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네가 비상할 수 있도록, 추락할 용기를 줄게"
"네가 비상할 수 있도록, 추락할 용기를 줄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1.1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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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할 기회, 더 큰 내일을 만든다②]
제민신협과 함께하는 제주더큰내일센터의 '탐나는 인재들'

제주더큰내일센터는 매년 2회에 걸쳐 만 34세 이하의 청년을 선발, 최대 2년간 월150만원 상당의 생활지원과 함께 체계적인 취・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참여자 청년들은 매해 4월 또는 10월에 입소, 6개월 동안 센터 내부 교육을 받게 된다. 이후에는 18개월 동안 도내외 기업에서 일 경험을 쌓는다.

청년들이 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도내외 기업은 센터와 연계된 ‘탐나는 기업’들이다. 10월 말 기준 도내외 208개 기업이 탐나는 기업에 등록되어 있으며, 현재 49개 기업에서 프로젝트 실습과 실무기반형 인턴십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프로젝트 실습이란, 주3일 동안 기업에 출근하며 신사업 기획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형태다. 실무기반형 인턴십은 주 5일 동안 정직원과 마찬가지로 실무를 진행해보는 인턴 프로그램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제민신용협동조합’과 함께 하고 있는 탐나는 인재들의 이야기를 다뤄본다. [편집자주]

*이 기사는 제주더큰내일센터와의 공동 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한 번의 실패로 생계가 휘청거릴 수 있기에. 청춘이 꿈을 꾸기 힘든 현실이다.

 

"맘 놓고 실패할 기회가 있어, 꿈꿀 수 있어요"

어린아이 시절을 지나, 청소년기를 거치고, 비로소 맞이하는 20대 청춘.

혹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혹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할지 몰라도. 현실은 내가 아픔을 극복할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가진 것이 없는 청춘에게 아픔이란, 곧, 낭떠러지로 가는 길이며, 절망 그 자체다.

“그래서 ‘맘 놓고 실패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참 소중해요. 물론, 모두 각자 위치에서 맡은 업무를 잘 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요. 기업의 실적으로 바로 연결되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부담감이 덜 하죠.” / 탐나는 인재 2기 채아은

제주터큰내일센터(이하 ‘센터’)는 만 15세부터 34세까지 청년을 대상으로 교육생을 모집, 센터에서의 훈련과정을 거쳐 도내 기업과 연계해 인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인턴십 기간이 끝나면, 기업과 협의로 정직원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은 ‘탐나는 인재’로 불린다.

탐나는 인재 2기 교육생인 채아은 씨는 제민신용협동조합에서 주3일제 프로젝트 실습을 하는 중이다. 금융업계 취업을 꿈꾸고 있었지만, 센터에서의 교육을 통해 마케팅과 기획 업무에 꿈을 갖게 됐다고.

“저(탐나는 인재)는 센터의 지원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일단 안정적인 소속감이랄까. 그런 걸 느껴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채용한 인턴 신분이라면,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압박에서 자유로운 편이라, 업무에서도 도전적으로 임할 수 있어요. 그간 회사에서 도전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그 제안이 수락되지 않더라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아요.” / 채아은

센터 소속으로 기업에서 실습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은 전례 없는 꽤나 독특한 방식이다. 표면적으로 봤을 땐, ‘기업에 좋은 일’만 해주는 정책이 아닌가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막상 속을 들여다보니 탐나는 인재들의 만족도가 더 높단다.

“저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바로 센터에 들어온 케이스예요. 직장 생활이 처음이라서 어려운 것이 많다고 느끼는데요. 실무에 대한 경험이 적다 보니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인데, 대학과 센터에서 배운 것들을 응용해 직접 기획과 디자인 업무에 뛰어들어서 해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기획하고, 디자인한 것들이 실제 업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기쁘고요.” / 탐나는 인재 2기 양지원

양지원 씨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디자인 업무만 해서는 사회에서 디자이너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판단, 한 가지 꿈을 더 찾아보고자 센터에 지원했다.

“센터 교육을 받으며 택한 업이 ‘마케팅’이에요. 디자인과 마케팅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인재라면, 분명 경쟁력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거든요. 이후 교육을 마치고, 제민신협에 들어갔을 때. 제가 처음 맡은 일이 패널 작업물을 웹하드에 올리는 일이었어요. 웹하드에 작업물을 올리면, 패널용으로 인쇄가 되는 그런 시스템이죠. 지금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혹시나 파일이 잘못돼 엉뚱한 것이 인쇄될까 싶어 몇 번이나 확인했던 기억이 나요. 이런 사소한 경험 하나부터 차곡차곡 쌓아, 더 꼼꼼하고, 일 잘하는 ‘대체 불가능한 양지원’이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양지원

각자에게 소중한 아이템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하니, 안경과 휴대폰, 노트 등 다양한 물건들이 나왔다. 평범해보일 지라도, 이들에겐 꿈과 관련된 소중한 아이템들이다.

