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 생각외로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이 많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아동들의 급식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들의 끼니 해결을 위해 ‘아동급식 배달 시스템’이라는 좋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아동 가정으로 ‘직접 배달’이 아닌, ‘전자카드’로 전환을 한다고 합니다. 그럴 경우 배달을 해오던 일자리도 사라지고, 전자카드를 쓰는 아동들은 ‘어려운 아동들이다’는 낙인까지 찍힐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아동급식을 배달하는 30대 여성이 <미디어제주>에 익명으로 관련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주]
저는 복지관에서 아동급식을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어린 4자녀를 키우며 직장을 다닐 엄두는 못 내고 있던 차에 지난 1월부터 배달을 시작했는데, 시간 제약 없이 일할 수 있고, 가정에 보탬도 되고 ‘감사하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나름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도청에서 아동급식배달시스템을 내년부터 전자카드로 전환한다고 하여서 ‘이제 더 이상 배달 일을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밤잠도 설치고 앞으로 어떤 일을 구해야 할지, 구할 수는 있을지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동급식 지원사업은 취약계층 초·중·고교 학생에게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점심용 부식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배달시스템이 좋은 점은 낙인 효과 없이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고, 알레르기 특이 체질에 맞는 부식제공 가능, 일자리 창출 효과, 복지관에서 추가 서비스(사례관리 및 후원물품 등) 제공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사회복지시설을 잘 활용한다 하여 제주시청은 보건복지부 장관표창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도청에서는 간접비 10% 사용, 전자카드사용 민원, 전국(제주도와 전남 제외)적으로 시행한다는 핑계거리를 삼고 있다고 합니다. 간접비 10% 사용으로 대상자가 손해를 본다고 하는데 복지관에서 입찰 견적을 받을 때 대형마트 가격 대비 10% 차감상태로 받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것은 없습니다. 전자카드사용 민원은 육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제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배달하는 지역은 현행 배달 시스템이 좋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카드를 사용하는 이유는 제주시만큼 복지관이 없어서 그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수사례로 표창받은 시스템을 버리고 안 좋은 카드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모 제주도의원이 문제제기를 강하게 하여 추진한다고 하니 허탈할 뿐입니다.
카드시스템은 자기결정권 강화 등 좋은 점도 있지만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낙인 효과(구입 품목 제한) 발생, 영양불균형 문제, 식당 이용 시 식중독 발생 위험, 부정사용 문제, 범죄 발생 위험(카드 불법 복제, 개인정보유출), 카드 분실·훼손 위험, 전월 미사용분 이월불가(손해 발생), 읍·면·동 공무원 추가 업무 발생(수당 지급 문제) 등이 생깁니다.
제가 말씀 드리려고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카드시스템을 굳이 시행해야 하는가입니다. 꼭 시행하고 싶다면 욕구조사를 전수조사하고 일부 시범구역을 시행하여 결과를 비교하여 확대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관공서·학교·학부모·학생·복지관·배달인·납품업체 등이 모여 공청회를 열어서 의견 수렴하는 절차도 거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