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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퇴임 후에도 평화를 위한 일꾼으로 살겠다”
강우일 주교 “퇴임 후에도 평화를 위한 일꾼으로 살겠다”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0.11.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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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은퇴 감사미사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되달라” 손 내밀어
강우일 주교가 17일 저녁 자신의 은퇴 감사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강우일 주교가 17일 저녁 자신의 은퇴 감사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강우일 주교가 18년간 제주교구장으로서의 소임을 마치고 퇴임한 후에도 평화를 위한 일꾼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피력했다.

강우일 주교는 17일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은퇴 감사미사를 집전, 강론을 마치면서 “제주에 와서 국가가 저질러온 불의와 폭력을 속죄하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미사에 참석한 이들에게 나눠준 한‧베트남 평화재단 후원 리플릿 내용을 소개, “평화를 위해 일하는 동지가 되어주시길 바란다”고 손을 건넸다.

그는 강론에서 “로마에서 신학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제주에 내려와 4.3 때 제주도민이 얼마나 많이 죽임을 당하고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고 70여년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주도민들을 뵙기에 너무나 죄송하고 가슴이 따가왔다”면서 그 이후로 대한민국 현대사를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고 제주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제주도민은 4.3 때부터 대한민국에서 제일 먼저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사람들”이라며 “고기잡이와 밭농사밖에 모르던 순박한 사람들 위에 어느날 갑자가 좌‧우 이념의 굴레가 씌워져 숲속의 토끼마냥 사냥을 당하다 잡혀 죽거나 몰래 타향으로 도망을 쳐야 했다”고 4.3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특히 그는 “4.3 때 사료들을 들여다보니 군경을 향해 총을 들었던 무장대 대장도, 그들을 진압하고 토벌해야 했던 국방경비대 사령관도 모두 같은 20대 청년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족을 생각하는 피끓는 젊은이들이었다”면서 “그런 역사의 페이지를 들춰보면서 깊은 슬픔에 빠졌다”고 제주에서 4.3이라는 비극에 천착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분단이 단순히 38선이라는 지역적 경계가 아니라 피를 나눈 겨레, 동네 사람들이 어느날 갑자기 철천지 원수처럼 적대하도록 타율에 의해 강요된 사회적 분단임을 깨달았다고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 그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과거 이 섬사람들에게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또 군대를 보내 강정마을 주민들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말았다”면서 함께 제사를 지내던 마을 공동체를 두쪽으로 쪼개놓은 모습을 보면서 “국가 없이 살 수는 없지만, 국민을 섬기기보다 괴롭히는 국가는 감시하고 성토해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제주에서 자신의 사목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에 그는 “제주에 와서 왜 예수님이 이스라엘도, 로마도 아닌 ‘하느님의 나라’라는 말을 입에 올리셨는지 느끼게 됐다”면서 자신이 국가가 저질러온 불의와 폭력을 속죄하기 위해, 평화를 위해 일하기로 마음 먹게 된 이유를 다시 설명했다.

이날 강 주교의 퇴임 감사미사는 1부 미사와 2부 축하식으로 나눠 진행됐다.

미사에서는 제주교구 신자들과 강정마을 주민들. 이주민들과 제주교구 청소년들이 강 주교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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