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인접한 곤을마을 주민들 "공사 중단 촉구"
-주민 동의 없는 공사 강행 의혹
-"화북 주민 대상 공청회 열어야"

이들은 주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를 규탄하며 "화북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지난 7월 27일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카페(구 도민의방)에서 '화북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27일 회견을 주최한 '곤을마을 청정지역을 만드는 대책위원회(이하 '곤을마을위')'는 "화북동 곤을마을 사람들은 지난 30년간 화북천 본류를 완전히 막으며 지어진 화북하수중계펌프장으로 인해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왔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해당 시설(화북하수중계펌프장)로 인해 조금만 비가 많이 오면 상습적 물난리를 겪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로 방류되는 하수로 인해 아름답던 곤을동 앞바다는 썩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곤을마을위는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화북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주4.3 당시 소실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의 옛터를 지키고 화북 앞바다를 청정지역으로 되살리자는 취지에서 결정된 마을 자생단체다.
이들은 화북천 매립공사 후 화북중계펌프장이 건설된 1992년 이후부터 지역에 악취, 물난리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날 회견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화북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문제가 주요 쟁점이었다.
우선 곤을위원회는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마을 사람들에게 시설의 정체를 고의적으로 속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수처리시설 공사 소식에 반발할 주민 반응을 예상하고, "빗물 처리를 위한 시설 공사"라고 교묘하게 주민을 속였다는 주장이다. 또 시설 공사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제대로 표결(주민 투표)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주민 모르게 물밑에서 하수처리시설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곤을위원회는 "행정이 혐오시설(하수처리시설) 공사 사실을 주민에게 감춘 것도 모자라, '주민 투표를 거쳤다'라는 거짓말까지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적법하지 못한 행위로 이뤄진 공사이기에, 즉시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내용을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사진에서 가장 왼쪽)이 마을 주민으로부터 건네받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곤을위원회는 제주도의회 좌남수 의장실을 찾아 크게 두 가지 요구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화북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를 중단할 것, 그리고 △화북동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라는 요구다.
또 곤을위원회는 915명 화북동민이 서명한 명부를 제출하기도 했는데, 곤을마을 주민 장창수 씨는 "단 일주일 만에 받은 서명이 이 정도 분량"이라며 "이 문제가 공론화되어 많은 화북동민들이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우리와 뜻을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좌남수 의장은 "제주도의회가 공사를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당장 공사를 중단시킬 순 없고, 차분하게 (도의회 차원에서 제주도에) 이야기를 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현장에서 좌남수 의장이 보인 반응에 주민들은 마음이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화북을 지역구로 둔 강성의 도의원에게 민원을 제기했으나,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대표는 좌 의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제주도의회가 들어주지 않으면 누가 들어주겠느냐"며 도의회 차원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