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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근, 현대 주거건축의 공간사 시론 -6
제주 근, 현대 주거건축의 공간사 시론 -6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7.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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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1년 5월호] 스페셜 시리즈_근대주거건축의 전개 ②
김석윤(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제17대 회장/건축사사무소 김건축)

사례-3. 삼도2동1155-1, 제주형 도시한옥

제주형 도시한옥이라는 용어는 생소하다. 건축학과 지역학의 대상이지만 이 실체에 대한 연구성과가 부재하여 그렇다.

도시한옥은 한국 전통 주거유형이 근대화된 도시환경에 적응하며 새롭게 형성된 주거건축을 말하고 근래 들어서 한옥문화 장려 정책에 힘입어서 연구가 확대되었고 복원과 재생에 관심이 고조되어 있다. 제주학에서 지역 문화의 정체성 논의에서도 이에 학습이 필요한데 관심 밖에 있다.

제주형 한옥은 한국의 주거계통에서 제주형으로 분류되어온 주거의 별칭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제주도 지방문화재의 민속자료에서는 제주와가로 초가와 구분 지정되어 제주형 한옥의 명맥을 지켜오고 있을뿐 제주형 도시한옥이라 아직 상세한 적이 없다. 제주형 한옥이라고 이름하여야 했을 제주와가가 가진 특기 성질들로는 우선 ㅡ자형 평면과 우진각 지붕형을 고수하는 것을 위시해서 겹처마와 굴도리, 소로류의 권위형 요소가 없는 것과 지붕마루 쌓기에 적새의 단수를 적게 하여 지붕 마루높이가 낮고 마루곡, 추녀곡과 안허리곡이 절제된 것하고 더러 붉은 색조를 띠는 기와는 살이 두텁고 크기가 대와인 것, 처마 끝의 와구토가 선단에서 튀어나오게 붙이지 않는 것 등을 대체로 열거할 수 있겠는데, 이들은 모두 내풍적 선택의 결과이고 본토의 한옥과 외형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다.

여기 삼도2동 1155-1번지에 있는 제주형 한옥은 전통적인 제주의 주거형식이 도시주거형으로 변화하는 단계의 초기 모습인 중당형(中堂型) 한옥과 유사한 배치형식을 보여준다.

이전 시대의 전통 주거에서와 같이 대지 중앙에 마당을 두고 이 주위에 건물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고 본체를 대지의 한 가운데에 남향으로 배치시킨 것을 보면 이제 제주 사회가 농본 의식에서 벗어나 상업 위주의 도시형 생활로 바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생업이 농사일 때에 외부 작업장으로 필수적인 마당보다 내부공간의 가치가 더 중요해졌고 집의 좌향을 정하는 배치기준도 달라졌다는 뜻이다.

구조형식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익힌 일식 구법과 치목 기법을 사용하였고 간잡이도 일본식 주거의 田자형 평면과 유사하게 변화되어 있다. 내부에 미닫이문을 많이 설치하고 전면에만 두고 있는 툇마루 선단에는 유리문을 달았다. 내부에 노출된 구체와 치장재의 맞춤이 치밀해지고 천정도 모두 엇평치고 회바름으로 마감하여 일식주택의 내부와 닮았다.

다만 우물마루를 깔고 있는 것하고 제주돌로 외벽을 쌓은 것과 한식기와를 옛 공법으로 잇기한 것, 온돌설비를 갖춘 것은 토속의 기본을 보이고 있다.

기와지붕이 약한 추녀곡과 안곡을 두고 소매걷이한 서까래로 한옥의 내력에 충실한 모습이 있는 반면에 서까래 위에 산자를 엮지 않고 지붕널을 깔고 있는 것은 일식 실용성 공법이다. 외벽의 제주돌쌓기는 바른층으로 가지런하여 숙련된 석공의 솜씨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재료와 기술이 도입되고 주거형식이 도시화되는 변화 과정에서 낮고 어두운 옛 주거의 약점을 해결하려는 욕구는 근대화 시기의 주거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였을 듯하다. 천정높이 변화와 유리사용이 확대되었던 것은 이를 보여준다.

이 기와집은 전통을 따르고 있으나 대지의 중앙에 본체를 배치하고 집높이를 한층 높게 하고 치목과 다듬어 쌓은 외벽 돌쌓기로 제주형 도시한옥의 품격을 더하고 있다. 주거동의 재료, 공법과 동일한 단간의 평대문을 짓는 것은 제주주거가 면면히 전승하여온 고법이다. 제주기와로 지붕을 덮은 이 집은 제주형 한옥의 풍미를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사례일 듯하다.

