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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 : 건축과 미래 사회, 제주건축의 공공성
좌담회 : 건축과 미래 사회, 제주건축의 공공성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1.1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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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 [2020년 11월호] ISSUE1

건축저널 ‘제주건축’ 창간 2주년을 맞아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창간 2주년의 소회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는 현재 상황 속에서 건축적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되고자 자리를 마련하였다. 좌담회를 요약, 정리한다. [정리 : 편집위원 고이권, 장미량, 좌경웅. 사진 : 김성일]

 

좌담회 일시 : 20200918() 16:00

참석자 :
김상언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
김세지 건축저널 제주건축편집위원장
김재철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지적과장
김정일 한국건축가협회 제주건축가회 부회장
박정근 2020 제주건축문화축제 조직위원장
양건 제주특별자치도 공공건축가 기획분과장
양수웅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서귀포지역회장
양수현 한라대학교 건축디자인과 교수
현군출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부회장(이상 가나다순)

김상언=건축저널 ‘제주건축’ 창간 2주년을 맞이하여 여러분들을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년간의 소회와 함께 저널에 대해 조언해주실 내용이 있으시면 인사를 겸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정근=간담회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건축저널 ‘제주건축’의 창간 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김상언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과 김세지 편집위원장 등 발간을 위해서 그동안 애쓰신 관계자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매월 저널을 발간하는 것 자체가 건축사회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인 건축 정보 전달, 대중과의 소통 등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간 2년을 넘어서 5년, 10년 그 이상의 시간을 거치며 우리 제주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건축 정보 전달과 대중과의 소통이 확대되는 저널이 될 수 있도록 저널 발간을 주도하시는 건축사회 회장, 편집위원장 등의 사람이 바뀌어도 ‘정신과 태도’를 이어가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제주건축의 역사를 써 나가길 바랍니다.

 

김상언=시스템 문제는 저희도 항상 염두에 두면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오랜 시간 동안 연결성을 가지고 이어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사명감과 기본적인 태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대해 협회 회원들과 고민하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재철=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먼저 건축저널 ‘제주건축’ 창간 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보면 한 순간이겠지만 그래도 제주를 대표하는 건축 관련 저널로서 매달 발간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제주 건축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주 건축 행정을 책임지는 저 역시 행정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앞으로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수현=지역 건축저널인 ‘제주건축’의 창간 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지금은 발간이 중단되었지만, 초기 제주 건축 저널이었던 ‘지간’의 발행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지속적인 발간을 부탁드립니다. 건축저널 ‘제주건축’은 제주지역 건축에 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모쪼록 더 발전하고 다양한 건축인의 귀와 입이 되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양건=저도 김상언 회장, 양수현 교수와 ‘지간’의 발간을 시작부터 함께 했었는데, 결국 8회에서 멈추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저널의 발간이라는 것이 지속성을 갖기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2년 동안 매달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단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저널의 사회적 역할과 영향에 대해서는 따로 논하지 않더라도 2년 동안 다양한 집필진과 주제로 제주건축이 지역사회에 녹아드는데 큰 역할을 하였고, 더불어 제주건축인들 내부적으로도 문화로서 건축을 논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합니다.

