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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예재단 공무원 파견 = 재단 무능력 인정한 것"
"제주문예재단 공무원 파견 = 재단 무능력 인정한 것"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15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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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제39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문예재단 공무원 파견 인사 두고 상임위 일제히 비판
"공무원 파견 요청, 재단 무능력 및 이사장 불통 의미"
(왼쪽부터 차례대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안창남, 박호형, 박원철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공무원이 파견되며, 재단 운영과 제주도정 인사 체계 전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7월 15일 오전 10시 열린 제397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자리에선 소속 의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재단 이사장에 대한 무능력 및 불통 문제 △제주도의 ‘자리 만들기’ 식 인사에 대한 의혹 등이 골자였다.

이날 회의에는 재단 노조의 청원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 다뤄졌다. ‘2021년 제주도 하반기 정기인사에 따른 공무원 재단 파견 철회 및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 개정에 대한 청원이다.

청원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제주도가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로 재단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공무원을 파견했는데, 이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이다.

다만 특이사항이 있다. 당초 공무원 파견 요청을 한 쪽은 재단이다. 제주도는 요청에 의한 파견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3일 결성된 재단 노조는 5월 24일 한짓골 아트플렛폼 사업 재검토 요구 성명에 이어 6월 28일과 29일, 각각 또다른 성명을 발표했다. 이승택 이사장이 제주도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이를 철회해달라는 요청이다.

재단 노조는 지난 1년여 기간 공석으로 둔 재단 경영기획실장 자리를 돌연 ‘공무원 파견’이라는 방식으로 채운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말한다. 그리고 노조의 시각에 도의회 상임위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상임위 박원철 의원은 “도정 조직이 너무 방만한 탓에 서기관들이 갈 자리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 제주도 인사에서 제주도 소속 서기관급 공무원이 설 자리가 없었고, 이에 출자출연기관(제주문화예술재단) 파견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박 의원은 표면적으론 재단이 도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박 의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재단의 ‘공무원 파견 요청’과 관련해 수상한 정황이 보이기 때문이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6월 25일,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승택 이사장은 제주도에 공무원을 파견해달라 요청 서류를 보냈다. 서류엔 “경영기획실장 공백에 따른 업무추진의 어려움이 많아 결원을 보충하고자 파견근무를 요청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자 제주도는 6월 28일자로 ‘파견 승인’을 내리고, 7월 1일자 인사(2021년 하반기 공무원 인사)를 통해 정맹철 서기관을 재단 경영기획실장 자리에 파견한다. 임기는 2021년 7월 2일부터 2022년 7월 1일까지다.

문제는 재단이 도와 주고받은 문서에서 드러난다. 재단이 6월 25일자로 도에 보낸 ‘제주문화예술재단 경영기획실장 결원에 따른 공무원 파견 협조요청’ 서류다.

제주도의회 측이 제주문화예술재단으로부터 받은 문서. 
이번 공무원 파견 요청 서류에 서명한 재단 팀장급 직원들의 근태 현황이 담겨있다.

도의회 상임위는 당시 공무원 요청 서류에 사인한 재단 팀장 4명 중 3명이 법정 휴가중이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서류 결제가 이뤄진 것은 오후 5시 3분~5분 사이로, 해당 시간엔 4명 팀장 중 3명이 휴가 중인 상황이었다.

이러한 사실에 상임위는 “이렇게 급박하게 공무원 파견 요청 서류가 결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따져 물었다.

박호형 의원은 “제가 알기론 휴가자는 결제 권한이 없다”면서 휴가자에게 결제를 요청한 사실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본다 말했다. 이에 인사 결정을 승인한 제주도 총무과 강재섭 과장은 “네, 인정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날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하며 밝힌 인터뷰 내용도 화제가 됐다.

안창남 의원은 <미디어제주>에서 2018년 6월 27일자로 보도한 원 지사 인터뷰를 인용하기도 했다. 원 지사가 민선7기 제주도정의 첫 인사 단행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언급한 내용이다.

<미디어제주> 2018.6.27일자 기사: 원희룡 “민선 7기 제주도정 첫 인사, 8월 중순 예상”

<미디어제주> 2018.6.27일자 기사: 원희룡 “민선 7기 제주도정 첫 인사, 8월 중순 예상” 일부 발췌.

당시 원 지사는 고위직 공무원들의 공기업 또는 출자출연기관 파견에 대해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격하게 누가 봐도 꼭 필요한 파견이라고 인정되지 않으면 없애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공무원들의 보직 숨통을 트기 위한 파견은 없애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이번 재단으로의 공무원 파견 인사가 ‘꼭 필요한 인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 의원은 우선 논란이 된 경영기획실장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었던 점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이어 최근까지 재단 내부에서 해당 자리 공개채용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던 점도 거론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공무원 파견을 요청한 사실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은 인사”라는 것이다.

안 의원은 논란이 되는 제주 한짓골 아트플랫폼 사업(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재밋섬 건물 문제야 (박경훈 전 이사장이 진행한 일이니 현재) 이사장이 설거지한다는 부분"으로 이해하지만, 이번 인사만큼은 "(이사장의 소통과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다 판단하니 (제주도가 공무원을) 파견한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도 측에 “(재단의 이승택) 이사장이 행정을 못 해서 서기관(공무원) 꾸려서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 자리가 그냥 경영실장 자리가 아니다. 재단의 사업과 관련된 기획, 홍보하는 책임자다. 그런데 일반 행정가(공무원)가 가서 할 수 있겠느냐”라고 추궁을 이어갔다.

이에 제주도 강재섭 총무과장은 “요청이 (재단 및 제주도 문화예술과로부터) 들어와서 (공무원을) 파견한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박원철 의원은 이승택 이사장에게 “원 지사가 사퇴하면, 동반 사퇴할 것인가”를 묻기도 했는데, 이사장은 내년 5월까지인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올라온 재단 노조 측의 ‘공무원 파견 철회 요청’ 청원은 제주도의회 의견을 덧붙여 제주도지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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