사례-4. 중앙로 86, 일식주택

이 집이 있는 곳은 옛 한짓골로 불린 동네이다. 1960년대 초반에 중앙로가 개설되면서 대로변으로는 상가가 형성되어 이 집은 상가건물의 뒤편에 숨겨져 있다.

주거건축의 근대적 변화는 우선 건물의 배치기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대지의 한가운데에 건물이 자리해 있다. 도시화로 주택이 과밀화되고 생업이 이전과 달라졌다. 주거내의 제기능들이 내부공간화되어서 주거의 규모는 커지고 오랫동안 고집해 온 ㅡ자 구형(矩形)의 단순한 평면형태에서 벗어나 꺾인 L자 형태로 평면이 변화되었다. 꺾인 형태의 집은 지붕구조를 짜기가 복잡하고 지붕의 회첨골에서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을 잇기에 마땅한 새로운 재료가 필요하고 시공기술이 섬세하여야 한다. 일식집에서 전래된 탈화 전용 공간인 현관이 생기고 이 바로 옆에 꺾인 평면으로 돌출된 방은 응접실로 쓰인다. 꺾인 평면의 집을 짓기는 지붕공법의 획기적 발전을 의미한다.

이 집은 오랜 세월을 지내며 내부구조가 개축되어 원형을 찾기 어렵게 평면 조직이 흩어져 버렸지만 일식집의 틀을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다. 양호한 일조를 위하여 방과 대청을 전면에 놓고 뒤편으로는 욕실과 화장실 그리고 부엌을 놓았다. 벽돌 조적구조에 지붕은 목구조로 시멘트제 일식기와를 올렸다. 시멘트제 일식기와는 이 시기에 널리 보급되던 지붕재료였다. 넉넉히 내민 처마 밑은 바람막이 널판으로 감싸서 처마부분에 서까래가 보이지 않는다. 조적 구조는 개구부를 넓게 낼 수 없는 것이 단점인데, 이를 보완하려면 철근콘크리트 인방보로 보강하는 것이 손쉬운 해결책이다. 조적구조 보급 초기의 다른 집들에 비해서 이 집은 콘크리트를 여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현관밖 포치에는 원기둥을 돌출시켜서 콘크리트조의 채양을 받치고 있고 창의 주위를 콘크리트로 돌출시켜 곡선처리를 하거나 재료의 이음과 분리를 정교한 장식성 곡선처리로 마무리하고 있다.

외벽은 인조석 물씻어내기로 십분 공을 들였다. 인조석 물씻어내기 공법은 이 시기에 널리 쓰인 장식성 신공법으로 숙련된 미장공만이 할 수 있었다. 처마의 물홈통과 건물 외벽의 하분(下分)처리 상세의 전반을 종합해 살피건데 이 집은 새 양식이 들어와서 지역 욕구에 맞도록 수정되기 이전 단계의 요소들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주거 유입 초기에 일식주택의 영향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사례-5.관덕로6길 18, 김씨주택

이 집은 꺾인 L자 평면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L자 평면 형식은 주거의 근대성 욕구인 일조 확보와 대지 안에 외부공간을 외, 내향성과 기능에 따라 구분하기에 유리하므로 여러 문화권에 두루 분포가 확인된 주거 평면형태이다. 특히 기후조건이 가혹한 지역에 그 분포역이 형성되어 있다. 공적 외부공간과 내향성 프라이비트 정원이 구분되고 있음이 이 집의 두드러진 성격이다. 도시 주거의 기본 요구인 개인권의 확보에 L자 평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법은 일식 오카베 구조를 보여준다. 오카베 구조는 우리는 목조평벽이라고 불러왔는데 외부마감이 자유로워 널리 쓰이던 일본식 집의 보편공법이다. 내부간벽은 목조심벽이다. 심벽은 기둥과 기둥사이를 산자 혹은 얇은 목재(기스리)로 엇평치고 그 위에 흙이나 회바름으로 마감하므로 기둥이 노출되는 벽공법을 말한다. 전자의 경우와 똑같이 지붕에는 일본식 시멘트 기와를 올리고 처마밑 부분의 처리도 처마돌림과 바람막이 널판으로 가리고 있는 것하고 홈통을 설치한 모습도 같다. 외부 마감은 현관 부분에 장식성을 집중 강조하고 있다. 흔히 쓰였던 인조석 씻어내기가 아니고 인조석 갈기로 같은 시기의 다른 공법이다. 방바닥의 하부 위치에 환기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면 건립 초기에는 일본식 다다미 방이었다가 후에 온돌구들로 개조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평면이 마루가 중앙에 놓인 우리의 전통 간살을 따르지 않고 거실과 개실 영역이 구분된 서양식이지만 화장실은 본체에 있지 않고 대문쪽의 한 켠에 별동으로 분리시켜 전 근대를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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