사실 1년차에는 한정된 집필진과 원고의 편향에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2년째를 거치고 나니 한층 성숙된 저널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보입니다. 3년차 들어서면서 형식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는 발행인인 김상언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을 비롯하여 김세지 편집위원장 및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건축사 동료분들의 숨은 노력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수고하시는 여러 분들께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김정일=벌써 2년이 되었습니다. 발간을 위해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처음 1년은 건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2년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건축 이외의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모습에서 시간이 갈수록 차츰 진화되고 사회의 여러 분야로 시야가 확장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널은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2주년이 되었지만 앞으로 20주년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양수웅=건축저널 ‘제주건축’ 창간 2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위원회 중에서도 ‘편집위원회’가 가장 고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해 주신 김세지 편집위원장을 비롯한 편집위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인쇄를 보낼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한지 다 아실 겁니다. 그 결과물이 제주 건축 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매달 책꽂이 꽂혀있는 건축저널 ‘제주건축’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제주지역 건축사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한 자긍심을 느끼게 하고 있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현군출=창간호부터 편집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간호를 시작으로 한 회씩 늘어남에 따라서 저널의 형식과 내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편집위원들의 노력과 제주 건축 지면을 채워주셨던 분들의 정성이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창간 첫해를 같이 했던 1기 편집위원들(강상영, 고선영, 고이권, 김성일, 김학중, 문종국, 송경철, 이기주 건축사), 현재 편집을 맡고 있는 2기 편집위원들(고선영, 고이권, 김성일, 김지은, 이기주, 장미량, 좌경웅, 홍창래 건축사)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특히 창간에서부터 참여하여 조언과 자문 그리고 편집까지 전 분야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제주국제대학교 이인호 교수님이야말로 제주건축 저널을 지속시켜 오는데 큰 힘이 되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으로 ‘제주건축’에 담아낼 소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저널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편집위원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대만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세지=편집위원장으로 건축저널 ‘제주건축’의 2주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첫 시작 때의 막막함, 막막할 때 큰 힘이 되어주시고 지금까지 고생이 많으신 이인호 교수님과 저널의 방향을 찾기 위한 6개월간의 사전 준비를 위한 많은 회의, 그 회의를 기반으로 2018년 11월 첫 창간호를 발간한 일이 엊그제 같습니다. 형식과 분량의 변화를 거치면서 2주년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다른 분들이 언급하신 바와 같이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걱정과 우려는 안 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편집위원들이 너무 잘하고 계시고 열정들이 많아 걱정을 안 하셔도 될 듯합니다.

최근 저널의 영향력에 기대를 갖게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주대학교 이용규 교수가 첨단과학단지 내의 사라져가는 테쉬폰들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주제로 원고를 쓰고 싶다는 연락이 있었습니다. 저널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것을 말해주는 상황이라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내용의 풍부함을 더하기 위한 연재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석윤 (전)회장님께서 ‘제주 근, 현대 주거건축의 공간사 시론’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 회 차에 걸쳐 연재를 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 주시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전하며 성장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께 도움을 요청드리며, 무엇보다도 예산이 중요한데 그 부분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에서 적극 도와 주신다면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합니다.

 

김상언=인사 말씀을 모두 해주셨습니다. 준비된 질문들이 몇 가지가 있으나 연결되는 주제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 정도 질문을 묶어서 같이 말씀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주제로 최근 사회적 이슈에서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해 초 팬데믹 상황이 생긴 다음에 사회는 완전히 마비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면서 적응되는 분야들도 있고 아주 혼돈스럽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분야들도 있습니다. 건축 분야도 예외는 아니라서 여러 가지 영향들을 받고 있는데, 건축분야에도 적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제주지역 상황을 포함해서 한 말씀 부탁합니다.

 

박정근=저는 지난 2000년대 이후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제2차 만료 시기 도래에 따라 금년에 시작된 ‘제3차 제주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총괄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에서 기존 제1, 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의 사업 및 전략은 인간의 전통적인 사회성을 기반으로 계획한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사회 개념을 비롯하여 디지택트(digitact)와 언택트(untact) 등 사회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관점 등을 포함하여 제3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 각 분야의 기본방향과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2020제주건축문화축제’가 코로나로 인해서 상당 부분이 축소가 되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축제의 주제 역시 ‘초연결로 인해 변화된 그리고 변화될 개인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 제주, 우리 건축계에선 이 부분에 대한 필요성 및 심각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연결사회’라는 의미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은 되었지만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우연찮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서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습니다. 초연결사회가 가져올 변화는 단지 기존의 인터넷과 모바일 발전의 맥락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 즉, 사회의 관점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건축 도시 분야 역시 초연결시대의 파도에 올라타야 하며 타 분야와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제주지역 사회에 적합한 디지택트(digitact)와 언택트(untact)가 주도하는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 바이러스 같은 위기 대응의 일상화, 회복력 중시 사회 확산에 대한 대응 및 진화 전략 뉴노멀(new normal) 연구가 필요합니다. 한 예로 스마트시티 개념은 기존 전통적인 사회성을 기반으로 ICT 융합구축 물리적 도시 개념입니다. 이제는 ‘스마트시티’가 아닌 미래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성에 대한 인식변화를 담을 수 있는 ‘스마트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

 

양건=코로나19 이후는 기존의 가치관과 형식파괴가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건축의 공공성은 사회를 이루는 커뮤니티가 건강하게 형성되고, 그 사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건축을 얘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언택트(untact)의 사회에서는 집단보다는 개인 영역으로 중심공간이 변화되므로 커뮤니티 공간의 정의와 구성의 방법론이 달라질 것입니다.

