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화북천 매립이 인재 낳았을까" 10월이 두려운 주민들
"화북천 매립이 인재 낳았을까" 10월이 두려운 주민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27 21:55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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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화북천 하류 하수처리시설 공사, 세 번째 이면

화북천 매립으로 태풍 시 하천 범람 잦아, 주민들 피해 호소
"집 안까지 물 가득 차... 두려움에 기상청 예보 확인이 일상"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이번 기사는 화북중계펌프장 옆에서 진행 중인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와 관련한 세 번째 이면입니다. 화북천 범람으로 수해를 입은 지역주민 A씨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다음 기사에선 같은 주제로, 다른 주민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지역 주민의 신상정보(거주지)가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에선 사연을 익명으로 기재합니다.
*기사를 읽기 전, 하단의 관련기사를 먼저 읽어주세요.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화북천 범람, 홍수 피해
다 예견된 ‘인재’라고?
.

2019년 10월 2일 오전 7시 27분 촬영된 사진.
화북천이 범람하며, 길가에까지 물이 찼다.
사진 윗쪽으로 보이는 초록빛 녹음은 제주4.3 당시 소실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유적지 모습이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여름과 가을철이면 늘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화북천 하류 지역 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다가오는 9월, 10월은 악몽 그 자체다. 규모가 큰 태풍이 유난히 잦은 시기라서다.

이들은 태풍 나리, 미탁 등 과거 화북천이 범람했던 사례를 기억한다. 물론, 당시 입은 수해도 기억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최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과거 수해를 입은 시점이 아닌, 수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입을 열었다. 이유가 뭘까?

이들 주민은 태풍 때 화북천의 범람 원인을 '인재'에서 찾는다. 이를 인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화북천 인근 거주민들은 말한다. “장마, 태풍 등으로 인한 화북천 범람은 예견된 ‘인재(人災)’였다고”. 그러니 관련해 주민들이 겪은 수해 또한 ‘인재사고(人災事故)’로 봐야 한다고.

결국 화북 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를 멈추고, 막은 물길을 터, 화북천을 복원해야 한다고.

아마 기사 서두만 읽어선 '이게 무슨 말이야?'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을 것같다.

얽힌 이야기가 많다. 화북천 매립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서 차차 소개하도록 하고, 주민 A씨 사연부터 들어보자. 

A씨는 화북 바다와 화북천이 인접한 곳, 2층 주택에 산다. 그는 화북천 범람으로 물난리를 겪은 기억을 혼자 꾹, 꾹, 간직하다 비로소 지금, 입을 열기로 했다.


 

비가 온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나요

“2016년 즈음이었나? 날짜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비바람이 거센 어느 날이었어요. 한밤 중에 자다 깼는데, 찰랑찰랑 하더라고요. 집 안에 물이 가득 찬 거죠. 화북천이 범람하면서 집 안까지 물이 들이닥친 거예요.”

화북 지역 주민 A씨는 화북천과 바다 사이 2층 집에 산다. 누가 봐도 부러워할 풍경 속, 그림 같은 예쁜 집이다. 모 항공사에서 ‘제주에서 가장 예쁜 집’으로 선정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지만, 그는 매년 이맘 때면 진지한 고민을 한다. ‘정든 화북 마을을 떠나야 하나’ 하는 고민이다.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해요. 집 옆 하천이 범람해서 집에 홍수가 났는데, 한밤 중에 이를 알게 된 거예요. 저는 다행이 잠에서 깼기 때문에 재산상 피해만 입었지만, 만약 이걸 모르고 그대로 잠을 잤다면 어떻게 됐을 지. 상상하면 끔찍하죠.”

화북천 범람으로 A씨의 집 안까지 물이 들이닥쳤다.
나무 기둥에 가로줄로 색이 다른 부분이 바로 그 흔적이다.

A씨의 여름, 가을철 일과는 기상청 사이트에 접속, 날씨 예보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9~10월이 다가오는 최근엔 더 자주 확인한다. 태풍 예보가 있으면 어쩌지, 노심초사하면서.

“비가 오는 게 두려워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내 집에서 익사할 수도 있겠다는 그 공포. 제주도에 문의도 해 봤어요. 그런데 별다른 조처가 없어요. 제가 경험한 것만 두 번, 예전 세입자 경험까지 치면 총 세 번이에요. 화북천 범람이 이렇게 자주 이뤄지는데, 왜 원인 조사를 제대로 안 하는 지 답답해요.”

A씨가 이처럼 두려움에 떠는 이유. 태풍 때면 ‘빈번하게’ 범람하는 화북천 때문이다.

제주의 여느 하천이 그렇듯, 화북천은 건천이다. 평상시 물이 흐르지 않는 하천이라는 의미다. 곳곳에 용천수가 터진 곳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하천 바닥은 메말라있다. 

제주의 하천이 '건천'인 까닭, 제주만의 독특한 지질 때문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 지질로 빗물이 스며들고, 이는 지하수가 된다. 대수층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으로 자연스럽게 용출되면, 이것이 바로 '용천수'다.

참고로 이 화북천 하류와 바다가 맞닿는 지점은 예로부터 용천수가 많이 나왔던 곳이다. 지금은 하천과 해수면 일부가 매립되어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흔적은 있다. 옛 화북 사람들이 식수 대신 사용했다는 우물터도 여전하다.

이러한 화북 지역의 지질, 하천 성격을 안다면, "화북천이 범람한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시사철 용천수가 흐름에도 고인 물이 없던 '건천' 화북천. 이젠 태풍 때마다 물난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하천이 됐다.

