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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공연 연습에 100억원 건물이 정말 필요한가요?"
"여러분, 공연 연습에 100억원 건물이 정말 필요한가요?"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3.29 17:2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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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아트플랫폼 사업 관련 의견서 발표한 81인 예술인에게 전합니다
"계약금 2원, 계약파기 위약금 20억" 등 사업 내용 모두 알고 있나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과정, 살펴본 뒤 목소리 내어 주세요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제야 편지를 씁니다.

제주도내 예술인을 포함한 도민 여러분들.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3월 넷째 주, ‘의견서’라는 형식으로 제주도의회에 전하는 입장을 밝혀 주신 약 81명 제주 문화예술인 여러분께(이하 '여러분') 드리는 글입니다.

우선, 아래 내용은 여러분께서 공유해주신 1차 보도자료 원문입니다.

3월 21일 예술인 20명이 제주도의회에 전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재밋섬 매입에 성급한 반대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내용이다. 

당시 여러분은 “의회가 재밋섬 매입에 대한 성급한 반대결정을 내리기보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도민들의 논의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입장을 전해주셨습니다.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제주아트플랫폼사업에 대한 의견수렴의 필요를 요청하는 연명서를 받을 예정”이라며 실제로 81명 예술인의 동의를 얻었다 밝히기도 했죠.

그러면서 여러분은 2차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한 도민과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토론의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등 관계기관과 제주문화예술인, 도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제주문화예술계의 미래를 위해 어떠한 방안이 합리적인지 지혜를 모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제주 예술인 개개인이 연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낸 의견서와 보도자료 각각을 수 차례 읽어보았습니다.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은 생각의 결과가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리송해졌습니다. 여러분이 의견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선 가장 논란이 되는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해서, 의견서에는 뚜렷한 입장이 없었습니다.

재밋섬 건물을 100억 주고 사야 한다는 건지, 사지 말아야 한다는 건지. 명확하게 제시한 바가 없어, 이 의견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난감했죠.

또 여러분이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도민들의 논의를 통해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물음표가 생겼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3년여 기간 동안 아무런 말도 없던 여러분이, 이제야 ‘시간을 더 달라’고 말하는 이유가 뭘까. 지금까지 침묵한 이유는 뭘까.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에는 수많은 논란이 존재해왔습니다. 지금도 이 논란들은 말끔히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죠. 그래서 수차례 제주도의회와 감사위원회, 언론을 통해 문제가 지적되어 왔는데요. 3년여 동안 진행된 일련의 과정 중엔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 ‘시간을 더 달라’ 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여러분은 의견서에서 ‘제주도의회의 성급한 반대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진정 제주 문화예술계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아마 아실 텐데요. 도의회가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부터였습니다. <미디어제주>는 사업 초기, 주민설명회가 있었던 2018년 5월부터 아트플랫폼 사업 건을 계속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전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3년이 넘게 걸린 논의 결과를 ‘성급한 반대결정’이라는 말로 일축하는 것이야말로, 자칫 제주도의회 의원들의 그간 노력을 폄훼할 우려가 있는, 성급한 표현 아닐까요?

여러분께 제 솔직한 생각을 토로하다 보니, 비판 성격이 강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제 여러분의 입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서 곳곳에 이해가 가지 않는 표현들이 보여, 저는 여러분 개개인의 입장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솔직한 생각이 궁금했고, 문화예술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물론, 81인 모든 분께 여쭙지는 못했고요. 의견서를 작성하신 대표자 두 분, 그리고 여기에 서명하신 다수 예술인 여러분께 직접 여쭈었습니다.

그 결과, 예상치도 못한 답변을 얻었습니다. (인터뷰한 예술인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의견서를 내며, 81인 예술인에 대한 실명 거론을 원치 않는다 밝혔기 때문에 익명으로 게재합니다.)


우선 제가 인터뷰한 분 중에 “솔직히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고백하신 분이 상당수 있었다는 점을 알립니다.