현재의 공간의 구조를 스케일로 구분하여 본다면 1차적으로 ‘개인적인 공간’, ‘공공적인 공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개인마다의 공간들이 마치 커다란 공을 쓰고 다니듯 적정의 이격을 이루며 커뮤니티의 공간을 점유할 것이고, 밀도가 높아지면 시간적 차이를 둔 점유의 원칙들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공간의 커뮤니티’에서 ‘시간의 커뮤니티’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렇듯, 개인적인 공간은 좀 더 개방적으로, 공공적인 공간은 좀 더 폐쇄적으로, 이전 시대가 갖고 있는 공간의 정의와 구성원리가 역전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간의 스케일을 더 키워 지역이나 마을단위로 본다면 이동의 제한이 불가피할 것이므로 일상적인 삶을 지원하는 단위지역 내의 공공시설이 작은 규모일지라도 완결성을 이루려 할 것입니다. 근대 이후의 도시 공간처럼 계층적이고 구조적인 도시가 아니라 일정 부분이 폐쇄되어도 다른 부분은 여전히 살아있는 도시공간구조로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듯합니다.

 

양수현=지금까지 행해지던 건축적 행위는 건축의 당사자들이 직접적인 만남으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이었으나, 지금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오니까 갑자기 언택트(untact) 시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지금 현실은 모든 행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이상의 거리를 요구함으로써 발달된 IT기술이 우리의 생활에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정근 교수 말씀대로 10년 전부터 이러한 고민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론이지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실생활에 밀접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니 모든 상황이 다 혼돈 속으로 빠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적인 회의는 화상회의로, 학교 강의는 앱을 이용한 양방향통신의 화상수업 등으로 이루어지며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또한 각종 행사 등도 온라인을 이용하여 행해지면서 물리적 거리는 절대적이지 않다고 느껴지고 있습니다.

 

김재철=우리가 팬데믹으로 인해서 일상생활이 바뀌고 있는데, 장기화될 경우 비접촉, 비대면이 일상화되는 등 그간에 우리가 더불어 살아왔던 삶의 방식과는 180도 다른 현상들이 벌어질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재택근무나 화상회의와 같이 분리된 개인공간에서의 생활이 일상화되는 그런 시대에 살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건축공간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 동의하면서 불확실한 요인이 많이 생겨나는 현실을 보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실험적이고 다양한 시도들을 적극적으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 공간 안에서 사무실도 될 수 있고, 카페도 될 수 있고, 이런 다양한 공간이 혼재돼서 이 공간이 또 가변적으로 상황에 맞게 다른 공간으로 변화될 수 있는 공간들이 만들어지는 시도들을 다양하게 해보는 것입니다. 또한 교통수단도 많은 변화를 예상합니다. 비접촉을 위한 무인택배 시스템이 보편화 될 것이고,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항공관련 무인택배 관련 부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에어택시 같은 이동수단이 나타나고, 사람이 직접 운전하지 않는 택시들이 건물 안까지 접근이 되어 자동화로 조정이 되는 그런 사례들이 나타난다면 도시공간이 그에 맞게 변화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건축공간 또한 변화할 것입니다.

 

