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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주도한 건 너"... 중학생 살해 혐의 두 피고인, 진술 엇갈려
"범행 주도한 건 너"... 중학생 살해 혐의 두 피고인, 진술 엇갈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9.01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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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살해 혐의 백광석, 김시남... 9/1 첫 공판
"살해 적극 가담 안 했다" 두 피의자 증언 엇갈려
27일 검찰에 구속 송치되는 피의자 백광석 씨 모습.&nbsp;<br>백 씨는 제주에서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 2명 중 주범으로 특정된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지난 26일 피의자 2명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nbsp;
7월 27일 구속 송치되는 피의자 백광석.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중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백광석 (48), 김시남(46)이 9월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엇갈린 진술을 보였다. 두 피고인 모두 ‘살해에 적극 가담한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이에 ‘그날의 진실’을 가리는 것이 재판 과정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월 1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201호 법정에서 백광석, 김시남 두 피고인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두 피고인은 3년 전부터 알던 사이로, 김 씨가 운영하는 단란주점에 백 씨가 수시로 드나들며 친분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백 씨는 김 씨에게 500만원을 빌려주는 등 경제적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들 피고인은 모두 살인,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2개 혐의를 받는다. 지난 7월 18일 중학생 피해자의 자택 뒷문을 통해 침입, 피해자를 질식하게 해 살해한 혐의다.

특히 백 씨는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특수재물손괴, 주거침입, 가스 방출, 항해, 절도 등 혐의도 받고 있다.

백 씨는 피해자 모친 A씨와 사실혼 관계였다가, 다툼으로 지난 5월경부터 별거하게 된다. 사실상 사실혼이 종결된 상태임에도 백 씨는 A씨 집에 수시로 들어가 '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겠다' 등 협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7월 2일경 백 씨는 A씨 자택 창문을 통해 안방으로 침입, A씨의 목을 조르고 구타하는 등 폭력을 가했고, 7월 3일에는 집의 LPG 가스통 1개 관을 절단해 가스를 방출시키는 등 행위도 저질렀다.

이와 관련, 1일 열린 첫 공판 자리에서 두 피고인 모두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가 없었다”라는 취지의 동일한 진술을 하면서도,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주체와 관련해선 상반된 진술을 보였다. 서로가 살해 주체라는 입장이다.

먼저 백 씨는 살해 혐의를 포함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초 허리띠를 이용해 피해자 목을 조른 것은 김 씨이고, 이 또한 자신과 합의된 행동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백 씨는 김 씨가 살인에 착수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피해자의 목을 조른 것도 김 씨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경 김 씨에게 “피해자를 제압하는 것만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살인과 관련해 주도적인 행동을 보인 건 김 씨라는 것이다.

이에 백 씨는 김 씨가 선제적, 주도적, 능동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27일 검찰에 구속 송치 중인 피의자 김시남 씨 모습. 그는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의자 2명 중 공범으로 특정되고 있다.
7월 27일 구속 송치 중인 피의자 김시남.

김 씨는 백 씨와 함께 피해자 집에 침입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김 씨는 피해자 목을 조른 것은 백 씨라고 주장한다. 백 씨가 집안 협탁에 있는 허리띠로 피해자 목을 졸랐고, 자신은 허리띠 한 쪽을 밟고 있다가 백 씨가 테이프를 가져오자 피해자를 결박한 뒤 현장에서 빠져나왔다는 주장이다.

김 씨는 백 씨로부터 피해자를 제압해달라는 부탁을 받아 이행했을 뿐, 살인에 가담한 것은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두 피고인의 상이한 주장에 재판부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상반된 증언에 대한 진실여부를 가리는 것이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 핵심이 될 거라는 견해다.

한편, 이날 공판 자리에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라며, 두 피고인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이는 백 씨의 증언을 통해 나온 이야기로, 백 씨는 범행 후 피해자 집안 소파에 앉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피해자의 사망 사실 등 상황을 설명하자, 그의 어머니가 “죽되, 엄마 얼굴 한 번만 보고 가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백 씨는 어머니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백 씨의 말이 끝나자 재판부는 “피고인 어머니에게 전화했다고 하셨죠? 사망한 피고인은요? 엄마 얼굴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갔네요? 피해자가 무슨 죄예요? 죽을 죄를 지었습니까?” 라고 되물었다.

이에 백 씨는 “큰 죄는 없다. 만날 때마다 좋게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을 흐렸고, 김 씨는 “아무런 죄가 없다”라며 울먹였다.

한편, 다음 공판은 9월 29일 오후 3시에 속행될 예정이다. 이날은 피해자 어머니의 진술과 검찰 측 증인심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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