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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에 서 있는 지금이 내겐 무척 중요해요”
“농구 코트에 서 있는 지금이 내겐 무척 중요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9.30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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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패럴림픽] ③휠체어농구 김동현

우여곡절을 겪으며 열린 패럴림픽.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4년이 아닌, 5년을 기다려야 했다. 1년을 더 기다리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선수들은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6일까지 20일간 치러진 열전을 아직도 몸에서, 마음에서 기억한다. <미디어제주>는 ‘나와 패럴림픽’을 주제로 올해 패럴림픽에 참가한 제주 출신 선수들의 도전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처음으로 선 패럴림픽 무대서 “덤덤했다” 털어놔

고교 때 국가대표 발탁…파워있는 플레이 선보여

“국내 리그전에서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릴 것”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도쿄패럴림픽에 처음 얼굴을 내민 휠체어농구 국가대표는 12명이며, 여기서 제주 출신은 모두 3명. 이들 가운데 서른넷의 김동현 선수(제주특별자치도휠체어농구단)는 파워풀한 몸싸움은 물론, 중거리슛도 일품이다.

김동현 선수가 오른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진 않는다. 8월 25일 스페인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막은 올랐다. 메달을 노렸으나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사실 코로나19 때문인지 큰 무대로 느껴지진 않았어요. 덤덤했어요. 그러나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죠.”

도쿄의 무사시노 포레스트 스포츠 프라자 등지에서 여러 차례의 경기가 열렸으나 당초 목표로 내세웠던 4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어쩌면 김동현 선수에겐 ‘지금’이 더 중요하다.

‘지금’을 외치는 김동현 선수는 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안게 됐다. 외상후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때의 기억은 전혀 없다고 한다. 사실 그는 스스로가 장애인이 아니길 바라면서 지냈다. 중학교 때까지는 그랬다.

초등 때부터 휠체어농구를 접한 김동현 선수. 고교 이후 국가대표를 지내며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김동현 선수가 지난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초등 때부터 휠체어농구를 접한 김동현 선수. 고교 이후 국가대표를 지내며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김동현 선수가 지난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실 혼자 장애인인 줄 알았어요. 비장애인처럼 계단도 자연스럽게 내려오려고 했죠. 초등학교 6학년 때 저보다 더 심한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그런 장애인을 보면서도 남들에게 내가 걷는 모습을 보이는 게 싫었어요.”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이른 나이에 휠체어농구에 빠졌으나 그는 장애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스스로 장애를 인정하기 시작한 건 휠체어농구를 즐기면서였다.

“생각이 바뀐 건 고등학생 때였어요. 도 대표도 하고, 국가대표도 하면서 이전 생각을 털어버렸죠. 그냥 털털하게 지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휠체어농구를 추천한 이는 같은 골목에 살던 선수였다. 현재 도휠체어농구단의 주장을 맡고 있는 이준협 선수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휠체어농구 선수가 되는 건 쉽지 않다. 김동현 선수 이전에는 초등 때 휠체어농구를 접한 이들은 있었으나, 이후엔 아직 그런 기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뛰지 못하는 그에겐 발이 되는 게 휠체어농구였다. 초등학교 때 시작을 했다가 잠시 휠체어농구를 접기도 했으나, 다시 그의 발이 될 휠체어농구를 그만둘 수 없었다. 고교 1학년 때인 2004년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이후 줄곧 그는 농구 코트의 기록을 만들고 있다.

“휠체어농구는 제 하체나 마찬가지죠. 예전엔 농구를 하면서 달리는 기분이 마냥 좋았다면 지금은 달라요. 농구라는 경기만 놓고 본다면 예쁜 플레이를 하고, 작전을 만들고 그게 통했을 때, 그때 기분이 좋아지고 업되죠.”

그는 국가대표가 된지 2년 후인 2006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다. 그때 첫 메달은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러나 그의 경기가 점점 원숙미가 들수록 아쉬움은 커졌다. 그 아쉬움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고백과도 같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이렇게까지 밖에 안되나, 상대를 이기고 올라갈 수 없나, 그런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그건 승부욕이다. 올해 패럴림픽도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때문에 ‘다음’보다는 ‘지금’을 더 갈망한다. 국가대표로 패럴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승부욕은 현재 소속팀인 제주휠체어농구단의 시합을 통해 갈증을 해결하려 한다. 바로 9월부터 시작된 휠체어농구 리그전이다.

“지금은 바로 앞에 있는 소속팀 대회에서 승부를 내고 싶어요. 제주도가 전국 최강인데, 2년간 뺏긴 우승을 다시 가져오려고요.”

김동현 선수는 당장 눈앞에 닥친 리그전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동현 선수는 당장 눈앞에 닥친 리그전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휠체어농구 국내 리그전은 12월까지 열린다.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상대와 경기를 치른다.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펼치면서 승패를 가린다. 그게 당장 그의 꿈이다.

“농구 코트 위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현역 나이로서는 많은 건 아니고요. ‘지금’을 유지하며 미래에 투자를 해야겠죠.”

지금을 지키기 위해 그는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파워풀한 플레이를 위해 일주일에 서너 번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몸 만들기’도 빼놓지 않는다. 그에겐 먼 미래보다는 눈에 보이는 지금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을 잘 유지하면 미래도 언젠간 약속이 돼 따라오리라 그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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