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린 억울함 ... 제주도서 첫 실태조사 나선다
간첩으로 몰린 억울함 ... 제주도서 첫 실태조사 나선다
  • 고원상 기자
  • 승인 2022.01.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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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도민 대상 간첩조작 사건 실태조사 수행기관 모집 나서
3월~10월 본격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및 피해보상 및 지원 방안 도출

[미디어제주 고원상 기자] 제주에서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돼 구금되거나 고문을 당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이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도민 중 간첩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사람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담당할 비영리민간단체 및 비영리법인을 모집한다고 지난 21일 공고했다.

이번 모집에 지원이 가능한 단체는 설립 후 1년 이상 도내외 각종 과거사 및 진상사건 연구·조사 경험이 있거나 각종 실태조사에 대한 연구 경험이 있는 곳이다.

신청 및 접수기간은 지난 2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로 도가 투입하는 사업비는 모두 5000만원이다.

제주도  차원에서 도내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제주도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해 6월 제주도의회를 통과, 시행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간첩조작 사건의 정의와 제주도지사의 책무, 실태조사, 자료 제출 등에 대한 관계기관의 협조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뤄지는 이번 실태조사는 일제강점기와 4.3사건을 거치면서 간첩으로 조작돼 피해를 받은 제주도민을 그 대상으로 한다.

2006년에 나온 천주교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경찰 보안대나 안기부 등이 조작한 재일교포 간첩사건 109건 중 37건이 제주출신으로 집계된 바 있다.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제주도민의 비중이 높은 것은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첩조작이 쓰이는 가운데 제주4.3을 간첩 관련 내용과 엮어 조작하기 쉬웠기 때문일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밖에 일제강점기와 4.3의 광풍 속에서 일본으로 건너가거나 1960년대 이후 생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도민들이 많다는 점도 그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렇게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도민들을 조총련과 연결지어 조작하기도 쉬웠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가 이른바 만년필 간첩사건이다. 이는 제주시 도련동 출신 김태주 할아버지가 일본에 갔다가 재일조총련계 인사로부터 선물받은 만년필에 로마자로 ‘천리마’라고 적혀 있던 게 사단이 돼 징역 2년형을 받았던 사건이다. 김 할아버지의 동생들도 역시 징역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재심을 통해 50여년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제주도는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해 이번에 보다 체계적인 조사를 한 뒤, 이에 대한 결과를 보고서로 낼 계획이다. 조사기간은 오는 3월부터 10월까지다. 

아울러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피해정도와 피해종류,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등도 파악해 이에 대한 지원방안도 도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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