이 분들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지인(의견서를 작성한 대표자 측)으로부터 전화 혹은 문자를 통한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의견서에 ‘동의’를 해달라고요.

이때 사업과 관련, 어떤 정보가 공유되었나 물으니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유받지 못했다’라는 답이 공통 사항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재밋섬 부동산 매매계약과 관련된 “계약금 2원, 계약파기 위약금 20억” 등에 대한 내용은 물론, 부동산 총액 100억원에 대한 사실조차 모르고 동의서에 이름을 올린 분도 있었네요.

이런 경우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지인 부탁으로 동의서에 서명한” 경우가 되는 거겠죠.

또 다른 서명인 한 분께선 이 사실을 이미 아는 듯, “81인 예술인 중 내용을 다 잘 알고 동의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라는 개인적인 의견도 전하셨고요.

그래서 사실, 이 사안에 대해선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습니다. '잘 모른다'라고 말하는 분들께 이것 저것 물어도 돌아오는 답은 같을 테니까요.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어 의견서를 주도적으로 작성하신 대표자 두 분께도 각각 질의했는데요.

이번 의견서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두 분의 공통된 답변은 “이번 의견서가 재밋섬 부동산 매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대표자분은 “예술인 및 도민에 의한 숙론의 장,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이 의견서의 골자라고 답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두 분 모두, “의견서를 부랴부랴 작성하다 보니 표현에 있어 미숙한 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의견서를 보면, 마치 ‘재밋섬 부동산 매입 찬성’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물으니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건 아니"라고 명확하게 말해주셨습니다.

어쨌거나 대표자 두 분 모두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사업을 물밑에서 진행했고,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에 소홀했다는 사실에 공감을 표하면서. ‘백지’ 상태로 아트플랫폼 사업에 대해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이밖에 지난 3년여 기간 동안 반응이 없다가, 인제야 목소리를 모으게 된 까닭에 대해서도 여러분은 각자 다양한 답변을 해주셨는데요.

한 분은 예술인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누군가 ‘총대’를 매지 않으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사정을 토로해 주셨고요.

다른 분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예술인의 목소리를 담고자 나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 분께선 “개인 작품활동을 하다 보니,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다”라고 솔직한 답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재밋섬 건물 매입과 관련, 찬반 입장에 대한 답변 또한 참 다양했습니다.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논란을 잘 알고 있지만, 원도심 지역에 마땅한 건물이 없을 것 같으니 재밋섬 건물을 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는 예술인 한 분이 계셨고요.

“재밋섬 건물 매입을 안 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니까 사야 한다”라고 본질에서 다소 벗어난,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분도 계셨습니다.

여기서 '정부 지원금'이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한문연')의 '공연예술연습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을 뜻합니다. 그리고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건물에 연습공간을 조성해 한문연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 알려드립니다.

심지어 재밋섬 건물 매입을 통한 제주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은, 당초 '공연예술연습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과 결이 다릅니다. 한문연의 이 사업에 선정된 타 지역 문화재단을 보면, 이처럼 대형 건물을 매입해 진행하는 형태가 아닙니다. 부산문화재단은 폐교를 활용했고, 춘천문화재단도 옛 고등학교 건물 2개동을 리모델링해 사용 중입니다. 충남문화재단은 공공도서관을 활용했고요, 세종시문화재단은 조치원청소년수련시설에 연습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처럼 오래된, 그것도 리모델링비가 어마어마하게 들 것으로 보이는 영화관 건물을 민간으로부터 매입해 진행한 사례는 없다는 겁니다.

참고로 다시 한번 언급하자면,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재밋섬 부동산을 매입하겠다며 체결한 매입가는 100억원입니다. 세금까지 포함하면 113억원 가량이고요.

