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은 새롭게 덧붙여 가면서 만들어지죠”
“지역성은 새롭게 덧붙여 가면서 만들어지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0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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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지역을 말하다] <8> 인천 지역 건축가와의 만남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12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인터뷰] 발트 건축사사무소 최정권 대표

기억을 만들고 기억을 공유하는 게 지역의 정체성

“지역 건축 교류전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에너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땅에 윤리를 얹히라고 생태학자인 알도 레오폴드(1887~1948)가 그랬다. 레오폴드가 말하는 윤리는, 자연도 인간처럼 대해줘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는 건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축 역시 땅을 함부로 써서는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발트 건축사사무소를 이끄는 최정권 건축가에게 눈이 쏠린다.

“발트는 독일어로 숲입니다. 사실 독일에서 공부를 했고, 사무소 이름에 발트를 쓴 이유는 친환경 건축을 하고 싶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연에 애착을 지닌 그는 활동 무대로 인천을 택했다. 인천 아가씨를 만났고, 아이들도 넷을 뒀다. 그들을 위해 인천에 집도 지었다. 굳이 서울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인천을 택한 걸 ‘최적의 선택’이라고 불렀다. 지역을 택한, 지역 건축가 최정권. 그렇다면 그는 건축에서 흔히 말하는 지역성을 뭐라고 생각할까.

인천 지역 건축가 최정권. 그에게 지역성은 계속 만들어지면서 덧대는 것이라고 본다. 미디어제주
인천 지역 건축가 최정권. 그에게 지역성은 계속 만들어지면서 덧대는 것이라고 본다. ⓒ미디어제주

“지역은 자연 배경이 있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어요. 개항장이라는 역사를 지닌 인천에 있는 걸 발견하고, 새로운 것들이 오면 또 새로운 것도 붙여가면서 새롭게 또 만들어 가야죠. 지역성은 ‘과거에 이랬다’는 것만 계속 보존하고 가꾸는 게 아니라 새롭게 덧붙여 가면서 만들어진다고 봐요.”

건축의 지역성은 과거지향만은 아니다. 과거도 있고, 현재 진행형인 물결도 있다. 그걸 무시하지 않고, 새롭게 승화시키자는 이야기가 된다. 인천에 어울리는 지역성은 무엇인지 그에게 다시 물었다.

“인천에 어울리는 지역성이 어떤 것이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리고 싶지는 않아요. 인천은 시간이 공존하는 장소라고도 얘기를 해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시간이 공존하죠. 그게 인천의 지역성이라고 봐요.”

서로 다른 모습이 인천이라는 지역에 몰려 있다. 강화도라는 과거부터, 송도라는 미래까지 포함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건축의 모습도 다르다. 그는 도시를 바라보며 편리가 아닌, 이야기를 읽으려 한다.

“지역성을 얘기하지 않고 건축을 말할 수 있으나 지역성을 꺼내는 이유는 정체성 때문이죠. 도시에 사람이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 편리성도 있겠지만 이야기가 만들어진 환경을 사람들이 즐겨요. 요즘처럼 아파트가 막 들어서고 상가도 들어서곤 하는데 거기엔 뭔가 스토리가 없잖아요. 그냥 왔다 떠나는 느낌이거든요. 지역의 정체성이라는 건 사람들이 웃고 울면서 기억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서 세대간 소통도 이뤄지는데 그게 정체성이죠.”

부동산 가치만 생각하는 도시가 아니라, 기억이 쌓인 도시를 그는 원한다.

“지역성은 필요해요. 그냥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행위가 많은데, 그래서 지역성은 필요해요. 지역이라는 뿌리를 찾고, 그걸 근간으로 가져가야 이야기가 되고, 다음 세대도 이어받아서 두터운 문화가 이뤄진다고 생각해요.”

땅 위에 기억이 하나둘 얹힌다. 대규모 개발은 그런 기억을 앗아가기도 한다. 인천은 미래를 여는 도시를 지향하며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옛 도심에 더 끌린다.

“송도나 청라는 차 없이는 못 다니는 곳이고, 소비를 촉진하는 도시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구도심이 좋아요. 조용하고 인프라도 되게 좋아요. 이웃들을 서로 알게 되니까 그분들이 다 CCTV예요. 스토리도 많죠. 1910년도 이때 번화했던 거리들도 있고, 그런 것들을 조금씩 살려가려는 분위기가 있어요.”

복잡한 도심보다는 낭만이랄까, 그런 분위기에 끌리는가 보다. 카페가 널리고 식당이 늘어선 그런 분위기가 아닌, 이야기가 쌓이면서 다음 세대에게 전해주는 그런 곳을 더 좋아한단다. 그가 서울을 떠나서 인천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곳에 사는 이유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일까. 제주에서 열리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도시 인천은 과거가 풍부하고 현재도 계속 만들어진다. 미래 역시 인천엔 있다. 미디어제주
도시 인천은 과거가 풍부하고 현재도 계속 만들어진다. 미래 역시 인천엔 있다. ⓒ미디어제주

“6대 광역시랑 제주가 교류를 하는 건 의미가 있죠. 신선해요. 우리나라는 서울을 허브처럼 생각하잖아요. 서울에서 한번 성공하면 지역마다 그걸 따라서 하게 되고, 옛날은 서울과 다른 지역이 상하관계라는 느낌이 많았어요. 그런데 독일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독일은 지역마다 성격이 다르거든요.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독립적으로 분류돼요. 미국도 그래요.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아메리카 출신이라고 하지 않고 ‘뉴욕이다’, ‘플로리다 출신이다’ 이런식으로 그 지역 이야기를 하죠. 우리도 그런 식으로 지역을 말해야 해요. 그래야 집중화된 지금의 불균형도 깨진다고 생각듭니다. 6대 광역시와 제주도가 하는 행사는 서울을 빼놓았기에 오히려 지역을 더 생각하게 되고,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자 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네요.”

지역의 도시가 펼치는 행사는 중앙으로 집중된 양상을 벗어던지고, 지역 본연의 색깔을 찾는 작업이다. 나름의 지역색을 풍부하게 지닌 나라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성장을 하고 있다. 최정권 대표가 사례로 들었듯 독일이나 미국은 지역이 곧 자부심이다. 6대 광역시와 제주도가 맞잡은 행사 역시 지역을 무기로 하고 있다. 이런 무기를 더 탄탄하게 만들려면 뭐가 더 필요할까.

“건축 전시를 동네 중간중간에서 보여주는, 소소한 공간에서 하게 된다면 시민들과의 접촉점이 많아지고, 그런 접촉점을 더욱 많이 만들어 가게 되죠. 우리가 건물을 하나 짓더라도 주민 참여를 통해 의견을 받는다면, 그 역시 저변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지역은 늘 있어왔다. 다만 중앙에 눌려 있었을 뿐이다. 자, 이제부터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 더 눈길을 줘보자. 최정권 건축가가 지역을 택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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