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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활권 중심의 보행도시를 위한 한 걸음
작은 생활권 중심의 보행도시를 위한 한 걸음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6.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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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1년 1월호] 칼럼
김용미_제주특별자치도 총괄건축가/㈜금성종합건축사사무소
김용미 제주도총괄건축가
김용미 제주도총괄건축가

제주는 특별한 곳임에 틀림없다. 이 코로나 위기에도 제주공항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주중에도 비행기는 연일 만석이다. 제주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제주도의 세수 확보를 위해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자. 그 흐름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 그것이 대다수 제주 주민의 일상생활 속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일까?

제주를 찾는 사람은 거의 대다수가 도착하자마자 자동차를 빌려 자연으로 떠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도보로 도심 관광에 나서는 사람은 헤아릴 정도다. 그건 도심에는 가 볼 만한 매력적인 장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있더라도 띄엄띄엄 있어 그 장소들을 걸어서 다닐 만큼 보행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다 보니 대다수 관광객들에게 자동차 렌트는 필수이며 그들은 주차하기가 어려운 도심에는 들어가질 않는다. 그러니 관광객이 아무리 많이 온들 그들 덕분에 소상공인이 많은 도심이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만일 도심에 매력적인 장소가 많이 생겨나고 그것들이 서로 좋은 보행로로 연결된다면, 그래서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자동차를 빌리지 않고 도보로, 제주의 고유한 매력을 탐색하기 위해 제주 도심을 누빈다면, 거리는 활성화될 것이고 도심에 보다 더 좋은 호텔이 들어설 것이며, 자연 파괴의 주범인 자연경관지 개발사업도 어느 정도 멈추게 될 텐데 이것은 꿈에 불과한 것일까? 이러한 도시야말로 주민들에게도 행복한 도시이며 누구나 바라는 도시가 아닌가?

지난 산업화시대, 도시가 팽창하면서 도시구조는 자동차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옛 도심은 도로확장으로 본래 모습을 잃었으며 하천도 복개되어 도로나 주차장이 되었다. 도로가 넓어질수록 도심의 매력은 사라졌고 도시는 걷기 힘들게 되어 자동차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도시의 확대를 부추기고 도심 활력을 떨어뜨리는 자동차중심 도시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으로 돌릴 묘책은 없는가? 그것은 어쩌면 최근에 시작된 거대한 사회변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흐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도시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지금도 새로운 공간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그에 대응하여 새로운 택지가 개발되고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은 좋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지 인구 증가로 인한 절대적인 수요증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가 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도시 확장은 결국 도심공동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금 신도시를 건설하느라 비용을 쓰고 그로 인하여 공동화된 도심을 재생하느라 또 비용을 쓴다. 인구 감소가 더 지속되면 이것을 더 감당할 수 있을까? 인구는 줄어들어 도심 곳곳이 비어 가는데 이미 확산된 도시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그 관리비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세금으로 부담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제 가보지 않았던 길을 새로이 개척해서 가야 한다. 그것은 기존 도심의 재구조화를 통하여 질 좋은 도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작은 생활권을 중심으로 기존도시의 인프라를 보완하여 도시민에게 필요한 편의시설과 공공공간들이 촘촘히 짜여 있도록 하여 ‘15분 도시’가 의미하는 바대로 동네 생활권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요즘에 정부 지원 사업으로 도심 외곽에 짓는 생활SOC 복합화사업은 여전히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는 과거 지향적 사업이다.

도시 외곽에 있으면 이용자가 모두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작더라도 가까이 있어 자주 이용할 수 있는 시설 확충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되었다. 일상의 행복을 위해, 자동차를 피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는 동네 산책길이 옆 동네로 연결되고 어린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동네놀이터와 걸어서 갈만한 괜찮은 장소들이 연결돼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제주 주민을 위한 공간복지이다. 이를 위해 도심 현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기초로 한 세심한 전략과 계획이 필요하다. 제주의 건축사들이 이에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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