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받고 “내가 운전” 진술 친구 벌금 100만원
재판 끝난 뒤 서로 눈 보며 고개 ‘끄덕끄덕’ 인사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친구의 음주운전을 덮어주려다 나란히 법정에 선 '6년 지기'의 운명이 엇갈렸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는 17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음주운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의 친구 B(31)씨는 이날 범인도피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3월 24일 밤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로 제주시에서 승용차를 몰다 음주단속을 발견하고 도주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몸으로 막아서자 그대로 들이받고 도주했다. 다음날 오전 경찰에 긴급 체포되자 B씨에게 운전한 것으로 진술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혐의도 있다.
B씨는 A씨의 부탁을 받아 경찰 조사에서 해당 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음주운전 외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더 있은 것을 안 뒤 진술을 바꿨다.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들이 6년 동안 알고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앞서 수 차례 음주운전죄로 처벌받은데다 이번 범행은 집행유예 기간 중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B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집행유예 기간 중 음주운전을 하고 단속을 피할 목적으로 경찰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나이, 성행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B씨에 대해서는 "범인도피 범행은 중대한 범죄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경찰 출석 후 1시간 이내에 자신이 운전자가 아님을 밝힌 점 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랜만에 만난 듯 피고인석에서 가볍게 인사했고 선고가 끝난 뒤에는 눈을 맞추고 머리를 끄덕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