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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 하수처리시설 관련 논란, '숲'이 아닌 '나무'를 봐야 안다
화북 하수처리시설 관련 논란, '숲'이 아닌 '나무'를 봐야 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11.23 08:46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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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화북천을 둘러싼 열한 번째 이면

화북천을 둘러싼 논란과 현안, 한눈에 알아보기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많은 사회현상이 그렇듯, 화북천을 둘러싼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자연을 무단 훼손한 인간의 이기심과 오만함, 그로 인해 생겨난 자연재해 혹은 인재(人災)들. 앞으로 예상되는 난개발에 대한 우려까지.

화북천을 둘러싼 문제들의 핵심 파악을 위해선 ‘숲’이 아닌, ‘나무’를 보아야 한다. 멀리 떨어져 살핀 숲의 형태로는 썩어가는 숲 속 나무들의 모습을 알 수 없다.

화북천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알기 위해 <미디어제주>는 지난 7월부터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기사화한 취재 내용을 종합해 서술해본다.

 

문제1. 화북천 하류 불법 매립 의혹

사건의 발단은 단연 화북천 매립 사건이다. 하천의 일부 구간이 매립되면서 화북천 앞바다가 썩어가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화북천 하류의 일부 구간은 ‘폐천’된 상태다. 이는 육안으로 보아도 그렇다. 현재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화북천 하류 일부가 폐천된 시점은 2004년, 제주도의 ‘하천정비 기본계획(변경) 고시’에 따라서다. 화북천의 하류 두 갈래(동, 서측) 중 동측 지류 하천이 용도 폐지된 것이다. 이후 제주도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남아있는 서측 지류 하천의 폭을 기존 24m에서 60m까지 확장하는 공사를 실시한다. 수해상습지를 정비한다는 명목이었다.

다만, 실제 화북천 하류 일부가 매립된 시점은 기록을 훨씬 앞선다. 이는 위성지도를 보아도 알 수 있는데, 1992년부터 1993년경 진행된 ‘화북 중계펌프장’ 시설 공사와 함께 화북천 하류 일부가 매립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1967년 화북천 하류 모습, (아래)2020년 화북천 하류 모습.
하천의 2개 지류 중 1개가 매립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출처=제주특별자치도 공간포털 위성지도.

제주참여환경연대와 화북 주민들은 1992~3년경 이뤄진 화북천 매립이 ‘불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제주도가 매립을 허가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으며, 제대로 된 고시 기록 또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불법 매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제주도는 당시 하천 매립의 권한을 제주시에 이양했다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제주도가 제시한 문서에는 결제 날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등 허술한 부분이 존재한다. 이에 불법 매립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문제2. 화북천 매립 후, 수해가 시작되다

화북천은 ‘곤을마을’ 안에 속한 하천이다. 그리고 곤을마을은 예로부터 물이 많은 지역으로, 용천수가 사시사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도 화북천 바닥에는 용천수가 흐르는데, 문제는 화북천 일부 구간이 매립된 이후 홍수가 잦아졌다는 점이다.

태풍 때면 화북천 하류 지역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화북천이 또 범람하지는 않을 지, 집으로 물이 들이닥치지 않을 지. 초긴장상태로 화북천의 수위를 살핀다는 것이다.

2019년 범람한 화북천 모습. 남아있는 1개 지류 옆쪽으로 물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수해를 겪었다.
2019년 범람한 화북천 모습. 남아있는 1개 지류 옆쪽으로 물이 범람해 인근 주민들이 수해를 겪었다.

실제로 태풍 나리, 미탁 등 태풍 때마다 화북천은 범람했고, 하천 범람이 아니더라도 하천 부근 불투수층(아스팔트 도로 등)에는 어디선가 떠내려온 빗물이 콸콸 흘러 바닷가 지역 주택에 수해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만 해도 화북천 바로 옆 리모델링한 농가주택에 빗물이 들이닥쳐 주민이 큰 피해를 입었다.

