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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물건으로 중국 역사를 꿰뚫어 보자”
“옛 물건으로 중국 역사를 꿰뚫어 보자”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2.17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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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고궁의 옛 물건’

베이징 고궁박물관 유물로 들여다본 역사
18가지 이야기로 중국 7천년 흐름 알게 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중국 역사를 제대로 한번 훑어보는 방법은 없을까. <삼국지>는 다들 좋아하지만 그건 중국의 7천 년 역사의 작은 이야기일 뿐이다. 전체를 알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역사시간에 배운 중국의 나라 이름을 대라면 진·한·당·송·명·청 정도이다. 그밖의 나라 이름을 대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춘추전국시대의 수많은 나라, 오호십육국, 위진남북조 시대를 거친 나라들…. 똑같은 이름을 가진 나라도 많다.

그렇다면 이 책을 펼치면 어떨까. <고궁의 옛 물건>(주용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이라는 책이다. 책은 왕실에서 쓰던 물건을 통해 역사를 읽어준다. 저자는 베이징에 있는 고궁박물관 시청각연구소 소장으로 일한다. 예술학 박사이기도 한 그는 고궁박물관에서 가려 뽑은 옛 물건 18가지를 설명하면서 중국 역사를 차근차근 들려준다.

고궁박물관은 수많은 유물을 가지고 있다. 무려 186만점이다. 고궁박물관에 있는 옛 물건을 하루에 5점씩 보더라도 1000년이라는 시간을 잡아야 한다. 그 많은 유물 가운데 18가지는 무척 작아 보이지만, 열여덟이라는 숫자가 물건의 개수를 의미하진 않는다. 열여덟은 옛 물건 하나를 통해 중국의 18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국은 다양한 문화를 결집해 만들어졌다. 그 가운데 북방 민족은 중국사에서 큰 줄기를 형성한다. 한족 입장에서 북방 민족은 ‘오랑캐’로 치부되지만 현재 중국의 큰 골격은 북방 민족으로부터 나왔다. 저자는 거란 민족이 세운 요나라의 ‘채색한 나무 관음상’을 통해 불교를 이야기한다. 그 불교는 단순한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결집으로 표현한다.

중국사를 들여다보면 ‘잃어버린 300년’으로 불리는 시기가 있다. 위진남북조로 불리는 시기이다. 말을 타고 온 북방 민족이 남하하면서 중원에 머문 시기이다. 그 시기를 저자는 다음처럼 표현한다.

“북방 소수민족은 더 이상 진한 시대처럼 만리장성 바깥에 격리된 중국사의 조연이 아니라 중원 문명에 깊이 융합되어 있었다. 심지어 인종과 인구구조까지 바꾸었으니, 중국 문명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었다.”

북방 오랑캐가 가져온 건 ‘좌식’이 아닌 ‘입식’ 문화였다. 의자와 침대와 같은 가구가 등장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런 문화는 송나라 선비들의 생활을 품격있게 만들었다. 입식의 등장은 종이 폭에도 영향을 줬고, 서체의 변화도 이끌었다. 건축과 의복도 마찬가지이다. 중국 사람들의 일상 옷인 ‘치파오’는 북방 민족의 그것이 아니던가.

과거 중국 사람들이 생각한 죽음은 어땠을까. 그걸 통해 중국 역사와 중국인들의 생각을 이해해볼 수도 있다. 진시황이라면 ‘병마용’을 떠올린다. 병사와 말을 실제처럼 만들었다. 그건 미래세계이다. 병마용은 미래의 어느 순간에 등장할 진시황의 군대였다. 사후세계의 군대였고, 그래서 진짜 사람이나 말처럼 똑같았다. 진나라 한참 이전 시기인 상나라(은나라)와 주나라 사람들이 고분에 넣은 청동기와 철기 등을 정성들여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다.

문화는 이동도 하고, 변한다. 저자는 그런 문화 이동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옻칠을 하는 그릇에 진한 아쉬움을 뱉어낸다. ‘차이나(china)’로 불리는 중국은 ‘도자기’의 다른 이름이다. 이렇듯 일본을 부르는 ‘재팬(japan)’은 ‘옻칠’ 혹은 ‘칠기’의 다른 이름이다. 그가 말하는 아쉬움을 잠시 옮겨본다.

“일본 사람들이 칠기를 나라 이름으로 삼은 것은 칠기가 화려하고 아름답고 자연과 융합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칠기의 역사가 자기의 역사보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자기의 역사는 대략 3천여 년이지만 칠기의 역사는 7천여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국명은 그 문명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문명이 중국보다 유구하다고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 사람들은 칠기 문화를 다른 나라에 전해줬으며, 이젠 그 문화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다. 저자 입장에서 아쉽긴 하겠지만 문화는 이동을 하고, 또다른 문화가 꽃피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중요한 건 살아있는 문화인지, 아니면 죽어있는 문화인가에 있지 않을까.

저자는 책 제목을 ‘유물’이 아니라 ‘옛 물건’이라고 쓰고 있다. 그가 물건을 강조한 이유는 시간에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쓰던 물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옛 물건’이라는 의미는 생명이 떨어진다. 저자도 그에 공감을 하고 있다. 저자의 말을 한마디만 덧붙인다.

“유산으로 봉인된 문화는 죽은 문화다. 죽은 자만 유산을 말할 수 있다. 문화를 일상생활에 돌려주어야 살아 돌아올 수 있다. 그래야 박물관의 문화재도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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