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22:27 (목)
했다 vs 안 했다... "도-주민, 엇갈리는 증언"
했다 vs 안 했다... "도-주민, 엇갈리는 증언"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10 05:5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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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면을 보다] 1.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논란

공사를 둘러싼 주민 찬반 갈등 사이
제주도와 주민 간 상충되는 증언들

기획특집 <이면을 보다>는 제주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 그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든 사람에겐 이면이 있듯, 사건에도 이면이 있습니다. 여러 이면을 통해 본질을 보게 되는 여정, 어쩌면 조금 더딜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을 겁니다.

이면을 바라볼 첫 사건은 화북 비석거리 인근에서 추진 중인 '월류수 처리시설 설치 사업' 인데요.

해당 기사는 화북 지역 주민 간 갈등 유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민의 실명 거론을 지양합니다. 단, 당사자 허락이 있거나, 도민의 '알 권리' 등 부득이 실명 공개가 필요한 경우엔 공개하도록 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 재개
화북 지역민, "사업 반대" 목소리

한날 한시에 함께 목격한 사건을 두고, 주민과 행정기관이 각각 다른 증언을 펼친다면?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화북 지역에서다. 주민은 "투표 자체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데, 제주도는 "주민 투표에서 찬성 의견을 받았다" 말한다. 

무슨 말일까? 지금부터 살펴보자.

7월 6일,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모습.

화북 지역 모 주민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사업을 중심으로, 마을의 분위기는 계속 어수선한 상태"다.

제주도는 지난 6월 17일,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사업(이하 ‘사업’)을 위한 공사를 재개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2020년 시작해 지역민 반대로 세 차례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이 네 번째 시도다.

현재 화북에서는 해당 사업을 중심으로, 주민 간 '찬성'과 반대' 입장이 각각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대체로 사업에 '찬성' 목소리를 내는 쪽은 금산마을회 임원진들. '반대' 목소리는 임원진을 제외한 금산마을 자생단체 혹은 화북 지역민으로, 규모만 봐선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물론 어느 한 쪽의 세가 강하다 단언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지 모른다. 화북 주민 개인마다 의견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화북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는 -지역주민에 따르면-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다. 제주도 관계자도 일정 부분 이를 인정한다.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사업예정지가 위치한 곳은 '금산마을'. 때문에 금산마을을 중심으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밟아왔다고 한다.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금산마을 이외 주민들을 포함, 화북 전체 동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화북 주민 1000명 서명을 목표로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반대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7월 9일 기준 약 400여명 서명을 받은 상태다. 

사업 반대 측 주민은 해당 처리시설이 단순한 '월류수 처리시설'이 아니라, 추후 더 큰 규모의 하수처리시설을 위한 전 단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업지 인근에 위치한 화북중계펌프장.

이와는 별개 같지만, 별개가 아닌 소송 건도 있다. 화북펌프장 설치 사업과 관련한 소송 건인데, 사업 반대 측 주민이 주도하고 있다.

곤을마을청정지역을만드는대책위원회 장창수 위원, 사단법인 제주참여환경연대 홍영철 공동대표는 화북중계펌프장이 설립 당시부터 문제되는 사업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에 여러 증거물과 함께 김태환 전 제주시장, 정채원 전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 하수운영과 운영관리팀장을 고발했다. 이들이 제기한 혐의는 △하천법 위반 △업무상 횡령 △공문서위조 등이다. 해당 사건은 현재 동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이처럼 월류수 처리시설 논란 외에도, 지금 화북 지역엔 안팎으로 시끌시끌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깨끗했던 화북 앞바다로 오수가 흘러나와 악취가 진동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곳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주민이 있어 건강이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얽혀 있을런지, 혹은 별개의 건으로 발현된 문제일런지. 하나씩 이면을 풀어보자.

이번 기사에선 평화롭던 화북 마을에 균열이 만들어진 까닭,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을 다뤄본다.

