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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코로나 위기 시대, 사람에게 예산을 써야
기고코로나 위기 시대, 사람에게 예산을 써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6.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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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예산감시시민모임 노민규 대표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을 분석하며
제주예산감시시민모임 노민규 대표.

395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가 시작되었다. 이번 회기에 올라온 추가경정 예산안(제주도지사가 제출한)을 분석해보았다.

먼저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의 총규모는 5조 8299억 원에서 4011억 원 증가한 6조 2310억 원이다. 일반회계의 경우 3346억 원 증액, 특별회계의 경우 665억 원 증액되었다.

세입예산안 중 특기할만한 점은 보전수입 및 내부거래 부분인데 기정예산보다 2155억 원 증액된 8746억 원에 해당한다. 내용으로 보면 순세계잉여금, 법정잉여금 등이 이에 포함된다.

세출예산안을 살펴보자. 일반공공행정분야 408억 증액(5976억), 공공질서 및 안전분야 413억 증액(3410억), 교육분야 97억 증액(1208억), 문화 및 관광분야 41억 증액(2688억), 환경분야 719억 증액(7724억), 사회복지분야 584억 증액(1조 3953억), 보건분야 159억 증액(952억), 농림해양수산분야 109억 증액(6405억),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 634억 증액(2709억), 교통 및 물류분야 528억 증액(5093억), 국토 및 지역개발 분야 321억 증액(4540억)이다.

100억 넘게 증액되는 예산을 보자. 재난관리기금 전출금 300억, 재정안정화기금 전출금 146억, 제주 지역화폐 발행 및 운영 135억,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 110억이다. 반면 100억 넘게 감액되는 예산을 보면 제주시 서부지역 복합체육관 건립 123억, 배합사료 직불금 107억이다.

이번 1회 추가경정 예산안에서 증액되는 예산이 무려 4011억 원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중에서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예산은 많지 않다. 재난관리기금 전출금 300억이 실제로 도민들을 위해 사용될지는 미지수다. 재난관리기금에서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도 하는데 1차 재난지원금은 412억, 4차 재난지원금은 273억(2021.3.31.기준) 지급되었다. (참고로 1차는 중위소득 100%이하, 4차는 소상공인 등에 지원, 재난관리기금 및 재해구호기금에서 지급되었다.) 최근 재난관리기금 사용내역을 보면 4차 재난지원금으로도 사용되지만 천미천 지류 하천 정비공사 시행 등 시설비 항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반면에 공영주차장 부지매입 및 조성 등과 같은 시설비에 증액되는 항목은 너무나 많다. 인프라 확충 24개, 558억 규모. 여전히 사람보다는 사물(건물)에 많은 예산(세금)을 쓰려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교통 및 물류분야를 보면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재정지원 110억 증액이다. 본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바 2018년 버스 준공영제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2018년 965억, 2019년 962억, 2020년 1002억 가량 지원되었다. 2021년 예산안을 살펴보면 교통 및 물류 부문에 4565억 원이 편성되었고, 이 중 대중교통·물류 등 기타 항목에 2603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은 늘었을까? 최근 10년간(2011년-2020년) 대중교통 연도별 수송인원을 확인해보았다. 2011년 4617만, 2020년 5037만으로 약 400만 명 정도 늘어났다. 승객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2020년에만 약 1002억 가량 버스 준공영제 예산으로 지원되었고, 올해 추경으로 110억 원까지 편성한 것이다.

그리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시설 항목에 43억(증액) 편성되었다. 2021년 예산안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진입도로 개설사업에 4억 원이 편성되었다. 이렇게 얼마 안가서 추경 43억 올릴 것이라면 처음부터 2021년 본예산에 올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공영주차장 부지매입 및 조성에 45억(증액) 편성되었다. 2021년 예산안에는 주차장사업(특별회계)에 312억 원이 편성되어 있다. 그런데도 또 45억 증액하려 하고 있다.

위 세 가지 항목만 보더라도 과연 이번 4011억 증액되는 추가경정 예산안이 도민들을 위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그 다음 항목으로 본인이 주목해서 보는 항목은 제주 전기차 선도도시 전기차 구입 보조금 24억 항목이다. 2021 예산안에는 전기자동차 선도도시 구축 등 전기차에 편성된 예산이 약 678억이다. 편성된 예산만 600억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또 증액하려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람에게 쓰려는 예산은 없을까 찾아봤다. 교육분야에서 2021년 고교 무상교육비가 20억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청사 리모델링이 25억 인데 그보다 작은 것은 아쉽다고 생각한다. 버스 준공영제 예산 110억과 비교한다면 1/5에도 못 미치는 숫자이다. 이런 예산은 좀 더 늘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삭감되는 예산도 있다. 배합사료 직불금 107억, 친환경비료 지원 12억,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무역분야) 19억 등이다. 오히려 친환경비료나 청년일자리 사업 관련 예산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SOC사업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 그린시티 조성사업 27억 등을 비롯해 설비(SOC)투자가 약 558억 규모다. SOC사업이 하도 많아서 SOC사업만 따로 빼두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SOC사업이 도민들에게 실제적인 혜택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이 외에 기후위기 대응 예산이 올라오지 않은 것은 의외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예산안은 보이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소각시설 운영·관리 항목에 27억이 잡혀 있다. 2021 예산안에는 계속비사업조서에 환경자원자원순환센터 조성 및 폐기물처리시설 확충(단위사업) 1069억이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자원순환센터를 건설하는 것도 좋지만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여나가야 하지 않을까?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면 줄여나갈 생각을 하는 것이 먼저이지 센터를 짓는데 예산을 쏟는 것은 성장주의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임시회는 6월 9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추가경정 예산안만 보더라도 제주도는 여전히 SOC사업에 치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제주도 행정에서 예산이 없다 혹은 코로나 위기다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추가경정 예산안만 보더라도 행정이 어느 분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SOC사업으로 주민편의를 보장하는 것도 좋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예산도 확보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삶의 근간이 되는 농업 분야의 친환경농업, 코로나로 고통을 겪게 될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도 매우 중요하고, 예산을 늘여나갈 필요가 있다. 도로 방면에서는 보행자 도로나 자전거 도로 정책도 중요하고, 예산을 늘여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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