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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논란’ 제주대병원 교수 재판 ‘의료행위’ 해석 범위 관건
‘갑질 논란’ 제주대병원 교수 재판 ‘의료행위’ 해석 범위 관건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4.2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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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측 “진료기록 없는 컨퍼런스 의료행위 아니” 주장
의료법 위반 기소 불구 법상 ‘의료행위’ 명확한 정의 없어
검찰 징역 1년 6개월 구형·법원 “모두 고려 5월 18일 선고”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돕는 치료사들에 대한 폭행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따른 '갑질 논란'을 일으켜 재판을 받고 있는 국립 제주대학교병원 교수 측이 '의료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치료사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은 인정하면서도 의료법이 정한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동안 벌어진게 아니어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심병직 부장판사는 29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제주대병원 교수 H씨에 대한 재판을 속행했다. H씨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재활의학과 치료실에서 환자를 치료 중인 물리치료사 4명에 대해 수차례 발을 밟거나 팔을 꼬집는 등의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가 제주대병원에 붙인 대자보. © 미디어제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의료연대 제주지역본부가 제주대병원에 붙인 대자보. © 미디어제주

이는 2018년 11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의료연대 제주지역본부가 제주대병원에 대자보를 붙이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재판을 통해 드러난 H씨의 행위는 17회에 이르고 검찰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행위 중 벌어진 것으로 판단, 2019년 10월 기소했다. H씨 측은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해왔다.

H씨의 변호인은 지난 28일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공소사실에 적시된 '의료행위'를 부정했다. 의료법 제12조 3항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 및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H씨 변호인 측은 H씨가 치료사들에게 부적절한 접촉을 할 당시가 재활치료에 의한 환자 상태를 점검하는 '컨퍼런스'였지 의료법이 정한 의료행위를 할 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료법에는 '의료행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서 의사 및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만 명시했다. 의료법 제22조에도 의료인이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고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하도록 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제주지방법원. ⓒ 미디어제주

H씨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적시된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법을 적용,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컨퍼런스'에 관한 진료기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을 강조했다.

심리를 맡은 심병직 부장판사도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없다. 법의 공백이 있을 수 있다"고 난감함을 나타냈다. 또 "(H씨의 행위가) 총 17회인데 모두 컨퍼런스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병원에서 이뤄진 것인데 (H씨의 변호인 측은) 의료법이 정한 의료행위가 아니다. (의료행위를) 입법 취지에 의해 축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검찰 측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어 "의무기록(진료기록)이 없다고 의료행위가 아닌가"라며 "모든 것을 감안해서 판단을 내리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H씨 측이 부정하지 않는 치료사들과의 접촉이 폭행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의료법에 의한 의료행위 해석 등이 이번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만일 유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H씨의 행위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방해가 됐는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H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심 부장판사는 이에 따라 1년 6개월 동안 이어온 이번 재판에 대한 선고 기일을 오는 5월 18일 오후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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