“저는 디지털 홍보 마케터로 성장하고 싶다는 꿈이 있는데요. 사실 어느 곳이든 막상 취업하게 되면 서류 복사 등 단순 노동에서부터 카드 뉴스 제작과 같은, 비교적 단순 업무만 하게 되기 마련인데. 이곳(제민신협)에서는 달랐어요. 오랜 실무 경험이 있는 책임자만이 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를 직접 해볼 수 있게 지원해주시고, 실무자분들의 바로 곁에서 진심 어린 조언과 많은 배움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주시거든요. 저희 청년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기회인 거죠.” / 탐나는 인재 2기 손주영

모두 알다시피 대학 시절, 취업과 관련된 실무를 직접 경험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업의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지만, 막상 제주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업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센터와 기업이 연계해 청년들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이 필요한 까닭은 여기에 있다.

“사실 센터를 들어오기 전까지, 부모님께서 정해주신 삶. 혹은 누군가 좋다고 말하는 직업군, 공무원, 공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내 꿈이고, 내 삶인데 그저 주입식으로 듣기만 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정말 내가 원하는 업이 무엇인지 찾아가면서 내 역량을 기르는 중이고, 머지않은 미래에는 기업, 더 나아가 제주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노라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자신감을 갖게 된 부분이 센터 교육에 참여하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 손주영

꿈이 있다는 건 그야말로 축복받은 삶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떨 때 행복한 사람인지. 영원히 찾지 못한 채 살아가는 어른들도 많다.

그런 어른들이 과연 삶에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모자라서 꿈을 찾지 못했던 걸까.

아니다. 단지 작은 디딤돌 하나를 만나지 못해서다. 진정 네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손 잡아주는 진정한 ‘내 지지자’를 만나지 못해서일 것이다.

모두의 등 뒤에는 날개가 존재한다. 그 크기는 다를 수 있겠지만, 아주 작은 날개일지라도 분명히 등 뒤에 달려 있다. 

이들이 날개를 활짝 펴, 저 하늘로 날아갈 수 있도록. 추락해도 괜찮을 거라며, 두 팔 벌려 하늘 아래서 이들을 향해 외쳐준다면, 누구나 꿈을 갖고 천천히 날개를 키워 멀리 날아갈 수 있을 테다.

탐나는 인재 2기 청년들과 고문화 제민신협 이사장.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 실패를 겁내지 말아요

고문화 제민신협 이사장이 청년에게 보내는 편지

제민신협 고문화 이사장.

우리 조합에 신규 직원이 들어오면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초심을 잃지 마라, 공부해라, 열정을 가지고 도전해라. 실패해도 도전해라. 마라톤과 같다.”

어느 직장에서도 신규 직원에게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결정하는 권한을 주지 않습니다. 수많은 시간과 경험을 통해 검증된 소수의 선택된 유능한 직원에게만 그러한 권한이 주어집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소수의 선택된 유능한 직원에게는 이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 아닐까요.

잠시 제 이야기를 해 보죠.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돌아가셨을 때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제가 공부를 멈췄다면. 남대문 시장에서 넝마 꾼 생활을 하며 몸이 작다고 적당한 일만을 찾아서 했다면. 자산 3억에 불과한 조그마한 신협에서는 꿈을 꿀 필요가 없다며, 목표를 세워 도전하지 않았다면.

나는 말썽꾸러기 불량배가 됐을지도 모르고, 지금도 손수레를 끌며 고철을 모으고 다닐지 모릅니다. IMF시절 정리해고의 태풍 속에서 신협을 그만두고, 치킨집을 운영하며 빚에 허덕이고 있을 지도요.

그렇기에 어쩌면 너무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겠습니다만. 여러분께 인생 선배로서 애정 어린 조언을 드립니다. 내 삶의 주인은 언제나 나 자신인 점을 기억하세요.

충분한 자기성찰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세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세요. 다시 일어나 도전하고, 성취하고, 새로운 목표로 계속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방법이기 때문이죠.

지난 시간을 후회하는 것 보다, 바로 지금부터 자신을 사랑하며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탐나는 기업, 제민신용협동조합은?

1975년 9월 설립된 금융협동조합이다. 제주의 소상공인들이 악성 고리대금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대학 교수, 기업인, 의사 등 지역 명망가들이 피폐한 지역 경제를 바로 세우고자 설립한 사실에 의의가 있다.

출발은 미약했다. 조합원 37명과 출자금 112만4000원으로 시작, 2020년 9월 기준 조합원 2만3486명과 제주도내 최초로 자산 7098억원을 달성하는 등 급성장한 모습이다. 현재는 우리나라 882개 전체 조합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8위 규모로 성장했으며, 매해 조합의 수익을 지역사회로 환원하기 위해 다양한 나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수익 중 일부를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예금 및 적금상품을 출시하는 등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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