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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상괭이 사체, 겨울철 유난히 많이 발견되는 "이유가 있다"
제주 상괭이 사체, 겨울철 유난히 많이 발견되는 "이유가 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2.09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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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양생물 보호 프로젝트2.
유난히 겨울철 상괭이 사체가 많이 발견되는 까닭은?
대형 그물 사용하는 어업 활발한 시기, 상괭이도 질식사
12월 9일 한경면 용수리에서 발견된 암컷 상괭이 사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난 12월 7일부터 3일 연속 제주 해안가에서 해양보호생물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한림읍 비양도에서, 8일과 9일에는 애월읍 및 한경면 지역 해안가에서 상괭이 사체가 연이어 발견됐다.

지난 3일 동안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는 총 4구. 모두 불법 포획의 흔적은 없었다. 발견된 위치 또한 제주 북서부 해안가로 동일했다.

제주해경에 따르면, 제주 연안에서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는 주 시기는 12월에서 3월경. 상괭이 사체 중 70% 가량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제주해경이 밝힌 2021년 상괭이 사체 발견 건수.

이에 대해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는 제주 해역에서 이뤄지는 ‘어업’의 형태를 알아야 이해가 쉽다고 말한다.

조 대표는 10월부터 이듬해 겨울철(3~4월)까지, 안강망 등 대형 그물을 활용한 어업이 추자도 등 제주북부 해역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업 도중 상괭이가 함께 포획되는 ‘혼획’ 현상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다.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물 속에서 질식사하게 된다. 포유동물이라 그렇다.

질식사한 상괭이 사체는 부패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물고기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일부 사체는 조류를 따라 점차 제주 북부 해안가로 떠밀려오게 된다. 이 시기가 대략 12월에서 3월 사이다.

조기잡이 등 안강망 어선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을~겨울철, 제주 해역의 상괭이들은 속절없이 바닷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조 대표는 인간의 어업으로 인해 해양보호생물 상괭이가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설명한다.

실제 해양수산부 자료에서도 ‘그물’은 상괭이를 폐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와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보호생물 폐사 건수는 총 6252건. 이들 중 96%(5262건)가 상괭이 사체이며, 이중 65%가 혼획에 따른 죽음이다.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2020년 12월, 제주에서 발견된 상괭이 사체.

여기서 잠깐.

조 대표는 “통계에서 보여지는 상괭이 폐사 건수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해역에서 얼마나 많은 상괭이가 어업 도중 그물에 걸려 질식사하는지, 그 수치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말일까.

조 대표에 따르면, '그물에 걸린 상괭이'는 어민들에게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어업 도중 그물에 걸려 폐사한 상괭이를 발견, 해경에 신고하게 되면, 적게는 1시간, 많게는 수 시간을 해상에서 낭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민이 그물에 걸린 상괭이 사체를 발견해 신고할 경우, 어떤 행정 절차가 이뤄질까? 조 대표가 설명한 내용을 아래 소개한다.

어민은 해상에서 어업 도중 그물에 걸린 상괭이 사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해경에 즉시 신고한다.

출동한 해경에게 어민은 상괭이 사체를 발견하게 된 경위, 조업 일지 등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해경은 이를 토대로 조서를 작성한다. 어민은 조서가 작성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제 없음’을 확인한 후, 지장을 찍어야 한다. 여기서 도장이 아니라 ‘지장’을 찍는 이유는, 평소 지장을 소지하고 어업에 나서는 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위의 신고 절차가 마무리된 후, 비로소 어민은 조업에 다시 나설 수 있다.

이에 어민 입장에서 상괭이 사체 신고는 ‘어업에 소비해야 할 시간을 빼앗는’, ‘귀찮은’ 절차로 전락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며 조 대표는 “(어민 입장에서) 상괭이는 별 것도 아니면서 귀찮게 하는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물에 걸린 상괭이를 발견하더라도 그냥 바다에 던져버리는 사례가 왕왕 일어난다는 것이다.

해상에서 상괭이 사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에, ‘혼획’으로 인한 상괭이 멸종위기의 심각성은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조 대표는 "우리가 언론을 통해, 혹은 정부 발표 등을 통해 접하는 통계 자료는 현실과 차이가 있다"면서, "그 간극을 축소하고, 상괭이를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상괭이 보호를 위해 어민들의 조업 활동을 아예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

상괭이도 보호하고, 어민들의 어업권도 보장하는 현실적인 해결책은 없는 걸까?

조 대표는 “있다”고 말한다. 조 대표가 말하는 ‘상괭이 보호를 위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다음 기사에서 소개한다.

한편, 상괭이는 예부터 ‘쇠물돼지’, 곱시기’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토종 돌고래종이다. 눈과 입이 사람의 웃는 모습을 닮아 '웃는 고래'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환경오염, 무분별한 어획 등으로 점차 개체수가 줄어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에 2016년 우리 정부(해양수산부)는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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