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3:21 (금)
제주 돌집의 원형을 찾다, 고산집
제주 돌집의 원형을 찾다, 고산집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6.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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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1년 1월호] PLACE

설계 : 이창규(에이루트 건축사사무소)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2166-3, 2167-1번지
대지면적 : 1,240
연면적 : 122.32
규모 : 1
구조 : 한식 목구조, 연와조

고산집 전경.
고산집 전경.

고산리는 제주에서도 가장 서쪽 끝에 있어 외지인의 손을 비교적 덜 탄 지역에 속하는데, 제주의 다른 지역과 다르게 평평하고 너른 밭이 많은 편이다. 집은 마을 중심에서 살짝 벗어나 제주 전통가옥의 구성을 하고 푸른 양배추 밭 사이에 살포시 놓여 있다. 몇 번의 수선을 거친 듯 보인 집은 비교적 단단하게 지어진 안거리와 엉성하게 지어진 밖거리, 쇠막의 구성을 하고 있었고, 생활에 따른 증축과 변형이 심한 편이었다.

진입부의 제법 고즈넉한 올래와 수목들과 슬며시 드러난 지붕과 벽의 구조를 보며, 이 집의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고, 현대의 삶이 정갈하게 녹아들 수 있도록 고치는 것이 이 집에 가장 필요한 수선이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하였다. 마치 서울의 도시한옥을 고치듯 철거부터 섬세하게 진행하였고, 다양한 수작업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였다. 고산집은 리모델링이라는 프로젝트의 성격상, 그리고 그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설계를 진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집이 가지고 있던 좋은 것들과 고쳐야 할 부분들을 확인하고, 새로운 삶의 형태와 미감을 불어넣어 균형을 잡으려 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 제주집의 구성을 찾아내다

기존 집은 생활방식과 의식이 변화함에 따라 필요에 맞게 증축되고 변형되어 있었다. 안거리는 부엌과 화장실이 실내화되면서 구조가 답답해지고 어색해졌으나 기본적인 부재 상태가 생각보다 좋은 편이었고, 상방에서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이 꽤 고즈넉했다. 쇠막은 빈약한 목재와 황토벽이 드러나 있었고, 엉성한 밖거리는 작은 두 칸의 집으로 독립적인 채로 사용하기는 다소 불편해 보였다. 두 팀이 나누어 쓸 때도 있고, 인원이 많은 한 가족이 오면 안거리를, 2인 정도가 온다면 밖거리를 쓰고, 쇠막은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주방으로 만들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지면서 큰 배치가 결정되었다.

11명의 건축주와 지인들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 보편적인 구성, 집의 기본에 충실한 설계, 제주의 시골마을에 새침하게 들어서지 않을 것, 예산에 맞추어 조화를 이룰 것 등을 염두하며 작업에 임하였다.

# 기존집을 존중하며 새로운 집의 정서를 불어넣다

불필요하게 증축되어 있거나 생활에 대응하여 급급하게 변경한 부분들을 털어내어 집이 가진 가능성을 원점에서 바라보고, 지금 현재 필요한 기능과 편의를 녹여내는 작업을 시작으로 집의 새로운 정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리고 골목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깊은 올래, 오랫동안 집을 지키고 있던 수목들을 고려하여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 되도록 구성하였다. 보통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새로 손 본 집들은 연약해 보이기 마련이다. 고산집은 기존의 수목과 돌담, 시멘트담 등을 세심히 매만지고 보수하여 최대한 보존하려 하였는데, 그 덕분에 11명 가족의 새로운 삶을 담으면서도 고즈넉한 집이 될 수 있었다.

# 익숙한 새로움, 기억을 재구성하다

안거리는 천장을 모두 뜯어내고 황토색 페인트 칠이 되어 있던 기존 목구조를 모두 갈아내어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었다. 방, 마루 구성을 가진 커다란 안방과 현대의 쓰임에도 어색하지 않도록 조정하여 배치한 제주식의 상방과 챗방은 익숙한 새로움을 주는 구성이다. 또한 거실에는 한옥과 같이 마당으로 열리는 커다란 네짝 미서기 문을 두어 마당과 적극적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변화다. 밖거리와 쇠막은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가볍게 수선을 진행하였다.

두 채 모두 지붕 구조가 안거리 만큼 정연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조 보강 후 경사를 살리고 내부에서 다시 마감을 하는 정도로 마무리를 하고, 밖거리는 방과 작은 거실, 화장실로 된 원룸으로, 쇠막은 부엌, 식당으로 재구성하였다. 쇠막은 기존의 황토를 그대로 유지하고 부분적으로만 보수하여 기존 집의 맛을 살리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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