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이지만 대구나름의 건축 키워드를 찾아야 할 때”
“내륙이지만 대구나름의 건축 키워드를 찾아야 할 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2.02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축, 지역을 말하다] <3> 대구와 건축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고 외친 건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한다. 시대의 결정을 탐구하려고 그동안 숱한 건축 기획을 하며, 건축가들을 만나곤 했다. 기억 나는 건축가들과의 만남을 들라면 <나는 제주건축가다>를 꼽겠다. <나는 제주건축가다>는 제주의 젊은 건축인들이 이야기하는 제주를 담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제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으나, 다른 지역 건축가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마침 기회가 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한국예총 제주도연합회(회장 김선영)와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회장 문석준)가 공동 주관하는 ‘2021 6대 광역시+제주 건축교류전1211일부터 16까지 제주에서 열린다. 제주도가 아닌, 6대 광역시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지역의 특성을 살펴보고, 각 지역의 건축가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편집자 주]

 

‘달성’은 1800년간 이어온 대구의 대표적인 상징

강렬한 더운 여름에 대한 기억이 매우 강한 도시

김인호는 ‘대구체육관’ 등 통해 지역색 드러내기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대구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다.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던 흔적이 있다. 기록된 역사로서 대구를 이야기한다면, 기원후 100년경 첫 모습을 드러낸다.

“병사를 보내어 비지국, 다벌국, 초팔국을 정벌하여 병합했다.”

- <삼국사기> 권 제1 신라본기 중 ‘파사 이사금’ 조(條)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다벌국(多伐國)’이 대구와 관련이 있다고 연구되곤 한다. ‘다벌국’은 현재 위치를 알 수 없지만, <삼국사기>의 또 다른 기사를 보면 보다 정확한 대구가 등장한다.

“봄 2월에 달벌성을 쌓고 나마 극종을 성주에 임명했다.”

- <삼국사기> 권 제2 신라본기 중 ‘첨해 이사금’ 조(條)

기원후 261년의 이 기록은 대구의 상징 ‘달벌’의 전면 등장을 알린다. 달벌성(達伐城)은 달구벌(達丘伐)로 불리는 대구를 지칭함은 물론이다. 달벌성은 현재 대구 중구 달성동에 위치한 ‘달성(達城)’으로 추정되는데, 조선 영조 때 토성이던 달성을 돌로 새로 구축하면서 모습을 달리한다. 그러고 보면 달성은 일제강점기 때 대구읍성이 사라지기까지 1800년을 대구의 상징으로 지켜온 터였다.

성(城)은 옛 건축의 상징과도 같은데, 달성을 통해 대구 건축의 시작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 있는 포인트다. 삼국통일 이후 신라는 신문왕(재위 681~692년) 시기에 최전성기를 맞는데, 이때 금성(지금의 경주)에서 달구벌로 수도를 옮기려 시도를 하기도 했다. 비록 수도를 옮기는 작업은 실현되지 못했으나, 동쪽에 치우친 수도를 좀 더 중앙으로 이동시켜 왕권을 강화하고자 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는가. 그만큼 달구벌은 신라의 중심축이었다. 신라말기까지 존속되던 화랑들도 달구벌을 뛰놀지 않았을까.

대구 남쪽에 있는 앞산에서 내려다본 대구 시가지. 미디어제주
대구 남쪽에 있는 앞산에서 내려다본 대구 시가지. ⓒ미디어제주

대구는 지금도 광역시로서 우리나라의 대규모 도시 가운데 한 곳인데, 조선시대 대구는 평양, 전주와 더불어 3대 상업도시로 꼽혔다.

조선시대까지, 지금도 큰 도시의 위상을 지닌 대구이지만 우리에겐 ‘도시로서 대구’ 이미지보다는 ‘기후로서 대구’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다. 우리는 흔히 대구를 ‘대프리카’로 부른다. ‘대프리카’는 ‘대구+아프리카’를 줄인 말로, 그만큼 더운 대구를 상징한다. 대구는 분지형이다. 대구 북구에 있는 함지산을 시작으로 시계 방향으로 빙 돌면서 산이 둘러싸고 있는 분지에 도시가 앉혀 있다.

특히 남쪽에 있는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앞산’은 더운 여름을 덥게 만드는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여름철엔 남동풍이 불어서 시원한 바람을 안겨야 하는데, 앞산이 남동풍을 차단하면서 ‘대프리카’라는 더운 여름을 안기고 있다. 어쨌든 대구는 더위와 뗄 수 없는 연관관계를 지닌다.

건축적으로 대구에 맞는 키워드로 뭘 찾으면 될까. 대구의 랜드마크인 앞산에 있는 ‘83타워’는 건축적 의미보다는 멀리서 대구를 바라보는 하나의 상징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대구의 건축적 키워드는?

대구는 오랜 기간 신라의 터전이었다. 수도를 옮기려고 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조선시대까지 지역 상업의 핵심 역할을 하던 장소의 특징도 지녔다. 현대로 온다면 동성로가 대구의 대표적인 키워드로 떠오른다. 신라, 달성, 토성, 읍성, 동성로, 앞산 등이 대구의 키워드으며 건축에 이런 걸 담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대구는 내륙에 포함돼 있기에 건축 쪽으로 다른 지역과의 차별화를 두기는 쉽지 않다. ‘대구에만 맞는’ 말이나, ‘대구만의 지역성이 담긴’이라는 말을 포함시킨 건축 키워드가 아니라, 현재 대구와 미래 대구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를 찾는다면 더 좋지 않을까.

대구 지역의 이름있는 건축가로 후당 김인호(1932~1988)가 있다. 그는 건축가로서 한국예총 대구지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대구지역 문화예술에 큰 기여를 했다. 물론 그가 남긴 건축물도 많다.

후당 김인호의 작품인 대구체육관. 신라 화랑의 투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후당 김인호의 작품인 대구체육관. 신라 화랑의 투구에서 따왔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김인호 선생의 작품 가운데 대구체육관(옛 경북실내체육관)은 그를 세상에 알린 건축물로 꼽는다. 대구체육관은 대한건축사협회가 1971년 개최한 ‘제1회 건축대제전’에서 문화분야 건축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김인호는 한국적 이미지를 건축에 투영시키곤 했다. 단순한 지역색보다는 한국색을 찾으려 했고, 대구체육관은 신라라는 당대 한반도 국가의 이미지와 결부된다. 대구체육관은 신라 화랑들의 전투 정신을 상징하는 투구를 따왔다고도 한다.

물론 김인호의 작품처럼 어떤 상징을 찾아내서 건축으로 표현하는 작업도 지역성의 한 모습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 상황의 문제점을 찾아내서 해소하는 작업도 건축에서 필요하다. 어찌 보면 ‘더위’는 대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건축적으로 해소 가능할 수도 있다. 건축물을 통해 대구를 덜 덥게 표현하는 작업은 지역 건축가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대구는 그들만의 고집을 지닌 도시이다. 동성로가 있고, 그들의 거리를 잘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유일하게 향토백화점의 위상을 지키고 있던 동성로의 대구백화점(줄여서 ‘대백’이라고 부름)도 휴업에 들어갔다. 이는 기존 대구가 지닌 키워드의 하나를 잃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