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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예재단 아트플랫폼 재추진... "결정 과정, 도민은 알 수 없어"
제주문예재단 아트플랫폼 재추진... "결정 과정, 도민은 알 수 없어"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2.09 0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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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100억, 계약금 2원 제주아트플랫폼 사업... "재추진 시작된다"
타당성 검토위, "아트플랫폼 재추진" 결론... 제주문예재단 수용키로
9차례 회의 내용, 도민은 알 수 없어... "도민 무시한 채 사업 강행하나"

*들어가기에 앞서, 아래 기사를 먼저 참고하면 좋습니다.

<미디어제주> 2018.10.2일자 기사: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한짓골 사업, 뭐가 문제야? "총정리"

<미디어제주> 2019.1.1일자 기사: 한짓골 사업 감사 발표 전 되짚어보자 "주요한 말, 말, 말!"

<미디어제주> 2019.1.9일자 기사: “제주문화예술재단 한짓골 사업, 시작부터 문제투성이”

 

‘매매가 100억, 계약금 2원’ 제주아트플랫폼 사업… "다시 추진한다"

도민 혈세 113억원이 투입된 제주아트플랫폼이 제주시 원도심에 들어설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도민 혈세 113억원이 투입된 제주아트플랫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견된 여러 문제들에도 불구,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제주

행정은 갑, 도민은 을일까. 행정이 말하면,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도민은 그저 수긍해야 하나.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의 행보를 보면, 그런 의문이 든다.

재단의 말 많고, 탈 많은 ‘제주아트플랫폼 사업’(이하 ‘사업’). 본격적으로 도민들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2018년 5월 15일 주민설명회 때였다.

하지만 재단의 당초 계획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2018년 6월 28일(재밋섬 부동산에 대한 1차 중도금 10억 지급 시점) 이후부터 중단된 사업은 약 2년 7개월 기간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이유는 있다.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부적정 사례가 발견됐고, 이것이 논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의회는 수 차례 사업 관련 문제를 지적했고, 도 감사위원회 또한 감사를 통해 사업의 재검토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1년 2월 8일, 초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 재추진 계획을 알리고 있다.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검토위원회(이하 ‘검토위’)가 사업에 대해 ‘조건부 추진’”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따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2월 8일 제주문화예술재단이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중 일부.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된 바 없는데도, 사업은 조만간 다시 추진될 양상이다.

또 검토위가 "조건부 승인"을 내걸고 있지만, 이는 사실상 승인에 가깝다.

<미디어제주>가 재단 측에 문의한 결과, "건물 매입은 추진한다"라는 결론이 내려졌단다. '조건부'라는 말은 구체적으로 건물 공간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를 의미한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 기획 기사다. 처음은 재단이 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출발한다.

 

비공개로 진행된 ‘타당성 검토위원회’ 회의, 신뢰할 수 있나

혈세로 사업을 하는 행정이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래 두 가지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상식적인 선에서, 행정적 절차를 정직하게 이행할 것.

둘째, 사업 시행 결정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과 소통에 힘쓸 것.

그런데 아트플랫폼 사업의 경우, 두 가지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사항에 대한 문제는 이미 2018년 사업 초기 때 드러났다.

재단은 2018년도 ‘기본재산운용계획'에 사업을 포함시켜 도지사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고, 비상식적인 계약서(계약금 2원, 계약해지 위약금 20억)를 작성했다.

두 번째 사항은 재단이 이번에 ‘사업 재추진’하겠노라 결정하며, 문제가 확실시됐다.

타당성 검토위원회 회의 전 과정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점. 이것이 문제다.

도민은 ‘깜깜이’로 진행된 검토위 결정 과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도민을 위한 사업이라는데, 도민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재단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작년, 검토위 운영 기간에 한 차례 '찬반 토론회'를 개최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재단이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충분히 노력했다고 보긴 어렵다. 재밋섬 건물 매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측 각각 4명의 패널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자리에 그쳤기 때문이다.