이런 사실을 이야기하자, 여러분 중 한 분께서는 “100억짜리 건물인지 몰랐다. 당장 예술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건물 사는 것보다, 직접적인 지원인 것 같다”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이밖에도 "빈 공간을 좀더 찾아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81명 제주 예술인들은 하나된 목소리로 의견서를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들은 각자 다른 목소리로  제주 문화예술 정책의 이상향, 그리고 재밋섬 건물 매입 건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저와 인터뷰를 한 당사자분들은 이 편지에서 자신의 발언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겠지요. (혹 나는 생각이 다르다거나 첨언하고 싶은 내용이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환영합니다.)


자, 이제 결론입니다.

사실 여러분과 대화를 나눠보기 전. 저는 여러분이 하나 된 ‘의견서’에 동의 의견을 표했기 때문에. 결국 제 질문에도 비슷한 답을 해주시리라 감히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죠. 여러분 각자 작품이 지닌 개성처럼, 재밋섬 건물 매입 건. 그리고 아트플랫폼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분은 형형색색 다른 의견을 내주셨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런 목소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두루뭉술한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각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다양한 목소리 말입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롯이 ‘개성’과 ‘다양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

예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관 아닌가요?

제주의 문화예술인 여러분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 힘의 원천이 ‘깨어있는 예술인들’에 의한 것이라면. 그 힘은 두 배, 세 배 이상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술은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정당한 여러분의 목소리를 계속 내어 주시길 바라면서. 마지막 한 가지만 부탁드릴게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사업, 재밋섬 부동산 매입 건에 대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내어 주시되.

반드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사업 일련의 과정을 단 한 번이라도 훑어보신 뒤에 판단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 지' 모르겠다면,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감사 결과만이라도 한번 읽어봐주세요. 무엇이 문제인 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편의를 위해 아래 링크를 첨부합니다. 기사는 기자 개인의 생각에 근거한 것이 아닌, 제주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를 요약한 내용임을 참고하세요. 

2019.1.9 <미디어제주> 기사: “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문제투성이” 
(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13765)

“안 그래도 힘든 코로나19 시국에, 내 할 일도 바쁘다”라며 재단 사업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는 순간. 여러분과 도민을 위해 모아진 소중한 혈세는 엉뚱한 곳에 마구 뿌려지기 쉽습니다.

누가 아나요, 이 뿌려지는 돈만 모아도 여러분 모두에게 '예술인 기본수당'이 지급될 수 있을지도요.

여러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이 땅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할 도민 여러분을 위해. 부디 현명한 판단으로 각자의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견 표출의 창구가 필요하다면, <미디어제주>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관련 제보 및 문의사항: jejugroov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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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21-03-30 01:00:55
기사 잘 읽었습니다. 계약금 2원, 계약취소위약금 20억 원, 매입금 100억 원을 매수인 제주문예재단과 매도인 재밋섬 건물주가 계약서에 명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 6월 지방선거 다음날, 매입금 100억 원에 대한 전결을 제주도지사가 하지 않았고 제주도 문화국장이 하였습니다. 당시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나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제주도의회가 이 매입 건을 비판하고 있는데 왜 예술가들은 그때는 침묵했습니까? 왜 이제 와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까? 궁금합니다.

예술인 2021-03-29 19:01:45
기사 잘 읽었습니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 핵심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선 계약금 2원, 매입가격 100억은 예술인들이 정한 것이 아닙니다. 이 사안의 최종 결정권자는 당시도, 지금도 제주도지사였습니다.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과제를 당시 문화에술체육국장이 했겠습니까? 아니면 당시 재단이사장이 했겠습니까? 도지사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 아닙니까? 그런데 매입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여론이 생기자 도정을 슬그머니 발을 빼고 지난 몇년간 방치해온 겁니다. 그래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고 어떤 방식이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의견도 모으고 의사표현을 한 겁니다. 그걸 두고 예술인들이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자기들의 입장만 내세운다고 기사를 쓰면 이 사안의 본질을 짚지 못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