“2007년 태풍 나리 땐 세입자가 저희 집에 살았거든요, 들어보니 그때도 이렇게 집 안까지 물이 들이닥쳤다고 하더라고요. 여기 물 자국 보세요.”

A씨가 제주로 완전히 이주하기 전, 그의 집 1층은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태풍 나리가 제주를 강타했을 때도 그랬다. 2007년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활동한 태풍 나리는 제주 곳곳에 심한 피해를 입혔고, 그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A씨의 집 곳곳엔 태풍 나리 때 수해의 흔적, 물 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다.

“끝이 아니에요. 2019년 10월 2일 태풍 미탁 때, 악몽이 재현됐어요. 다행이 간조 때라 집 안까지 물이 차진 않았고요. 차고엔 물이 찬 흔적이 있습니다. 이건 기록을 남겨둬야 할 것 같아서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는데, 동영상이 아니라 아쉬워요. 유속이 엄청났거든요. 범람한 화북천 물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다를 향하는데, 무섭더라고요. 지금 이 상황에서 비가 더 오면 나는 꼼짝 없이 이 집에서 고립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면서 그는 기자에게 사진 몇 장을 내밀었다. 2019년 10월 2일 오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이들 중 한 장만 우선 살펴보자.

2019년 10월 2일 태풍 미탁 당시, 주민 A씨가 자택 2층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동그라미 친 부분이 화북천과 A씨 집 사잇길인데, 하천이 범람하며 물이 들이닥친 모습이다.

 

간조 때도 범람한 화북천,
만조였다면 더 심했을 것

여기서 주목할 점은 A씨가 사진을 찍은 시각이다.

2019년 10월 초,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화북천이 범람했다. 하지만 A씨의 집 안까지 물이 들이닥친 것은 아니었다.

A씨는 이것이 물 때 덕이라고 말했다. 하천이 범람한 시점이 바로 ‘간조’ 때였다는 것이다.

그는 바닷물이 빠진 간조 때 하천이 범람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수가 바다로 빨리 빠졌을 거라는 견해를 전했다.

근거가 있는 말일까? 이는 제주가 태풍 미탁의 영향권 안에 있던 2019년 10월 2일, 물 때 표 자료를 보면 안다.

2019년 10월 2일, 태풍 미탁의 영향권 안에 제주가 있을 당시 물때표. 날씨를 보면 비 표시가 되어 있다.
오전 7시 6분이 간조임을 알 수 있다. (출처=바다타임닷컴www.badatime.com)

위 사진은 국립해양조사원 제공 자료에 근거한 당시의 물때표로, 2019년 10월 2일 ‘간조’ 시각은 오전 7시 6분경이다.

화북천 범람 현장 사진이 찍힌 시점은 오전 7시 13분. 당시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진 간조 시각(오전 7시 6분)과 유사하다.

“태풍 미탁 땐 차고로 들어온 물 외에 큰 피해는 없었어요. 그래도 두려운 이유요? 간조 때 이만큼 하천 물이 넘쳤다는 건, 만조 때 더 크게 넘칠 수 있다는 거잖아요. 하필이면 태풍이 만조 때, 모두가 잠자는 밤 시간 때 오게 되면 어떻게 하나요? 잠든 사이 집 안으로 물이 들이닥치면 어떻게 하나, 요즘엔 이 걱정 뿐이에요.”

A씨는 최근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됐다. 화북 중계펌프장이 화북천 일부를 매립하고 지어진 점도 이제서야 알았다.

그가 이제야 입을 연 까닭은 여기에 있다. 화북천의 잦은 범람이 오롯이 ‘태풍’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쩌면 다른 근원이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이다.

"화북천을 매립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일찍 증거 사진을 모아서 행정에 법적으로 문제 제기했을 거예요. 지금은 증거가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시민의 목소리는 너무 보잘것 없더라고요. 저는 여전히 언제 있을지 모를 태풍이 두렵고, 비 소식이 무섭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잦은 화북천 범람이 ‘인재’라고 주장하는 또다른 주민의 사연, 그리고 화북천 매립 이야기를 좀더 해본다.

화북 간이공공하수처리시설 공사를 둘러싼 이면 이야기.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기사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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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사람 2021-07-29 06:59:31
-화북 도의원 심판
주민들의 고통을 무시하고, 본연의 소임을 다 하지 않는 화북 도의원을 투표권으로 심판하자.

제주도민 2021-07-28 21:08:56
다음도의원은 꼭 주민들 위해일하는 사람이 나오길.

권영보 2021-07-28 12:41:38
도의회 에서 주민의 아픔을 헤아려 주시면감사 하겠읍니다
제주도 도의원 환경 정책위원장 님은 휴가 가셨나요?
언론에서 화북동 주민들의 고충을 얘기해도 화북동 도의원님은 어디 계신가요?
주민을 위한 도의원님이 맞는지 :궁금 ㆍㆍㆍ

성의 2021-07-28 09:26:28
화북도의원은 성의있는 정치허켄 핸게마는 성의가 똥통 하수처리장이라~~~
찬성허는거 맞으민 도의원 머리에 똥들은건게~ 화북주민을 뭘로 봐신고 그냥 지살던 육지집으로 가주민 조크라 화북일은 이녁 빌지 안행 우리가 알앙허크라~~~

2021-07-28 09:00:20
도의원이 있었나요?
우리마을에는 도의원이 없는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