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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탄소흡수원 나무 제거하면서 탄소 없는 섬 추진?
기고 탄소흡수원 나무 제거하면서 탄소 없는 섬 추진?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5.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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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예산감시시민모임 곱진돈 노민규 대표
제주예산감시시민모임 곱진돈 노민규
제주예산감시시민모임 곱진돈 노민규

5.30-5.31 P4G 정상회의 개최··· 제주의 현실은 어떨까?

P4G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5월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리는 P4G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정상회의에 45개 국가가 참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포용적 녹색 회복과 탄소중립을 향한 중요한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추가로 상향한다고도 언급했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인 제주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필자는 탄소흡수원인 나무가 잘려 나가고 도로가 들어서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곳은 제주시 한라수목원 사거리 서쪽방면 도시계획도로 부지였다. 공사명은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개설사업으로 총 길이는 584m이다. 멀리서 육안으로 확인했을 때 나무들이 베어져있어서 직접 가서 확인해보니 잘려진 나무들이 1-2m 가량 높이로 쌓여 있었고, 도로 옆에는 그루터기들이 휑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은 나무가 잘리고 도로가 들어서려는 곳이 이곳만이 다는 아니었다. 한라수목원 아래쪽에는 부림랜드-1100도로 건설공사가 이미 진행중이다. 그 과정에서 수 십 채의 나무가 베어지고 있는 과정을 목격한 바 있다.

‘이곳에 도로가 꼭 필요한가?’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바 제주시 도시계획도로 사업은 총 91개였다. 서귀포시 도시계획도로 사업은 총 22개였다. (2021.4.8.기준) 중기지방재정계획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5년간 도로사업(도로건설 및 관리)에 1.2조원(기투자 277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을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제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사업이 있다. 바로 카본프리아일랜드, 즉 탄소 없는 섬이다. 탄소 없는 섬이란 말 그대로 앞으로 탄소배출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탄소 없는 섬 앞에 구체적 숫자가 하나 있다. 바로 2030이다. 2030 탄소 없는 섬을 도에서는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2012년부터 가파도에서 카본프리아일랜드 추진사업을 시작했다.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사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아직은 듣지 못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3차 제주형 저탄소 녹색성장 5개년 계획(2019-2023)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수단을 6개 부문, 38개 세부감축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절수기기 보급, 빗물 재이용시설 확대, 카셰어링, 복합환승센터 운영, 그리고 500만 그루 나무 심기. 이 외에도 세부감축수단이 더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5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9년도와 2020년도 모두 합해 200만 그루가 넘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한 쪽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방대한 양의 나무를 심고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베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행정 스스로가 엇박자 나고 있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85억 원(부림랜드-1100도로 75억 원, 수목원서길 도로 10억 원-기투자금액, 2020.12.31.기준)이라는 예산, 즉 국민세금을 들여가면서 말이다. (참고-제주시 도시계획도로사업, 79개, 기투자금액 2564억 원, 2020.12.31.기준)

무엇이 문제인가?

왜 이런 모순된 정책이 진행 중인 것일까? 나무를 베어내는 것은 왜 문제일까?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흡수원의 기능을 한다. 건물이나 자동차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나무들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비가 오면 물을 머금는 역할을 하여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물론 제주의 경우 숨골이 있어서 홍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나무(자연)는 인간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를 베어내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인가?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을 보자. 본 구간은 제주지방경찰청 신축 예정에 따라 지역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서라고 사업목적을 밝히고 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어떤 근거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다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리고 교통편의를 위해서 나무를 베어가며 도로건설을 하는 것은 타당한 것일까?

이 외에도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환경경제적 측면에서 생각해보자. 편리함과 경제적 타당성(B/C) 이외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다. 경제학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비용. 즉,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 예를 들어, 돌봄노동의 경우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거나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래도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그런 것처럼, 환경의 가치 역시 경제적 비용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기존에 나무가 있음으로 인해서 자동차와 건물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기능은 경제적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무(자연)는 사람들에게 쉼과 여유라는 가치를 주지만 이는 비용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나무를 베고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인간에게 무조건 이익일까?

안타깝게도 제주도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언론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제주에서 매년 4300건에 달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2016-2020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649건(제주)으로 전국 평균(422건)보다 많다. 한정된 공간에서 자동차가 많아진다면 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도로가 늘어나면 차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차량이 늘어나면 교통체증 등의 불편으로 또다시 도로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통편의라는 장점도 있지만 교통사고라는 단점 역시 존재하는 것이다. 교통체증이나 교통사고 등의 경우에는 어떻게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환경적 가치(자연의 순기능)와 재난의 가능성(교통사고) 등은 비용으로 따지지 않는 것이다. 필자는 환경적 가치와 재난의 가능성 역시 도로건설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현장 사진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현장 사진

 

공간이 갖는 의미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바로 공간이 갖는 의미다. 사람들이 많이 찾았던 곳이건 그렇지 않건 누군가에게 한 장소 혹은 공간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던 곳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시간이 지나고 도로가 완성된 뒤에 그 곳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 공간의 본래적 의미는 상실된다. 건설된 이후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공간적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도로건설이 아닌 공원이나 벤치를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쉼과 여유라는 편의를 제공할 수도 있다. 누구나 그 공간에 가서 산책을 하거나 쉴 수 있는 공간. 필자는 그런 공간이 제주의 곳곳에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둘 사라지고 개발과 성장이라는 결론으로 수렴된다면 공간적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벌목 현장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벌목 현장

 

예산은 어디에 써야할까?

제주를 포함한 많은 지방공무원들은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를 방문한다. 그리고 도의원들은 예산문제에 대해 거론할 때 예산집행률을 많이 언급한다. 한 해에 계획한 예산을 얼마만큼 집행했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필자는 국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그리고 예산을 잘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예산이 국민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도로확장과 건설, 관리(보수)에 방대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그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고,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고, 기존의 공간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화석연료가 무한하지 않듯이, 자연도 무한하지 않다. 도민들 중에는 도로보다 공원을 더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공원은 쉼과 여유라는 가치를 인간에게 줄 수 있다. 그 결과 도민들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더 좋아질 수 있다. 꼭 공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제주도는 5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나무를 베어내지 말고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과 정책을 고민했으면 한다. 한 사람이 P4G 정상회의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선언보다 실천이 필요하다. 우선 엇박자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부터 시작해보자.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잘려진 나무들
수목원서길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 잘려진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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