김세지=코로나19가 우리 사회변화를 가져오면서 개개인에게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개개인 변화가 있다면 사람의 필요에 의해 생기는 건축물들도 당연히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앞으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보다는 몇몇 소그룹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할 것이고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더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형 사무공간보다는 재테크 근무환경으로 서서히 변화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도시 안에 있는 상업공간이나 업무공간들이 축소되리라 보여집니다. 이런 공간들의 활용방안 또는 대처할 프로그램들이 계획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전 찾아본 논문에 의하면 이동식 주택에 대한 부분이 활성화될 것이라 예측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이동식 주택에 대한 법 체제 및 관리규정에 대해서 지금부터 논의하고 준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상언=쉽지 않은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방향성으로 보면 수긍이 가는 내용이 많지만 사회가 예측대로 움직여 줄 건지에 대한 것들이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주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건축의 공공성에 대한 부분을 많이들 얘기하는데 건축의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까에 대해 간단히 얘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양수현=건축의 공공성을 두 가지 관점에서 얘기하겠습니다. 우선 건축사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 얘기할까 합니다. 건축사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같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architect’라고 하는데 이를 ‘The Architect’라고 하면 창조자 혹은 조물주로 번역됩니다. 세상의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와 같은 단어를 쓰고 있는 건축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은 개인의 사적 재산인지라 내부공간에 대해서 제약을 둘 수는 없지만 건축물이 생김으로써 형성되는 외부공간은 불특정 다수가 그 외부공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공공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건축주에 요구되는 사항이지만 인식의 전환을 주도하고 주축이 되어야 하는 것은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른 관점은 건축정책이 지향해야 하는 공공성의 가치와 목표에 대한 부분입니다. 세계의 유명한 도시를 방문해 보면 건축물의 외부인 공공 공간의 다양성과 친근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제주로 한정시켜 보면 관광산업이 지역사회 경제의 중심이기 때문에 관광산업으로 인한 인프라는 계속해서 구축할 수밖에 없지만, 개개인의 내적인 만족보다는 공공에 대한 배려가 더욱 절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어 우리가 후손에 남겨줄 도시환경은 보다 친환경적인 관점으로, 건축은 내부공간 뿐만이 아니라 외부공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에 따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수웅=건축사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일을 하는 전문가로서 위상을 재정립하도록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주의 경우 도청 및 양 행정시, 건축사 간의 지속적인 간담회를 개최하여 행정과 건축사간의 건축법 해석의 통일성과 행정제도 개선을 통해 건축주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건축설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감리업무에 있어서도 설계도서에 충실하게 시공되는지 확인, 감독하는 등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건축물 고유의 사회성, 공공성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건축사협회는 회원의 실질적 관리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 건축사가 합당한 평가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김정일=제주는 지난 몇 해간 그동안 논의되고 추구되었던 건축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과잉 공급으로 인한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지배되었던 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고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추구해야 할 때라 생각이 듭니다. 최근 안덕면 마을의 공공건축을 답사하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의 유휴공간을 찾으려는 의도였으나 유휴공간보다는 마을의 길, 자산 등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길은 사람이 중심이 되었다면 지금은 자동차 중심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점점 사람이 사는 마을이 아니라 자동차의 속도에만 집착하는 마을로 변모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는 타 지역보다 빠르게 고령화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아니 초고령화사회에서 과연 건축은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상언=좋은 건축,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 제주에서는 어떤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책들이 추진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합니다.

 

양건=좋은 건축을 위한 여러 노력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공간의 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학교를 비롯한 교육시설은 경직된 매뉴얼과 프로그램으로 일관되어 왔습니다. 부분적으로나마 공간 개선사업 등의 변화된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교육시설은 공공건축의 전 분야에서 보면 작은 부분일지 모르지만 설계 발주와 예산 수립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양수현=도시는 생명체를 갖고 있는 유기체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도시의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건축인데, 단지 물리적, 공학적 관점으로 판단하여 정책을 펴는 것 보다는 인문학적 접근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건축정책을 시행하는 조직을 보다 융합적으로 새로이 편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일반적인 업무 외에 공공건축, 유니버설디자인, 녹색건축, 경관 등 다양한 업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축지원센터와 같은 통합적 조직 구성에 힘써야 합니다.

 