해당 사업을 놓고 마을 주민과 제주도 관계자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제주도 "주민 투표 했다" vs 주민 "안 했다"
2월 금산마을 정기총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설치공사와 관련, 제주도가 밝힌 사업개요.

앞서 밝혔듯 지난 6월 17일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그동안은 '시작하려 했지만, 주민 반발로 무산'된 반면, 이번엔 진짜다. 포크레인과 각종 공사 장비가 투입돼 흙을 퍼나르는 등 공사가 한창이다.

이러한 사실에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측은 지난 6월 17일 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사업과 관련된 의혹을 조목조목 나열했는데, 이에 대한 내용과 검증은 차후 기사를 통해 서술하도록 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보자. 기자회견을 개최할 정도로 사업 반대에 강성인 주민이 많은데, 공사 진행에 무리는 없는 걸까?

관련해서 행정의 답변을 들어봤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 2월, ‘금산마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 의견이 달라, 정기총회를 통한 표결에 부쳤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도 관계자는 정기총회 자리에서 ‘해당 사업을 해도 좋을지’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말했다. 심의 결과 “사업을 해도 좋다”라는 "찬성" 득표율이 우세했다는 설명이다.

투표 방식은 어땠을까.

도 관계자는 "(투표는) 거수로 해서 한 거다. 코로나 그런 것도 있으니 96명이 참석해서, 손을 들어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즉, 그의 말을 정리하면, 지난 2월 열린 금산마을 정기총회 자리에서 '화북 월류수 처리시설 공사' 관련 주민 찬반 투표가 있었고, '찬성' 의견이 우세했단 주장이다.

끝으로 기자는 확인 차 "의견 수렴 방식이 ‘거수 투표’가 맞는 지" 재차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민 거수 투표’ 사실을 입증할 증거는 없을까?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제주도가 가진 증거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회의록은 마을 쪽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녹음 같은 것을 하니까”라며 마을회가 가진 녹음본이 증거가 될 거라고도 말했다.

사업 예정지 인근에 있는 문화재, '화북 비석거리'.

이에 대해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주민들도 제주도와 동일하게 증언하는 바가 있는데, 아래 내용이다.

지난 2월 ‘금산마을 총회’가 열린 사실은 주민들도 동일하게 증언한다. 총회 안건에 대한 의논 결과, ‘찬성 의견’으로 가결됐다는 증언도 제주도 측과 같다.

동일한 증언은 여기까지다. 막상 중요한 ‘표결’ 얘기에서 주민들은 제주도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애초에 ‘표결’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제주>가 취재한 복수의 주민에 따르면, 제주도가 주장하는 ‘거수 표결’ 혹은 ‘주민 투표’는 애당초 진행된 적이 없다.

기자가 직접 만났거나,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청한 주민들은 어림잡아 약 20명 가량. 이들 중 2월 총회 자리에 참석했노라 증언한 이는 5명 가량이다.

그리고 이들 5명 모두 당시 총회 때 ‘투표’ 혹은 ‘거수 표결’이 진행된 바 없다 말했다. 심지어 총회 진행을 주도한 마을회 측에서도 해당일, ‘투표는 없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 9일 만난 금산마을 주민 김정남 씨는 “(마을 정기총회 당시 주민)투표는 안 했고, 누가 손 드는 거(거수 투표)도 없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밖에도 비슷한 증언들이 많았는데, 7월 6일과 9일 화북포구 인근 쉼터(정자)에서 기자가 만난 주민들(대부분 어르신)의 증언이며, 자세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거기(행정)에서 하는 말은 (사업이 완료되면) 담배꽁초 (바다로 못 빠져나가게) 걸리게 하고, 맹물만 (처리해서 바다로) 내려가게 할 거라고 했다.”

“여기는 앞으로 비 오면 엄청나게 냄새가 날 곳이라, 내린 빗물 깨끗하게 하려고 공사 한다고 했다.”

“물 깨끗하게 해주고, 다리 만들어주는 사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총회 당시) 가만히 있었는데, (그런 사업이 아닌 거라면) 충격이다.”

