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있던 꿈을 펼치게 되었어요”
“내 마음속에 있던 꿈을 펼치게 되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2.01.16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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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성원 그림 동아리 ‘엥그림’ 두 번째 전시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에서 시작된 작은 동아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학교가 열리니 마음이 열린다. 마음이 열리니 꿈도 열린다. 학교는 꿈을 그리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만 꿈을 만들진 않는다. 그렇다면 누가 꿈을 만들까.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선생님들이라면 어떨까. 선생님들이 꿈을 먼저 찾아 나선다면, 아이들에게 더 좋은 꿈을 꾸게 해주지 않을까.

몇 년 전이다. 아주 의미 있는 공간이 제주시 원도심에 만들어졌다. 다름 아닌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이다. 기존 건물을 새로 단장하며 탄생한 김영수도서관은 주변을 향해 열린 공간이 무엇인지를 말한다. 당시 제주북초 박희순 교장을 중심으로 도서관을 학교 안이 아닌, 바깥을 향해 열어뒀다. 마치 사랑방처럼.

그랬더니 변화가 일었다. 학교 도서관이 바깥세상과 마주하기를 시작했다. 바깥과 마주하며 학교 선생님에게도 변화를 안겼다. 2019년이었다. 제주북초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캘리그라피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그 동아리는 이제 학교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작품전을 열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 하나은행 지하 1층에 있는 돌담갤리에서 '두 번째 엥그리다'展을 열고 있는 엥그림 회원들. 왼쪽부터 엥그림의 강은정, 박보영, 강혜진, 이순주 회원. 미디어제주
제주시 원도심 하나은행 지하 1층에 있는 돌담갤리에서 '두 번째 엥그리다'展을 열고 있는 엥그림 회원들. 왼쪽부터 엥그림의 강은정, 박보영, 강혜진, 이순주 회원. ⓒ미디어제주

캘리그라피에서 출발한 동아리는 글씨가 아닌, 그림을 그린다. 동아리 이름은 ‘엥그림’이다. 제주어로 뭔가를 낙서하듯 금을 긋는 ‘엥그리다’에서 따온 동아리 ‘엥그림’이 벌써 두 번째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제주시 원도심에 있는 돌담갤러리(하나은행 지하 1층)에 오면 만날 수 있다.

동아리 ‘엥그림’은 교사와 교육공무원, 영양사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의 모임이다. 글씨에서 그림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킨 ‘엥그림’ 회원들은 청년작가와 협업을 하며 그들의 꿈을 캔버스에 옮긴다.

엥그림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작업실을 따로 만들어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작업실을 두기는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작업을 해오고 있다. 엥그림 회원들에게 노하우를 한껏 전수해주고 있는 청년작가 김소라씨 작업실이 그들의 작업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엥그림은 매번 ‘○번째 엥그리다’라는 주제를 달고 전시에 나선다. 이번이 두 번째 작품전이니, ‘두 번째 엥그리다’는 주제로 관객을 만나다. 엥그림 회원들은 대부분 30대여서인지, 젊음이 묻어난다. 눈부신 노을이 손에 잡히기도, 캔버스에 그린 음식은 먹음직한 음식으로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제주의 화사한 자연이 드러나기도, 뜨개질이 작품으로 변하기도 한다. 수채화도 있고, 아크릴화도 있다. 엥그리면서 ‘엥그림’의 회원들에겐 어떤 변화가 찾아왔을까.

“꿈을 꾸게 됐어요. 다들 직장이 있으니까 꿈을 이룬 것으로 보이지만, 마음에 있는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림 감상이나 표현을 할 때 아이들에게 좀 더 깊이 있게 지도도 할 수 있게 되었어요.”(박보영 서광초 교사)

“교실 창가에 제 그림을 뒀더니 애들이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보통은 말과 글로 표현을 잘하는 친구들이 인기도 있고 그러잖아요. 제가 그림을 그리다 보니 말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그림으로 표현을 하면서 자신감을 가지는 걸 봤어요.”(강혜진 인화초 교사)

“영양사여서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아요. 제주북초에 있을 때 학생들의 작품을 급식실에 전시를 했는데 학부모들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자기 작품이 급식실에 걸릴 걸 보고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함이 전달되는 걸 느꼈어요.”(강은정 표선중 영양사)

“여기 있는 분들과 우연히 알게 되어서 함께하게 됐어요. 제가 부족함에도 제가 잘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곤 해줘요. 그러면서 미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저를 끌고 가주려는 엥그림 회원들이 고맙죠.”(한유진 제주부설초 교사)

왼쪽부터 동아리 '엥그림'의 이순주, 강혜진, 박보영, 강은정 회원. 미디어제주
왼쪽부터 동아리 '엥그림'의 이순주, 강혜진, 박보영, 강은정 회원. ⓒ미디어제주

제주어 ‘엥그리다’는 아주 원초적인 행위를 나타낸다. 유아들의 낙서가 그렇고, 선사시대 사람들이 표현한 동굴벽화가 그렇다. 현대적 작품이라고 다르진 않다. 피카소가 강조했던 ‘모방’도 제주어 ‘엥그리다’와 큰 틀에서 맥락을 함께한다. 그러고 보면 동아리 ‘엥그림’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고 말을 건다. 때문에 ‘엥그림’의 그림을 보면 맑아진다. 그들이 말하는 ‘두 번째 엥그리다’의 소개글을 들어볼까.

“나만의 소확행, 되찾고 싶은 일상의 활력, 관계의 소중함 등을 자신만의 독특할 발상으로 표현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무료한 일상에 작게나마 해방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길 희망한다.”

그렇다. 행복이 멀리 있는 건 아니다. 동아리 엥그림의 ‘두 번째 엥그리다’展은 지난 10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지 않은 회원도 있으나, ‘세 번째 엥그리다’展에 만나지 못한 회원의 작품도 걸릴 예정이다. 세 번째 작품전은 8월 15일부터 8월 26일까지 돌담갤러리에서 열린다. 봄이 지나고 옷이 가벼워지면 ‘엥그림’이 또 다른 행복을 안겨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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