박정근=제주건축의 미래를 위한 공공건축가 제도의 지속가능한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사회봉사와 희생을 담보로 하는 공공건축가 활동이 아닌 공공건축가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는데 경제적 확보방안 등의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 신진건축가의 참여 방안 구축 및 시행이 필요합니다. 공공건축가 1기는 사명의식을 갖고 희생과 봉사를 감내하더라도 그 후 2기, 3기 공공건축가에게도 이와 같은 봉사와 희생이 전제되어 운영된다면 장래 젊은 건축가에게 공공건축가 참여는 명예로운 자부심보다는 부담감으로 다가와 공공건축가 제도의 지속적인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누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공공건축가 제도가 옥상옥의 새로운 건축권력집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양건=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공공건축가 제도는 특히 제주에서, 5기(10년) 정도 후에 없어질 수 있는 한시적인 제도가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건축가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건축사가 공공건축가가 되는 것입니다. 공공건축가 제도는 공공건축의 변화를 위한 큰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공공건축가의 역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은 오히려 마을 단위의 범주입니다. 공공건축가는 결국 ‘마을건축가’로 변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공공건축가 제도의 우려되는 부분들이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근=만약 말씀하신대로만 갈 수 있다면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좀 전에 얘기했던 건축사의 공공성과 사회적인 역할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런 식으로 변화한다면 우리 건축이 정말 좋아지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수웅=공공건축가 제도가 마련되어 공공건축물 설계비 1억 이상은 기획에서 선정까지 공공건축가가 참여하게 되고 또한 현상설계를 통한 공공건축물의 질적 향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저는 제주의 특징을 살린 ‘역량있는 건축사제도’를 기획해 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주지역에서 시행하는 ‘제주건축문화대상’에 입상한 자를 지역의 역량 있는 건축사로 인증하여 행정에서 지원하는 소규모 수의계약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하여 마을건축이 좋아지고 주민이 행복해지는 마을로 만들어지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군출=공공의 가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로 사회 저변에 건축의 공공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중장기 플랜을 갖고 지속적으로 진행하여야 합니다. 도시와 건축을 만들어가는 담당자는 기획 초기단계에서 부터, 실행 그리고 결과까지 모니터링 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간 전문가 활용이 시대적인 상황이라면 그에 맞추어 행정에서도 전문가를 만들어 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도시 건축 전담부서와 전담 공무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정책을 논하기 전에 ‘좋은 건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적인 의미로 ‘Maximum’을 지양하는 건축이 향후에는 추구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풀어 얘기를 하자면 제주의 스케일에 맞는 작은 건축, 올레길 같은 좁은 길, 마을 어귀에 있는 팽나무 공간 등이 보존되고 회복되는 방향으로 목표 설정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현재 건축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와 행정이 머리를 맞대어 정책을 발굴하여야 하고,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여 지금이라도 제주의 가치를 지켜내야 하겠습니다.

 

김세지=요즘 전 세계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두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제주 역시 봄, 가을이 짧아지며 뚜렷했던 사계절이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걱정만 하며 시간 지나는 것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주택에서는 테라스, 발코니 부분 등은 일정한 비율 이상의 면적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작은 화단정원이라도 갖게 하며, 건축물의 옥상정원 역시 형식으로만 하는 것이 아닌, 인센티브를 주어 옥상 텃밭이나 정원공간으로 활용하여 온난화로 가는 이상기온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 나왔으면 합니다.

 

김재철=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건축이 사회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모든 도민이 이용하는 건축인 만큼 역사와 문화, 주변의 여러 가지 맥락에 대한 이해와 깊은 고민 속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2019년 11월부터 우리 도에서는 총괄건축가, 공공건축가 제도를 시행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그간에 우리 공공건축 사업 추진방식이 성과 위주의 조기 집행에 우선하는 행정운영 방식 등으로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공공건축가 제도 운영을 통해 느끼는 점은 무엇보다 초기 기획단계에서부터 공공건축가를 통한 전문적인 검토가 진행되는 만큼 사후 잦은 변경에 따른 리스크를 많이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도 현장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주민과 소통하는 공공건축가들의 노고와 헌신 속에서 앞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좋은 공공건축물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축가 분들이 다들 힘써주고 좋은 제안들을 해주고 계신데,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우리 행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 이제 조직 신설과 관련해서는 공공건축팀 신설이 이번 조직 개편안에 포함이 되어 있었는데 보류가 되면서 당장은 반영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지역공공지원센터 등에 대해서도 로드맵에 의해서 준비를 해 가고 있으며, 센터가 더 확장이 되면 공공건축지원단 형태의 조직까지 장기적으로는 검토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상언=여러 좋은 의견들 많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남으신 분 정리 부탁합니다.

 

양건=제주 건축의 지역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변이하지만 제주 건축의 영원한 화두일 것입니다. 2015년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 50주년을 기념한 발간에서 통사적, 동시대적 논의들을 한 번 정리했습니다. 향후 제2공항, 신항만건설 등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계획되어 제주의 공간구조를 바꿀만한 상황에서 제주건축의 미래상과 지향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합니다.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의 관점에서 미래를 논하는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이때 우리들의 포지셔닝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하겠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건축사회가 주관하는 ‘제주국제건축포럼’도 그런 차원의 행사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고 평가합니다. 이렇듯 지난 몇 년간 제주건축의 지각변동은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급박하게 돌아갔고, 각종의 행사와 사업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코로나19로 제주건축계가 잠시 숨을 돌려 우리 자신을 평가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건축저널 ‘제주건축’ 2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이면서도 우리를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상언=다음 좌담회에서는 ‘지역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얘기를 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고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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