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제주여행 ‘강남모녀’ 소송 쟁점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제주여행 ‘강남모녀’ 소송 쟁점은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1.29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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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의심 증상에도 제주여행을 하고 서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른바 '강남모녀'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소송 기일이 두 번째 연기됐다. 제주에서 벌어진 첫 손해배상소송 사례이자,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올라 20만명 이상이 참여한 사안(청원답변 170호)인 만큼 이번 재판에서의 쟁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쟁점 1. 고의성 여부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강남모녀'(코로나19 강남구 21번 및 26번 확진자)는 지난해 3월 20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를 여행한 뒤 돌아갔다. 이들이 여행에 나선 때는 미국 유학생인 A(강남구 21번 확진자)씨가 귀국한 지 닷새만이다. A씨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휴교조치하자 곧바로 귀국했다.

A씨는 어머니 B(강남구 26번 확진자)씨, 지인 등과 함께 제주여행에 나섰고 첫 날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행 중인 3월 23일에는 인근 병원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4박 5일 동안 제주여행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고 A씨는 3월 25일, B씨는 하루 뒤인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 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들이 다녀간 도내 20여개 업소가 문을 닫고 방역 조치됐고 90여명이 자가 격리됐다.

제주도는 A씨가 여행 첫 날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점과 여행 중간에 병원까지 들린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 방역 조치 등에 사용된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의성에는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인 이정언 변호사는 "입도 당일부터 오한과 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었는데 여행을 강행했고 중간에 일반 병원에서 진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실을 주장한다 하더라고, 제주여행 뒤 돌아가자마자 강남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점을 볼 때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은 의견서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고의도, 과실도 아니다"고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에서 지난 16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37일만에 신규 확진자  ‘0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제주공항 도착장 인근에 있는 돌하르방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쟁점 2. 정부 자가 격리 권고 효력·인지

이번 재판에서는 고의성 여부 외에도 정부의 자가 격리 권고에 대한 효력성도 중요한 논쟁거리다. 미국에서 귀국한 지 닷새 만에 제주여행에 나선 A씨나 혹은 A씨의 어머니인 B씨가 정부의 자가 격리 권고 조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는지 여부다.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과는 다른 상황에서 자가 격리 권고가 어떻게 공표되고 전달됐는지, 그리고 준수 책임성 등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재판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송현경 부장판사도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입증이 관건임을 시사했다.

소송을 제기한 제주도 측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행동 수칙(자가 격리 권고)을 지켰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앞서 지난해 3월 26일 브리핑에서 A씨에 대해 "14일 동안 자가 격리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지키지 않고 닷새 뒤 제주여행에 나섰다"고 비판한 바 있다. 또 "입도 첫 날부터 증상을 보였음에도 제주 곳곳을 다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사례"라며 "법적 책임을 물을 여지를 끝까지 추적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쟁점 3. 제주여행 중 병원 진료 사유·청구액 적정성

이 외에도 A씨가 제주여행 중 받은 병원 진료의 사유와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1억3200여만원의 적정성도 다툼거리다.

제주도는 A씨가 지난해 3월 23일 병원을 찾은 것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가 A씨 등의 고의성을 주장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A씨 측은 의견서를 통해 제주여행 중 병원을 찾은 사실은 맞지만 평소 가지고 있던 알레르기 때문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은 A씨가 제주여행 중 들른 병원의 진료 기록과 약 처방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가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배상으로 청구한 1억3200여만원의 적정성의 경우 현재 대략적인 금액이다. 재판 과정에서 제주도가 투입한 방역 비용과 A씨 등이 다녀가며 영업을 중단하게 된 업소의 손실 비용 등을 나눠 보다 구체화되고 조정될 부분이다. 고의 및 과실, 책임성 여부를 우선 따지고, 손해 금액은 추후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19일로 연기된 첫 변론에서 피고 측이 어떤 주장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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