로 물이들어오더라구요. 원래 산림업을 하는터라 차안에는 항상 밧줄이 있어서 밧줄을 차에 묶어 지지대로 삼고 급류에 뛰어들어죠. 그리고 그 여자분들을 인근 식당으로 옮겼어요. 마지막으로 아내까지 식당으로 데려가는데 구해달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찔한 상황이어서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는 그는 차근차근 그 때의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렌터가 한 대가 급류에 떠내려 가다가 제 차 적제함 쪽에 걸렸는데 노부부가 타고 있었다"며 "밧줄 하나를 생명줄 삼아 몸에 묶고 그분들을 직접 업어서 구출을 했었다"고 말했다.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또 있으니까 사람들이 가득 탄 승합차가 떠내려 오더라고요. 물길은 거세지, 어르신까지 업어서 구조한터라 무릎관절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얼른 식당 간판 지지대와 승합차를 연결해서 여학생들을 식당으로 데려왔습니다. 다 구조하고 보니까 얼추 20여명은 되더라고요."

"지금은 웃지만 진짜 그땐 정말 죽는 줄만 알았어요"라고 말하던 그는 "그때 그 식당 사장님 내외분이 그 여러사람들을 위해서 추위 녹이라고 커피도 주시고 난로로 피워주셔서 모두 무사히 대피했다가 물이 빠지니까 다들 돌아왔다"고 말했다.

# 소중한 목숨 살린 위대한 '부정(父情)의 힘'

5남매의 아버지, 90대 노부부의 아들로 대가족을 돌보는 가장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그는 "그 때의 일을여기 저기 자랑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치는 않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우리 딸들에게 나쁜 영향은 주지 않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한다.

제 몸 돌보기도 힘든 그 때 무려 20여명을 구출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딸을 둔 아버지로서의 위대한 '부정(父情)의 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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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랑 2007-10-30 17:22:44
멋지십니다.
자랑스럽습니다.

2007-10-31 09:18:59
두 딸 아이의 아빠입니다.고 선생님의 사연 읽고 가슴이 정말 훈훈해지고
콧등이 시려지는 아침입니다.
고 선생님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세상 모든 딸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길 소망하면서,고 선생님의 가정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좋은 기사 쓰신 한 기자님께도 꾸벅~!

미디어제주 독자 2007-10-31 12:56:25
무릅관절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무릅??? 무릎???

미디어제주 칭찬 열심히 했는데 아쉽군요. 아무리 인터넷신문이라지만 맞춤법에도 기자님들 신경좀 쓰세요. 인터넷신문 기자가 도매급으로 욕먹는 가장 큰 이유잖아요.

고경미 2007-10-31 19:06:46
ㅋㅋㅋ 고씨 집안에 명인 나왔냉..ㅋㅋㅋ
우리 삼춘 멋찌당.. 삼춘 사랑해요...

제주도민 2007-10-31 19:57:05
그리고 이분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 상황에서 쉽지않은 판단이였을텐데. 그날 오후 그 앞을 지나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도로는 파괴되고 자동차 위에 자동차들...엄청 놀랐죠. 하지만 이 분이 있었기에 모든 분들이 무사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