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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삶 원했으나 마주한 건 낮은 임금과 부족한 인프라
여유있는 삶 원했으나 마주한 건 낮은 임금과 부족한 인프라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1.26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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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까지 30·40대 중심 제주이주열풍, 2018년 이후 크게 줄어
제주이주민 "일자리가 가장 큰 문제 ... 임금이 낮고 주거비 등 높아"
일자리 문제 직면한 20대 인구도 유입보다 유출 많아

제주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제주인구는 69만7476명으로 전년대비 102명이 감소, 제주에서 인구통계를 내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폭증하던 제주인구가 5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미디어제주>는 이에 국내인구이동과 자연증가, 외국인 이동 등 인구증가를 결정짓는 분야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인구감소의 원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보려 한다. [편집자주]

제주시 전경.
제주시 전경.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서울에서의 빡빡한 도시생활에 지쳐가던 박모씨(43)는 2017년 제주의 자연에서 위로를 받기 위해 이주를 결심했다

“제주의 오름과 숲, 들판, 바다가 편안함을 주고 휴식을 만들어주었다”고 말한 그는 제주 이주를 결심하고 난 뒤 속전속결로 제주시 구좌읍에 자리를 잡았다

박씨가 제주에 온 2017년은 제주인구 증가의 절정기였다. 제주 인구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해마다 많게는 4000명 안팎에서 적게는 2000명 수준의 증가를 보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전년에 비해 1만명 가깝게 인구가 늘었고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전년대비 1만6000명에서 1만9000여명까지 인구가 늘었다.

말그대로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였다. 이 시기 인구 폭증을 견인한 것이 제주 이주열풍이었다.

2005년까지만 해도 제주는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더 많았다. 그해 제주에선 805명의 순유출인구가 기록됐다.

하지만 2010년 들어 순유입인구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걷기 열풍에 더해 각종 미디어에 제주가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제주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7823명의 순유입이 기록됐고 2014년에 순유입 1만명을 넘어섰다. 그 후 2017년까지 매해 1만4000여명의 순유입이 기록됐다. 구체적으로 2015년 1만4257명, 2016년 1만4632명, 2017년 1만4005명의 순유입이 있었다.

이 시기 박씨와 마찬가지로 제주의 자연에서 위로와 휴식을 찾고자 제주로 거처를 옮긴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박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30대와 40대가 그 이주 행렬을 주도했다. 2017년만 해도 30대 3800명, 40대 5600명 등 당시 순유입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40대였다.

실제로 순유입인구의 전입사유를 살펴보면 제주의 ‘자연환경’을 꼽은 이들이 많다. 제주의 순유입인구 전입사유는 지난해 이전까지 ‘직업’이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많은 이유가 ‘자연환경’이었다. 2016년에는 1600명, 2017년에는 1800명 규모의 순유입인구가 ‘자연환경’을 제주에 들어온 이유로 꼽았다.

기사 본문에 소개된 2016년과 2017년 이후 3년간 제주 순유입인구의 유입 사유, 2018년부터 '자연환경'을 전입 이유로 꼽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기사 본문에 소개된 2016년과 2017년 이후 3년간 제주 순유입인구의 유입 사유, 2018년부터 '자연환경'을 전입 이유로 꼽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이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제주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시 떠나갔다

박씨와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들어와 친분을 유지하며 이른바 이주민 커뮤니티를 구성했던 이주민들 역시 상당수가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018년 제주의 전입인구는 10만4202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1000명 가량 줄어든 수준만 보였다. 하지만 전출인구가 전년에 비해 4000명 이상 늘나면서 순유입인구의 감소를 이끌었다. 특히 제주이주를 이끌었던 30·40대 순유입이 전년대비 3000명 이상 줄었다. 2019년부터는 전입인구가 더욱 감소, 순유입 인구가 2900~3900명 대가 유지되면서 제주이주열풍이 시들해지고 있는 것을 방증했다.

박씨는 휴식을 찾아 제주에 왔던 이들이 다시 떠나간 가장 큰 이유로 돈벌이를 꼽았다. 박씨는 “이주민들이 제주를 떠난 이유는 일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며 “우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했다. 아울러 일자리의 다양성도 떨어져 일을 구하려는 이주민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제주의 임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눈에 띄게 낮다는 점도 주변의 이주민들이 제주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임금은 낮은데 물가는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형성돼있고 땅값폭등에 따라 주거비 등도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제주도의 평균임금은 307만3000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396만8000원에 비해서도 약 90만원 가량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상용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체 대상 평균 임금이다. 2019년 기준 제주도내 사업체수의 81.9%가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제주의 임금 수준은 이보다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30일 발표한 같은해 4월 기준 전국 5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 제주의 임금 수준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게 나왔다./자료=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30일 발표한 같은해 4월 기준 전국 5인 이상 사업체 평균임금. 제주의 임금 수준이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게 나왔다./자료=고용노동부

하지만 제주의 물가는 해상물류비 등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제주드림을 꿈꾸며 제주로 찾아온 이주민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제주에 내려와 카페와 식당, 공방과 같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나갔던 이들 역시 임금을 받으며 일했던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수요가 늘어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짧은 기간 카페와 식당 등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과열됐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 손님이 줄어가지만 주거비가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값 폭등에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늘어났다. 결국 이들도 제주를 떠나갔다.

박씨는 이외에도 의료인프라와 문화인프라의 부족 등도 제주에서의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던 이유로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씨는 버티고 버티며 제주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의 자연이 주는 휴식이 박씨에게는 무엇보다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씨의 주변에 있던 이주민들은 결국 현실적인 벽을 넘지 못했다. 좁은 일자리 선택폭과 낮은 인금, 높은 물가,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주거비 및 임대료 등으로 인해 제주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이 떠나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지난해 국내인구이동 동향에 따르면 20대의 경우는 순유입인구가 줄어들다 못해 2020년을 기점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더 많아졌다. 지난해만해도 제주에서 1500명의 20대가 순유출됐다.

이들의 대부분은 더 나은 일자리와 교육환경, 생활인프라 등을 찾아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박씨가 바라본 제주를 떠나는 30·40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이유로 제주를 등진 것이다. 젊은이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제주를 떠나고 있다. 본격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제주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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