재단은 총 9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전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해왔다. 의사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또 재단은 회의가 진행되는 기간. 기자가 유선상으로, 혹은 정보공개청구로 회의록 원문을 요청할 때마다 거절 의사를 밝히곤 했다. 그나마 7차 회의까지 완료된 시점, 작년(2020년) 11월이 되어서야 회의 내용을 축약한 공개자료를 받아볼 수 있었는데, 내용은 빈약했다. 관련된 사항은 후속 기사에서 다루도록 한다.

어쨌거나 현재로선 △재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업 재추진'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는 지 △사업에 산재한 문제를 점검하는 과정이 과연 투명하고, 정당했는 지 도민은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재단은 왜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걸까.

재단 측에 검토위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물을 때면, 늘 같은 답이 돌아왔다. 위원들의 요청, 혹은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검토위는 2019년 11월 12일 제1차 회의 때, 검토위의 개인 명단과 회의발언을 비공개로 할 것을 의결한 바 있다.

제주아트플랫폼 타당성 검토위원회 제1차 회의 내용을 축약해 재단이 보내온 자료.
안건으로 '위원회 공개 관련'된 내용이 상정됐고, 위원회는 개인 명단과 회의 발언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2018년 사업 초기부터 재단에 문제를 제기해 온 고영림 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은 “회의록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최종 결론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의견을 내놨다.

고 회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2018년 재단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 이후부터 도민들의 목소리는 다 묵살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어떤 내용으로 9차까지 회의를 진행했나 도민이 모르는 상태에서 통보하는 행정을 보며,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제주도민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재단이 이런 오만한 태도를 보여도 되는가”라며, 공론화 절차에 소홀한 재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도의회에 바람을 전했다. "도의회에서는 이 사태를 그저 보고만 받고 끝낼 텐가. 도민은 힘이 없다. 도의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는 바람이다.

도의회는 어떤 입장일까.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안창남 위원장은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의회에서는 리모델링 예산을 승인해줄 생각이 없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안 위원장은 “의회에서는 (재밋섬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해서) 필요한 예산이 있을 텐데, 의회는 예산 승인을 해줄 수 없다”라는 입장을 굳혔다.

안 위원장은 재단의 사업 강행을 이해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의회는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이 사실을 재단에) 이야기했는데도 (부동산을) 사겠다는 것은 뭔가 있는 것”이라며, “굳이 사겠다는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재단이 계약을 당장 파기해 건물주에게 20억원 위약금을 물게 되더라도, 그편이 나을 거라는 입장이다.

그는 “20억원 (위약금) 아끼려다가 활용도 못 하는 건물을 사게 될 수 있다”라며 재단이 신중히 판단해야 함을 강조했다. 건물 매입 이후 60억원 이상 리모델링비, 매년 들어갈 운영비 등 경비가 필요하게 될 텐데. 도의회 승인 없이 충당이 쉽지 않을 거라는 해석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산하 공직지원센터의 양시경 센터장도 같은 입장이다.

양 센터장은 재밋섬 부동산을 매입은 곧, ‘애물단지를 하나 떠안게 되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아트플랫폼 사업은 수익이 생기는 사업이 아니”라며, 지금 제주에서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가치평가와 관련한 의문을 제기했다. “중앙로 상권이 과거에는 번성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노형, 일도지구, 화북 등 (상권이) 널리 퍼져있다보니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건물이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수 차례 유찰 이력이 있는 건물이라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부동산은 2009년 140억원 감정가로 시작해 유찰을 거듭해 24억원까지 떨어졌는데, 2011년 갑자기 100억여원에 낙찰돼 소유권이 변경된 이력이 있다.

한편, 재단은 2월 중 제주도의회 임시회 자리에서 검토위의 최종 권고안 내용을 보고한 뒤, 재밋섬 부동산 계약에 따른 중도금 및 잔금 지급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재단이 매도인에게 지불한 금액은 계약금 2원과 1차 중도금 10억원, 앞으로 지불할 잔액은 90억원이다. (건물가 부가세 10%인 6억7380만원은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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