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5:01 (화)
가정폭력 신고·보호조치 이뤄졌지만 "살인은 막지 못했다"
가정폭력 신고·보호조치 이뤄졌지만 "살인은 막지 못했다"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20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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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10대 청소년 살인 사건, 피의자 2명 모두 검거
제주동부서, "주거 침입 경로 등 근거, '계획 범죄' 추정"
사건 전 가정폭력 신고 있었지만 "경찰, 범죄 막지 못해"
제주동부경찰서. ⓒ 미디어제주
제주동부경찰서.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시 내 주택에서 청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2명의 피의자(A씨, B씨)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범으로 추정되는 피의자 B씨가 지난 7월 초, 피해자 모친을 폭행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당시 가정폭력 피해자(피해자의 모친) C씨를 위한 보호 조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모친과 B씨에 대한 격리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피해자가 숨지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의혹이다.

우선 제주동부경찰서 측이 20일 밝힌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지난 18일 오후 3시 16분경 제주시에선 10대 청소년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0시 51분경 일을 마치고 귀가한 피해자 모친 C씨의 신고로 수사가 시작됐다고 밝힌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의 집 주변 CCTV 영상을 통해 피의자 2명을 특정, 19일 오전 0시 40분경 피의자 1명(A씨, 40대, 남)을 거주지에서 긴급체포했다. 도주한 나머지 피의자 1명(B씨, 40대, 남)은 숙박업소에 숨어있다 같은 날 오후 7시 26분경 추가 검거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계획 범죄’로 본다. 피해자 집 주변 CCTV를 확인한 결과, 피의자 2명이 주택의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드나든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경찰은 “대낮에 정상적으로 침입하지 않고, 뒷문을 이용해서, 그것도 두 명이 (피해자 자택에) 침입한 것을 보면, 계획된 범죄로 보여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피의자 중 주범으로 특정된 B씨는 범죄 사실(살인 혐의)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경찰에 의하면, 공범으로 특정된 A씨는 일부 범죄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신체 일부를 잡는 등 일부 범죄에 가담한 것은 인정하나 직접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경찰은 두 피의자에 대한 범행 동기, 범죄 가담 정도 등 조사와 함께, 프로파일러를 통한 수사 또한 진행할 방침이다.


이밖에 해당 사건과 관련, 경찰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가정폭력 피해자 및 해당 가정 청소년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일, 피해자 모친 C씨는 제주동부경찰서를 방문해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사실혼 관계인 B씨로부터 폭행을 당하며,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당시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경찰은 7월 3일 가정폭력을 이유로 C씨(피해자 모친)로부터 신변보호 요청을 접수받았다. 이때 폭력은 자녀(사망한 피해자)를 제외하고, C씨에게만 행해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이튿날(4일) 경찰은 신변보호 임시조치(피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통한 연락 금지 등)를 C씨에게 적용한다.

관련해서 경찰은 C씨의 자택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순찰을 평소보다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CCTV 설치와 피해자 신변보호를 위한 임시조치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번엔 C씨가 아닌 그의 자녀, 10대 청소년이 범행 대상이 되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피해자 자택 주변에 설치된 CCTV는 경찰의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형태가 아니었다. 피해자가 집 안에서 자신의 집 주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용도였다는 것이다.

즉 경찰 증언에 의하면, 피해자 자택 주변에 설치된 CCTV는 사설 CCTV 통신장비와 별반 다를 바 없다. 'CCTV 설치비'만 경찰 측에서 지원해주는 형태였다는 설명이다.

이에 피의자 2명이 피해자 자택 침입을 시도할 당시, 경찰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당연히 살인 범죄도 막을 수 없었다.

이러한 지적에 경찰 측은 “향후 유사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선 방안을 강구하겠다”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찰 조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다. 모친의 가정폭력 신고가 있었지만, 결국 가정폭력범에 의해 10대 청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주 치안 시스템의 구멍이다.

한편, 경찰은 검거된 2명 피의자에 대한 영장을 이른 시일 내 요청할 것을 알렸다. 사안이 전국적으로 집중되는 만큼, 영장 발부는 어렵지 않게 이뤄질 거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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