화북 중계펌프장이 들어선 시점은 1993년(완공 기준). 화북이 수해 지역으로 떠오른(?) 시점은 2007년 태풍 나리 때 부터다. ‘수해상습지 정비공사’를 완공한 시점이 2007년이건만. 이후로도 화북은 여전히 ‘수해상습지역’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화북천 범람이 오롯이 하천 매립으로 인한 것은 아닐 지 모른다. 제주 중산간 지역의 난개발로 불투수층이 증가한 사실과의 인과관계도 고려해,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하겠다.

 

문제3. 화북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 주민 기망한 채 진행 중

화북천 매립된 구간에서 시행 중인 공사 현장.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매립된 화북천 하류 구간에서는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그리고 이 공사는 주민을 기망한 채 진행 중이다.

행정은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를 시행하며, 주민에게 상세한 시설 내용을 숨겼다. ‘빗물에 섞인 담배꽁초 등을 정화하기 위한 시설’이라고 주민에게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해상 시설의 정식 명칭은 ‘간이 공공하수처리시설’이었다. 제주도는 ‘월류수 처리시설’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제주의 월류수는 지형구조상 중산간으로부터 흘러내려 온 오수를 필연적으로 포함하기 때문에 이 또한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제주도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또 제주도는 이 시설 공사를 위해 마을주민의 투표를 얻었다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물어본 결과 공식적인 주민투표는 열린 적이 없다. 이는 마을회장을 통해서도 확인한 일이다.

단, “시설 찬성 쪽으로 진행하겠다”라는 마을회 측의 일방적인 통보가 마을회의 때 있었다곤 한다. 제주도는 이를 두고 ‘주민투표로 동의를 얻은 사업’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에 사업 반대 측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주민을 기망하는 인권 유린의 사례”라고 규탄하고 있다.

 

문제4. 멸종위기종 집단 번식 중인데, 하수처리시설 공사를?

화북천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기수갈고둥'. ⓒ미디어제주
화북천에 살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기수갈고둥'.

화북천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기수갈고둥’이 산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기수갈고둥은 “맑고 깨끗한 기수역에 살며, 서식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서식지가 극히 제한되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화북천 하류는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기수역이라 기수갈고둥이 매년 산란하는 대표적인 서식지로 꼽힌다.

하천 일부가 매립되고, 중계펌프장이 들어섰지만 아직까지는 기수갈고둥 개체가 많이 보이고 있다. 용천수가 아직까지는 풍부하게 흐르며, 그 주변으로 기수갈고둥이 분포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서는 간이하수처리시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심지어 기수갈고둥의 산란철인 6~7월에 한창 비산먼지를 풍기며 공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 공사가 완료되고, 화북천의 용천수량이 확연히 줄게 되면 기수갈고둥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알 수 없다.

기자는 기수갈고둥 멸종을 우려해 이에 대한 대책을 제주도에 요구했지만, 제주도는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은 구한 적이 없다는 사실만 추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됐다.

 

문제5.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4.3의 기억마저 잃게 둘 건가

화북 곤을동의 비극, 제주4.3이다.

그리고 제주4.3을 기억할 곤을동의 흔적은 아직 화북천을 주변으로 곳곳에 남아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 역사를 지키는 데 관심이 없는 모양새다. 4.3 당시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다던 우물터를 시멘트로 막아버려 흔적을 없앴고, 조악한 모형을 대신 세웠다.

이에 마을 사람들로 구성된 ‘곤을마을 청정지역을 만드는 대책위원회’는 2021년 8월 9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종 회장 및 임원진을 만나 “화북천 우물터 복원을 위해 힘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측은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겠노라 말을 했지만, 글을 작성하는 11월 22일을 기준으로, 눈에 띄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지난 3일 제주시 화북동 곤을마을 주민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이 화북천 옛 물길을 살리기 위해 정화활동에 나선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지난 3일 제주시 화북동 곤을마을 주민들과 제주참여환경연대 회원들이 화북천 옛 물길을 살리기 위해 정화활동에 나선 모습. /사진=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국제대 고병련 교수가 말했다.

