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동의 유산인 ‘흙담솔’을 마구 자르지 마세요”
“서홍동의 유산인 ‘흙담솔’을 마구 자르지 마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2.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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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민원실] 매년 이뤄지는 소나무 가지치기 문제없나
주민 고기호씨 “가지치기는 나무를 죽이는 행위” 호소
서홍동 “전문가 의견을 구해서 가지치기 해오고 있다”
서귀북초 운동장에서 바라본 흙담솔. 미디어제주
서귀북초 운동장에서 바라본 흙담솔.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서귀포시 서홍동에 있는 ‘흙담솔’이 가지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흙담솔은 서홍동의 오랜 자랑이다. 그러나 매년 이 시기만 오면 소나무 가지치기를 두고, 왜 가지를 잘라내느냐는 민원이 제기된다.

흙담솔은 예전 서홍동의 큰길에 심었던 소나무를 이른다. 서홍동이 지난 1996년 펴낸 마을지인 <서홍로>에 따르면 흙담솔은 굴왓모루에서 서쪽으로 맥수물내 사이의 길가에 심은 소나무를 말한다.

흙담솔 소나무는 90여 그루가 넘으며, 1910년 경 향장이던 고경천 진사의 의지가 많이 들어갔다고 한다. 소나무를 심기 전에는 흙으로 쌓은 ‘흙담’이 마을을 지탱했지만 나쁜 기운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때문에 소나무를 심었고, 이젠 서홍동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흙담솔은 어른 두세 명이 팔을 뻗어야 감싸 안을 수 있는 둘레를 지닐 정도로 큰 나무가 있으며, 높이도 15m를 훌쩍 넘는다. 수령 150년에 이르는 소나무도 있다.

마을지 <서홍로>는 흙담솔을 두고 “운치있고 온후한 기품으로 마을을 수호하고 있는 흙담 큰 소나무, 오랜 풍상에도 강건히 지켜 서 있는 은덕과 선인들의 혜안에 마을은 평온히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소나무를 평가하고 있다.

서홍동 흙담솔 가운데 어른 두세 명이 감싸 안아야 될 정도로 큰 소나무가 있다. 미디어제주
서홍동 흙담솔 가운데 어른 두세 명이 감싸 안아야 될 정도로 큰 소나무가 있다. ⓒ미디어제주
높게 뻗은 흙담솔 소나무. 미디어제주
높게 뻗은 흙담솔 소나무. ⓒ미디어제주

흙담솔은 지난 2002년 산림청과 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이 주관한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 숲’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도 서귀북초등학교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흙담솔이 뻗어 있고, 이름을 딴 ‘흙담솔로’라는 새주소가 소나무의 가치를 재확인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맘때, 흙담솔 소나무는 가지치기 대상이 된다. 이 일대 가지치기는 지난 15일부터 시작됐으며, 오는 27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서홍동에 살고 있는 고기호씨는 “큰 가지도 잘라내곤 하는데 이건 나무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죽이는 일이다.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죽는다”면서 “인간의 눈으로 생명의 가치를 따지면 안된다. 자연은 생명 그 자체이다”고 강조했다.

흙담솔 일대 소나무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이 2월 15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다. 미디어제주
흙담솔 일대 소나무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이 2월 15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다. ⓒ미디어제주

그는 이어 “제주도는 다른 곳의 나무들도 이렇게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유실수는 당도를 높이려고 가지치기를 하겠지만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유실수와 달리 소나무는 오래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홍동은 민원을 제기한 주민과는 다른 입장이다. 전문가 의견을 듣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홍동의 담당 주무관은 “2019년과 지난해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의 진단을 받는 등 전문의 의견을 받아서 가지치기를 진행하고 있다. 발육을 더 좋게 하려는 것이다”며 민원인과 다른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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