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장이라는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은 당연한 것이죠”
“초가장이라는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은 당연한 것이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11.1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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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장 4인을 만나다] ①지붕잇기 분야 문화재 강임용

건축가가 없는 건축물도 많다. 누가 설계했는지 모르는 건축물은 따지고 보면 인간의 오랫동안 이뤄진 행위의 결과물이다. 제주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제주초가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건축 관련 기사를 숱하게 쓰면서도 제주초가는 상대적으로 외면을 했다. ‘건축가 없는 건축을 외면했던 셈이다. 제주초가를 만드는 무형문화재를 초가장이라고 한다. 지난 2008년 제주도 중요민속자료 188호로 지정됐다. 분야도 목공, 석공, 토공, 지붕잇기 등 4개 분야이다. 분야별 문화재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10대부터 아버지 밑에서 초가와 동고동락

기능인으로 먼저 신청…현재는 4개 분야

“문화재를 이을 이들이 계속 배출되기를”

성읍 마을 전경. 미디어제주
성읍 마을 전경.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경기도 용인까지 오갔다. 민속촌에 있는 초가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충남 천안도 오갔다. 역시 초가를 손보는 일이다. 초가장 ‘지붕잇기분야’ 강임용 문화재는 일흔을 넘겼으나 여전히 초가의 원형을 만드는 지붕 얹는 일을 해오고 있다.

초가로 된 제주 도내 문화재 가옥엔 그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요즘은 나이가 들었기에 육지에 나서는 일은 없지만, 그는 초가장으로서 진정한 제주초가를 지키고 있다.

“어릴 때부터 했어요. 아버지 밑에서요. 표선민속촌은 23년동안 관리를 했죠.”

10대부터 제주초가를 마주해야 했다. 공부를 할 시간도 없었다. 예전엔 다 그랬다지만,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자식들을 악착같이 교육시켰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둔 그는, 자식을 다 서울대로 보냈다고 말한다.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그런 한풀이는 ‘하고자 하는 의지’를 떠올린다. 초가의 맨 꼭대기에 올라서 숱하게 세상을 바라보곤 했다. 제주 초가의 이미지는 지붕을 떠올리듯, 그는 초가장의 시작이었다. 문화재로 지정을 준비할 때는 4개 분야가 아니었다.

“제가 초가 잇기 기능인으로 먼저 신청을 했어요. 대학 교수 추천서와 논문도 필요하다고 해서 준비를 했죠. 그런데 당시 문화재 위원들이 혼자만 지정을 하기엔 번거롭지 않느냐면서, 여러 분야가 있기 때문에 분야별로 하면 어떻냐고 하더라고요. 좋다고 했죠. 분야별로 문화재 신청을 받는다면서 신문에도 공고를 냈어요.”

2008년이었다. 그렇게 해서 초가장은 목공, 석공, 토공, 지붕잇기 등 4개 분야 장인들을 배출시키게 됐다.

초가 지붕 재료는 새(띠)를 쓴다. 예전처럼 새가 흔하지 않다. 초가가 문화재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붕 재료가 무척 중요할텐데, 어디서 공급을 해올까.

“성읍 마을의 지붕재료로 쓰는 새는 제주도가 2~3만평의 밭을 매입해줘서 거기서 재배를 하고 있어요. 송당리 쪽은 목장지대에서 재료가 나오긴 해요. 하지만 농사짓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에 재배를 안하려고 하죠.”

초가 지붕잇기는 겨울이어야 한다. 푸른 새는 색이 바래야 하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고 나면 지붕 재료로 쓰기가 더 좋아진다. 동지가 지나면 재료로는 제격이다.

“지붕 재료는 나오는 시기가 있어요. 동지를 중심으로 시작이 되죠. 봄에 새단장을 하는 식으로, 명절 전에 마무리를 한답니다. 예전엔 날을 봐서 지붕을 얹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지는 않죠.”

천화일(天火日)은 꺼렸다. 이 날에 지붕을 잇게 되면 그 집에 불이 난다고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새로운 지붕을 얹는 것도 일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강임용 문화재는 지역별 날씨 차이 때문이라고 했다.

“제주시나 대정 쪽은 성읍, 그러니까 정의 지방에 비해 비가 적죠. 그래서 정의 쪽 초가 지붕은 1년에 한번씩 잇기 작업을 하고, 제주시나 대정 쪽은 2년에 한번 하곤 하죠. 지붕도 좀 다르죠. 정의 지역은 처마를 밖으로 더 내놨어요. 그렇지 않으면 썩어서 처질 우려가 있어요.”

제주와 육지의 초가만 다른 게 아니다. 제주지역 초가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차이점을 드러낸다.

“정의 지역은 처마가 넓어서 양외라고 알죠? 집 주변에 양외를 심었어요.”

양외(표준어는 양하)는 특유의 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질겅질겅 씹어야 하기에 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땅이 움푹 패는 걸 막아주기도 한다.

초가장 '지붕잇기' 분야 문화재 강임용. 미디어제주
초가장 '지붕잇기' 분야 문화재 강임용. ⓒ미디어제주

제주초가는 부드러운 지붕 곡선이 일품이다. 오름의 선과 닮았다. 육지부와는 다르다. 그것 역시 풍토 탓이다. 골격을 만드는 과정은 제주도나 육지나 차이가 없지만, 지붕을 얹는 방식의 차이에서 겉모습이 달라진다. 육지 초가는 용마루를 만들지만, 제주도는 지붕재료인 새를 그냥 펼쳐놓는다. 그러곤 집줄로 동여맨다. 이유는 바람 때문이다.

“바람 때문이죠. 육지처럼 하면 바람에 날리죠. 용마루 없이 둥그렇게 지붕을 얹고, 잘 보강을 해주면 비가 새질 않아요.”

강임용 문화재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초가장이라는 문화재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문화재로서 자부심을 물었더니 “당연하다”고 답한다.

“자부심이야 당연하죠. 내가 하면 분명히 다르고, 차이점을 느꼈을 때 자부심이 들 수밖에 없죠.”

그가 바라는 건 초가장이라는 문화재의 영속성이다. 자신을 이을 문화재 이후 또 다른 이들이 제주초가를 지켜줄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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