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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교육 시점 제대로 알려야 식민잔재 청산”
“근대교육 시점 제대로 알려야 식민잔재 청산”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3.16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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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도교육청 ‘식민잔재 청산보고서’ 유감

450쪽 넘는 보고서이지만 근대교육 근원은 빠져
보고서에 ‘한일합방’ 용어 버젓이 사용하는 문제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일제청산. 1945년 해방 이후 오랜 시일이 지났으나 여전히 ‘일제’라는 독한 딱지는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을테지만, 우리 스스로 너무 무관심했고, 일제를 없애려는 의지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런 의식을 가진 이들이 아직까지는 남아 있고, 실천하는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교육 부문만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 교육 속에 남은 일제는 알게 모르게 숨어 있다. 지난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고, 관련 용역이 진행됐다. 용역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최종보고서가 나왔다는 말은 최근에야 알았다. 소식을 접한 건 늦었지만, 제주도교육청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일제청산을 행동으로 보인 건 박수를 받을 일이다. 450쪽을 넘는 이 최종보고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찾아내고, 교가와 교표, 학생문화 등에 담긴 일제의 흔적을 추적했다.

모든 보고서가 ‘만족’이라는 단어를 달 일은 아니겠으나, 최종보고서를 본 감상을 그대로 전한다면, 핵심의 하나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핵심은 일제의 교육이 시작되는 뿌리를 찾아내고, 그 뿌리를 걷어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 최종보고서는 그 문제를 짚지 못했다.

1896년 9월 21일자 '관보'에 실린 공립소학교 설치 관련 내용. 국립중앙도서관
1896년 9월 21일자 '관보'에 실린 공립소학교 설치 관련 내용. ⓒ국립중앙도서관

우리나라 근대교육은 일제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다. 1895년(고종 32) 조선이 소학교령을 공포하면서 실질적인 근대교육이 이뤄졌다. 이듬해인 1896년엔 전국 각지의 주요 지점에 공립소학교를 만들었다. 전국 단위의 근대교육이 이뤄진 해로 기록된다. 하지만 1896년의 중요한 시점을 놓치는 일이 많다. 제주북초등학교만 해도 그렇다.

제주북초등학교의 전신은 1896년 전국 38곳에 만든 공립소학교였다. 지금의 교육부장관에 해당하는 학부대신 신기선이 발표를 했고, 관련 기록은 당시 <관보>(1896년 9월 21일자 제424호)에 등장한다. 제주도는 ‘제주목공립소학교’였다. 그 시기에 세워진 학교 가운데 충주 교현초등학교와 광주 서석초등학교는 개교 시점을 1896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같은 해에 세워진 제주북초는 홈페이지에 여전히 1907년으로 개교시점을 알리고 있다.

1907년은 일제강점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할테지만, ‘교육’만 놓고 보면 그러지 않다. 일제는 1906년 통감부를 설치하고, 그해 보통학교령을 공포했다. 이후 교육은 모두 일제식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 첫 학교의 시작점은 바뀌는 게 맞다. 최종보고서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일제청산의 문제를 다뤄야 했으나 그게 빠졌다.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해서 만든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창선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한일합방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미디어제주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해서 만든 '일제강점기 식민잔재 창선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한일합방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미디어제주

하나 더 있다. 최종보고서에 등장하는 ‘한일합방’이라는 용어이다. 왜 그 용어를 보고서에 썼는지 모르겠다. ‘합방’은 흡수되는 표현이다. 안 그래도 나라가 없어지는게 억울한데, ‘합방’이라니. 때문에 요즘은 한일합방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는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은 ‘을사늑약’이라고 하고, 1910년 ‘한일합방’은 ‘경술국치’로 표현한다. 용어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이름에 정체성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용어를 제대로 밝히는 일이야 말로, 일제청산의 첫걸음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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