“하수 처리시설인 줄 알았으면 당연히 반대했다.”

“다리(교량) 만드는 거 아니었나?”

“사업 하면 마을에 냄새 더 심해진다. 하지 말아야 된다.”

"제주도를 못 믿겠다. 화북펌프장 만들면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해진다고 해서 믿었는데. 지금 바다에선 썩은 내가 난다."

이처럼 주민들은 사업에 대해 각자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월류수 처리시설'이 무엇이고, 왜 만들어야 하는 지 아는 주민은 한 명도 없었다. (반대 측 주민은 시설이 필요없다고 하므로 논외로 친다.)

이들은 왜 이처럼 사업을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는걸까?

금산마을 안에서 나름 중책을 맡고 있는 모 주민은 이렇게 해석한다.

"2월 금산마을 정기총회 자리에 참석을 했는데요. 그때 제가 느낀 점은 '얼렁뚱땅 넘기려고 한다'는 거였어요. 공무원이 와서 설명을 해준 것도 아니고, 사업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이런 시설이 생기면 냄새도 없애주고, 이번 기회에 싹 깨끗하게 해준다. 그러니 좋게 생각하고 박수치고 끝냅시다' 이런 식이더라고요."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거기(정기총회) 앉아 계신 분들이 거의 70대 이상인 분들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르신이 많아서 내용을 잘 모르시니까, 반대하거나 그러시는 분들이 당연히 없을 수밖에요. 특히 총회 때 할머님들은 다 뒷쪽에 앉아계셔서 더욱 내용을 모르셨을 거예요."

실제로 기자가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할머니) 8명은 모두 사업 내용을 전혀 몰랐다 증언했다.

6일 화북포구 인근 쉼터(정자)에서 만난 어르신께 "저쪽 화북천 바닷가 쪽에, 공사 하나 진행 중인 거 아시나요?' 하고 묻자 그는 "그거 마을 주민 반대로 중단한 상태"라며 공사 재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2월 금산마을 정기총회 자리에 참석했던 어르신이었는데, 나중에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엔 "그렇게 하면 안 된다(주민에게 사업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로 일을 추진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월류수 처리시설'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주민들이 이렇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걱정을 하는 걸까? 이는 다음 기사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화북 금산마을, 지역 어르신들의 쉼터가 되는 바다 앞 정자.

한편, 금산마을회는 공식적으로 사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제주>가 직접 마을회 측에 문의한 결과 '찬성'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단다.

또 제주도가 작성한 문건에 의하면, 2020년 6월 7일 ‘금산마을 마을설명회’ 때 주민 60여명이 참석, 대부분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반대되는 주민 의견이 나온다. 자신이 아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주민은 “도에서 나온 문건을 본 적이 있다. 주민 60여명이 찬성해서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제가 아는 사실과 달라서 좀 의아하다. 저는 당시 마을회장님한테 직접 여쭤봤다. 사업에 대해 마을의 입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물었을 때, 마을회장님께선 ‘결정 난 사안이 없고, (아무리) 회장이라고 (해도 찬반 결정을)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라고 증언했다.

화북포구에서 바라본 화북 바다 모습.

현재 해당 사업과 관련, 제주도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마을 사람들 동의를 얻었다 밝힌다.

첫째, 2020년 6월 금산마을 사업설명회를 통한 60여명 주민들의 찬성. 둘째, 2021년 2월 금산마을 정기총회를 통한 거수 투표.

그런데 금산마을 및 화북 지역 주민들은 둘 다 아니라고 한다. 거수 투표는 진행한 적 없고, 내용을 잘 몰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지 않은 것 뿐이라면서.

왜 양측의 증언이 이렇게 다른 걸까.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이면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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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2021-07-16 04:04:50
인간말종이다

권준일 2021-07-15 11:01:41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민원을 완전히 무시하는군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곰돌이 2021-07-15 02:29:24
해도너무합니다
어떻게공무원이거짓말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