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별이 내리는 숲’이 어린이 성장의 밑바탕이길 소망한다
‘별이 내리는 숲’이 어린이 성장의 밑바탕이길 소망한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21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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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어린이도서관 ‘별이 내리는 숲’ 개관에 부쳐
제주어린이도서관인 '별이 내리는 숲'. 미디어제주
제주어린이도서관인 '별이 내리는 숲'.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책을 사놓는다. 책 품에 안길 때 마냥 행복해한다. 내게 책은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다. 친구도 된다. 사놓은 책은 언젠가는 읽게 되고, 읽는 순간 친구에서 길동무로 변한다. 그는 내게 너무 많은 걸 준다. 그는 부족한 나를 채워준다.

요즘은 서점을 가지 않아도 좋다. 온라인으로 책을 부르기도 하고, 절판된 책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절판된 책을 사들일 때는 원래 가격보다 더 얹혀서 사기도 한다. 육지에 출장을 갈 때면 오프라인 중고매장에 들러 절판된 책을 한꺼번에 몇 권을 사들여 집으로 오곤 한다. 바로 친구를 내 집에 들이는 행위이다. 언젠가는 그 친구들이 길동무가 되리라 기대하며, 그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했을까?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시절은 누구나 가난했다. 책을 손에 쥐기는 어려웠다. 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친구가 마냥 부러웠다. 그 친구의 책을 10원씩 돈을 주고 빌려 읽곤 했다. 나의 1970년대 풍경은 그랬다. 그러다 어머니는 ‘전집’이라는 걸 책 판매원으로부터 사들였다. 집에 책이 생기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기억을 소환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도서관이 집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내 인생은 더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국 런던에 들르면 건축가 노먼 포스터(1935~)의 작품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다운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노먼 포스터를 건축이라는 세계에 발을 딛게 만든 건 도서관이다.

10대였던 노먼 포스터는 맨체스터의 외곽에 있는 레븐슘에 살았다. 그는 레븐슘공공도서관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쓴 <건축을 향하여>를 발견했다. 그 도서관은 철강 재벌인 앤드류 카네기가 헌납한 도서관이었다. 어렸을 때의 책 읽기는 포스터를 건축으로 안내했다. 포스터는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향하여> 뿐아니라, 건축역사학자 헨리 러셀 히치콕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바치는 <재료의 본성을 따라서>라는 책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였다. 건축이 담긴 또 다른 책도 포스터의 가슴을 향했다. 그는 건축을 눈으로 읽고, 마음으로 이해했다. 도서관은 그에게 건축가로 향하는 디딤돌이었다.

도서관이 포스터를 건축으로 인도했듯이, 영국은 그런 토대가 강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공도서관 운영과 관련된 법률을 만든 나라는 바로 영국이다. 영국은 1850년에 그 법을 제정했다. 토니 블레어는 총리 시절 “도서관은 자기개발의 플랫폼이고 지식으로의 관문이며 상상력을 위한 촉매”라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늦었지만 주변에 공공도서관이 많기를 바란다. 엊그제, 정확하게는 올해 12월 11일 ‘별이 내리는 숲’이라는 이름의 제주어린이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산하기관인 제주도서관에 지어졌다. ‘별이 내리는 숲’은 그날 개관식을 시작으로, 어린이와 어른들이 마음껏 와서 놀라며 손짓하고 있다.

'별이 내리는 숲'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다. 미디어제주
'별이 내리는 숲'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다. ⓒ미디어제주

‘별이 내리는 숲’은 어린이가 중심이 된,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이다. 어린이들은 ‘별이 내리는 숲’에서 책을 벗으로 두기도 하고, 떠들어도 된다. ‘별이 내리는 숲’은 도서관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말한다.

르네상스 탄생에 영향을 끼친 페트라르카(1304~1374)는 국가가 공공도서관을 지원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생각한 사람이라고 한다. 페트라르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있다. 도서관은 그 사회를 비추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그 사회의 정체성이며, 상징과도 같다.

‘별이 내리는 숲’은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될 어린이가 마주하는 도서관이다. ‘별이 내리는 숲’은 제주를 비추는 거울이 되고, 제주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밑바탕이 되길 소망한다. 어릴 때 도서관에서 만난 책은 상상하게 만들고, 삶의 지표도 설정할 수 있다. 노먼 포스터가 도서관에서 만난 책으로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듯이, ‘별이 내리는 숲’을 찾는 어린이들도 그와 같은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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