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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오름, 새별오름에 이어 이젠 형제섬까지?
용눈이오름, 새별오름에 이어 이젠 형제섬까지?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05.0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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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형제섬 정상 등정 모습 보여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유감
송악산 방면에서 바라본 형제섬의 모습. ⓒ 미디어제주
송악산 방면에서 바라본 형제섬의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제주도가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뒤로 거의 모든 홍보 영상이나 게시물에 내세우고 있는 제주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제주 관광이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것도 최근 자연을 찾아 떠나는 소규모 힐링 여행으로 여행 트랜드가 바뀌면서 내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제주 곶자왈과 만장굴 미공개 구간, 제주의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돼 방송되고 있는 TV프로그램도 이같은 맥락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부분 해외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촬용했던 프로그램이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촬영을 나가지 못해 제주에서 촬영된 부분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우연히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된 필자는 출연진들이 제주 곶자왈에서 먹고 자면서 불까지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부러지거나 태풍에 쓰러진 나무토막을 가져다 즉석에서 로프를 이용해 해먹을 설치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대목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앞에 있는 형제섬에서 낚시를 하던 출연진 중 한 명이 형제섬 정상까지 올라가는 모습 때문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지 않는 송이층으로 형성된 형제섬 중 한쪽 섬의 정상을 거침없이 밟고 올라가 주위 경관을 둘러보는 모습이 그대로 공중파 방송을 통해 방영된 상황이었다.

순간 아찔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형제섬은 낚시객들이 인근 해안 초소에 신고만 하면 거의 제지를 받지 않고 왕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지질 전문가는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형제섬의 경우 이미 침식될 만큼 침식이 이뤄져 단단한 부분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상까지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송이층이 훼손될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배경이 된 다른 곳과 달리 형제섬의 경우 통행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는 곳이기도 하다.

해당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자막으로 ‘문화재청의 협조를 구해 촬영이 이뤄졌다’는 안내가 이뤄지기는 했다.

하지만 만장굴 미공개 구간의 경우 어차피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지만, 곶자왈이나 형제섬의 경우 현실적으로 출입 통제가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왕래로 인한 훼손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탐방객들의 답압으로 인한 훼손 때문에 올해부터 휴식년제가 시작된 용눈이오름과 휴식년제가 검토되고 있는 새별오름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제주의 대표적인 해안 경관 포인트 중 한 곳인 형제섬의 한 쪽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필자의 이같은 염려가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아울러 제주도 당국도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나가는데 더욱 더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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