“훼손된 하천을 복원해야 합니다.
행정이 자연성을 훼손하며, 재앙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는 이걸 묵시적 범죄로 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8월 11일 제주도의회 의사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형 하천 정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제주 하천 정비사업이 오히려 하천 훼손과 수해 등 재난을 가중시켰다며, 이제는 하천 복원 사업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화북의 주민들 또한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화북천을 복원해달라”고.

이에 제주도의회에 ‘화북천 하류부 폐천부지 옛물길 복원에 대한 청원’이 제출됐고, 도의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화북천 옛물길 복원 검토 내용을 하천기본계획에 수록”하고, “하류부에 위치한 용천수에 대해 소관 부서와 협의해 보존 및 관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의견을 제주도지사에게 이송하라”는 검토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제주시 하천관리과는 2022년 2월까지 하천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기간에 있다. 현재는 이를 위한 측량 중이며, 측량이 완료되면 도의회 지시사항을 이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도 환경보전국 물정책과에서는 용천수 보전 방안 및 관련 조례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마무리되면 화북천 용천수 보존 및 관리 방안 또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화북천을 둘러싼 각종 문제들. 행정 입장에선 ‘지금 당장 들여다봐야 할 시급한 문제’가 아닌 듯한 모양새다.

이에 화북 주민 장창수 씨는 "화북천 복원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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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2021-11-23 15:55:48
-화북천 복원 즉각 시행하라
도의회 의결 사항인 화북천 복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수자원본부는 왜 간이공공하수처리 시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가?
공무원들은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하지 말라.
주민의 고통도 무시하고, 도의회 의결사항도 검토 한다는 흉내만 내는 행정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도의회 또한 주민을 대리하는 기관이면 혈세를 낭비하는 행정에 강력히 대처하기 바란다.
주민의 고통을 무시하는 행정이나 의결만 하고 방임하는 도의회 모두 직무유기다.

도민 2021-11-23 12:46:59
도의원.주민자치위원장.마을회장 등정신좀차립시다.

멋대로해라 2021-11-23 12:21:01
지역구 의원도 그렇지만.. 마을회도 문제....
투표도 안거치고, 바로 옆 주민들 의견은 듣지도 않은채..
멋대로 강행... 참 총체적 난국~!!
경허멍들.. 잘났덴.. 얼굴은 똑바로 들고 댕겸서~
행정 / 지역구의원 / 마을회 삼합 인가???
삼합회 여러분들 하루 빨리 생각 바꾸시고,
하천 복원에 힘쓰시는게 화북을 위한거고, 주민을 위한거고, 손주덜 위한 거우다~!!

제주한라산 2021-11-23 11:52:36
화북천 복원 해야 합니대
홍수 피해를 입고있는 주민을 생각하는
행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대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행정은 올바르게
권력을 써야 됩니다
화북천 복원 이 빠른 시일에 이루어 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화북천 복원 청원 소개서 싸 인 해 주신 분이
지역구 도의원님 입니다
앞장서서 나서지 못 하는 이유가 궁금 합니다 행정의 대변인 이 되시지 마시고
정말 지역 주민들만 생각하는 일꾼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화북사람 2021-11-23 11:15:54
도의원은 육지 사람 ?
주민자치위원장 이하 마을회장 등 화북에서 나고 자랐으면 어디가서 살든 뼈속까지 화북사람인데 동네안에 살면서도
동네일을 제대로 안하고 맡고 있는 직책이 벼슬인 줄 아는 인간듵 입니다.하수처리장 맡아온 조상으로 길이 길이 화북 역사에 남을 위인들 입니다. 아마 다음 다음 세대에 위인전에 나올겁니다. 하수처리장 위인으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