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음주운전 덮으려다 나란히 법정 선 '6년 지기' 빗나간 우정
음주운전 덮으려다 나란히 법정 선 '6년 지기' 빗나간 우정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5.13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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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유 상태 음주운전…단속 경찰 들이받고 도주
친구 부탁 받고 “내가 운전” 진술했다 뒤바꿔
검찰 30대 2명에 징역 3년·벌금 200만원 구형
재판부 “법이 우습냐” 호통 내달 17일 선고 공판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음주운전에 걸리자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거짓 진술을 부탁하고 이를 받아들인 '6년 지기'가 나란히 법정에 섰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13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A(31)씨와 범인도피 혐의 B(31, 불구속)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 3월 24일 밤 혈중알코올농도 0.134% 상태로 제주시에서 승용차를 몰다 음주단속을 발견하고 도주하다 경찰이 몸으로 막아서자 들이받으며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날 오전 경찰에 긴급체포되자 B씨에게 운전한 것으로 진술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혐의도 있다.

B씨는 A씨의 부탁을 받아 경찰 조사에서 해당 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다. B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더 있은 것을 안 뒤 진술을 바꿨다.

이들은 6년 동안 알고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는 앞서 음주운전죄로 처벌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린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재판이 열린 201호 법정.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재판부는 이날 심리에서 A씨에 대해 "판사의 말이 말같지 않으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또 "술 마시고 운전하다 단속에 걸렸고 경찰이 정지하라는데도 차로 밀었다"며 "넘어졌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옆에 앉은 피고인(B씨)에게 대신 운전해달라고 전화했다. 공소사실을 보면 법을 아주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B씨에 대해서도 "피고인도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냐"며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느냐. 피고인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일침했다.

이날 공판은 A씨와 B씨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결심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B씨에게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변호인들은 모두 "피고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 피해 경찰과도 원만히 합의했다"며 선처를 구했다. 다만 B씨가 경찰에서 거짓진술을 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달리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제 운전한게 누군지 부르라고 하니 전화해 '경찰서로 와달라고 한 말'을 B씨가 듣고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해야 하나보다라고 생각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의 변호인은 "피고인(B씨)이 '음주운전 부탁'을 받은 것은 그 전이었고 나중에 A씨가 호송 중 걸어온 (경찰서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2명의 피고인들은 재판부 앞에서 "잘못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7일 오전 이들에 대한 선고공판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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