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겉으론 농업법인 실제론 부동산 투기…농지법 예외 조항 악용
겉으론 농업법인 실제론 부동산 투기…농지법 예외 조항 악용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0.11.1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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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체험영농 시 1000㎡ 미만 농지 소유 가능해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제주서 부정 농지 매매로 적발된 농업법인들이 겉으론 농업법인 행세를 하면서 실제로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이 과정에서 농지법 예외 조항이 악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방경찰청사 전경. ⓒ미디어제주
제주지방경찰청사 전경. ⓒ미디어제주

17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 단속 결과 서귀포시 지역에서만 부정 거래된 농지 8만232㎡가 적발됐다. 경찰의 수사 대상은 2015년 말부터 지난해까지다.

여기에 연루된 농업법인만 12개이고 해당 법인 관계자는 17명이다. 이들로부터 농지를 사들인 사람이 188명에 이른다. 12개 농업법인은 이를 통해 140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농업법인의 경우 2018년 5월 서귀포시 표선면 지역 2만여㎡를 21억6000여만원에 매입, 같은해 10월과 11월에 도외 지역 97명에게 분할 판매했다. A법인이 몇 달 동안 벌어들인 시세차익만 55억원에 이른다.

B농업법인은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서귀포시 안덕면 지역 농지 9필지 2만2632㎡를 20억5000여만원에 사들여 토지를 쪼개 2018년 8월부터 지난해 2월 27일까지 28명에게 48억여원에 팔았다. B농업법인으로 부터 농지를 산 이들도 모두 도외인이다.

21억여원에 산 땅 팔아 두 달 만 55억 시세차익

제주에 본점 두면서 타지 기획부동산 두고 영업

경찰 12개 법인 통해 서귀포농지 산 188명도 입건

농지법 위반 등으로 제주경찰에 적발된 B농업법인이 필지 분할 등으로 매각한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농지. [제주지방경찰청]
농지법 위반 등으로 제주경찰에 적발된 B농업법인이 필지 분할 등으로 매각한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농지. [제주지방경찰청]

B법인은 제주에 본점을 두고 대구에 별도의 기획부동산 업체를 두고 영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료나 식비 등을 제공하며 일종의 '부동산 투어'를 시키고 현장에서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이 제주지역 주민으로 등록하게 하거나 부정하게 농지를 취득하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농지법의 맹점이 악용됐다.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6조 2항 3호에서 주말·체험영농을 하려고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는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말·체험영농은 농업인이 아닌 개인이 주말 등을 이용하여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으로 농작물을 경작하거나 다년생 식물을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농지법 제7조(농지 소유 상한)에 따라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은 총 1000㎡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이 면적도 세대원 전부가 소유하는 총 면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 입건된 188명이 소유한 서귀포시 소재 농지는 대부분 소규모 확인됐다. 실제 경찰에 입건된 영남지역 국가직 공무원(7급) C씨는 2018년 9월께 서귀포시 표선면 소재 농지 33㎡를 1200여만원에 매입했다. 그러나 농지취득자격 취득 시 제출한 계획대로 토지를 이용하지 않아 입건됐다.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지방직 공무원(6급) D씨가 표선면에 산 농지도 55㎡에 불과하다. 농지법 위반으로 입건된 도외 공무원만 10명이고 경찰은 소속 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김영운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17일 제주지방청 기자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영운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이 17일 제주지방청 기자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김영운 제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농업법인이 도외에 주소를 둔 매수자들에게 농지를 팔 때 제주지역 주민으로 등록하게 하거나 부정하게 농지를 취득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지 매수자들이 매도 법인 등의 꼬임에 넘어간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농지 등기를 위한 농지취득자격을 본인들이 작성한 것이어서 농지법 위반 혐의로 모두 입건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농지법 제58조(벌칙)은 동법 제6조에 따른 농지 소유 제한이나 제7조에 의한 농지 소유 상한을 위반해 농지를 소유할 목적으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을 통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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