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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축전제주 “만년의 시간을 탐험하다”
세계유산축전제주 “만년의 시간을 탐험하다”
  • 박젬마 객원기자
  • 승인 2020.10.30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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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유산축전제주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주제로 9월 4일부터 20일까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와 세계유산마을들 그리고 한라산,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에서 개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 행사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축전으로, 1만 년 전,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고 시간이 채운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는 기회. 오랜 세월 닫아 두었던 세계자연유산 비공개 구역 일부를 걸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베일에 가려졌던 자연 속을 걸으며 느꼈던 감동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마음속에서 생생하게 꿈틀거리고 있다.

#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대한민국의 세계유산을 주제로, 지난 7월 ‘한국의 서원’을 시작으로 8월에는 안동·경주·영주에서 개최되었고, 9월엔 제주도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는 공모사업을 통해서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상북도가 선정되어, 2020년에 처음 추진된 사업이다.

# 세계자연유산 제주,

세계유산축전제주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을 주제로 공연이나 전시 등 향유 프로그램과 세미나, 교육, 전문가와 함께하는 워킹 투어 등으로 진행됐다. 세계자연유산의 이해를 돕고 알리고, 해석하는 프로그램들이 결합된 복합 축전이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라 축전은, 차려 놓은 잔치상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왁자지껄하게 누릴 수 없어 아쉬웠다. 추진 여부도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실내가 아닌 제주의 자연 속을 탐방하는 야외 프로그램이라 추진이 가능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참여 인원을 제한했고, 철저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모습이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방역 시스템이 낯설고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적응해 가야 할 이 시대 현실이다.

축전은 크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가치향유프로그램’과 신비로운 자연 속을 직접 걸을 수 있는 ‘가치확산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가치확산프로그램’을, 만 년 전,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길을, 부종휴 선생님과 함께 탐험했던 꼬마탐험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탐험했던 경험과 인터뷰들로 세계자연유산축전제주를 정리해보았다.

만장굴. 문홍천
만장굴. ⓒ문홍천

#가치확산프로그램은,

가치확산프로그램은 직접 참여하고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불의숨길, 숨길순례단, 특별탐험대 등으로 구성, 진행됐다. 프로그램을 사전 신청 후 선정되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세계자연유산 구간, 만년의 시간 속을 걸을 수 있는 것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참가자들은 자부심과 기대감이 대단했다.

웃산전굴. 박젬마
웃산전굴. ⓒ박젬마

# 불의숨길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걷는 코스 ‘불의 숨길’은, 만 년 전 용암의 출발지인 거문오름에서 출발해서 월정리까지 약 21km를 걷는 코스다. 걷다 보면 기존의 걷기 코스와 만나기도 하고, 도로를 건너기도 한다. 전혀 새로운 길이라기보다 기존의 길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처럼.

불의숨길 선착순 신청에 성공해서 급하게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와서 참여했다는 20대는, 탐방하는 날, 비가 계속 내려서 빠지고 미끄러지면서도 제주의 자연 속을 걷고 있음이 좋았다고 했다. 처음에 참가 신청했을 때는 ‘나로 인해 혹시 자연이 훼손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걷다 보니 원시림을 걸으며 듣던 빗소리, 웅덩이에 발이 빠지는 경험조차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자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제주 자연의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빠져들었고,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라며 수많은 카페나 맛집이 아닌 제주의 자연 속에서 감동을 받고 팬이 되었다는 말에 도민으로서 괜히 뿌듯했다.

# 숨길순례단,

1차는 세계유산축전의 시작을 알리며 9월 4일 ~ 6일 2박 3일 동안 거문오름용암동굴계부터 성산일출봉까지 함께할 계획으로 모집했으나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되었다. 선정됐지만 취소된 사람들의 아쉬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2차는 축전의 말미를 장식하는 의미로 9월 19일 ~ 21일 2박 3일 동안 월정해안 - 거문오름용암동굴계까지 함께했다.

숨길순례단 단체사진. 양경만
숨길순례단 단체사진. ⓒ양경만

숨길 순례단 2차에 선발되어 2박 3일간 탐험을 다녀온 50대 양경만씨는 흙탕물에 빠져도 불평하는 탐험대 한 명 없이 주어진 환경에서 자연을 누렸다고 했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이었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던 그는 “1만 년 전 용암이 흘렀던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호기심뿐만이 아니지요.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는 그 존재와 가치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세계유산축전 숨길 순례단으로 참가하여 2박3일간 느낀 부분들은 이러한 것들입니다. 내가 경험했으니 그걸로 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가치를 느끼고 지속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세계자연유산 제주의 소중한 자산은 영원히 우리 곁에서 지켜진다는 생각입니다.”라고 소감 요약과 함께 사진을 보내왔다.

# 특별 탐험대는,

성산일출봉, 용암협곡길, 벵뒤굴, 만장굴&김녕굴로 나누어 진행됐다. 용암협곡길과 벵뒤굴을 탐험대에 선발되어 다녀왔다.​

# 벵뒤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그 타이틀에서 드러나듯 거문오름을 모체로 한 용암동굴계는 세계자연유산으로써 매우 중요하여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던 벵뒤굴은, 이번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발견 이후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빛도 닿지 않았던 동굴. 어둠에 싸여 있던 공간을 걷자니 그 신비한 아름다움에 숨을 쉬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다. 벵뒤굴은 소규모 지굴들이 여러 갈래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미로형 동굴로, 거문오름 분출 초기 용암의 이동 방향을 지시해 주고 있는 중요한 동굴이다. 꼿꼿하게 서서 걸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아서 탐험대 복장과 무릎보호대, 팔목보호대, 손바닥보호대 등 장비가 도움이 됐다. 좁은 구간과 돌무더기 등으로 탐방에 불편함이 있었지만, 넓은 동굴보다 더 섬세해서 특별한 탐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벵뒤는 넓은 들을 의미한다. 1만 년 전, 용암이 경사도가 없는 넓은 평지를 흘러가다 보니 입구가 24곳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미로 동굴이 형성된 것이다. 미로형 동굴이라 제주4.3 때 사람들이 숨어 지냈다고 한다. 그 흔적은 돌무더기로 남아있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동굴 속에서 불빛이 새어나갈까봐, 입구가 들킬까봐 커다란 돌들로 동굴을 막고 숨어 지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먹먹했다. 미로형 동굴이라 발각되지 않았다고 한다.

동굴속에 산호가 자라고 있었다. ​산호는 바다 속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라 용암동굴에서도 자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돌에서 뾰족뾰족 자라나는 용암산호는 미생물의 일종으로 적당한 온도와 공기의 조건이 맞는 동굴의 입구 가까운 곳에서만 자라난다. 돌에서 싹이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동굴속 미생물. 문홍천
동굴속 미생물. ⓒ문홍천

그리고 벵뒤굴 등 용암동굴에서는 불빛을 비추면 황금색 또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미생물들이 있다.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황금이나 은이 아니라 미생물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다. 순금가루가 가득 뿌려진 듯 금빛으로 반짝이고, 또 일부는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은빛으로 반짝이는 동굴 벽을 카메라로 열심히 담아보지만, 눈으로 보는 그대로를 카메라로 그대로 담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만장굴. 문홍천
만장굴. ⓒ문홍천

# 만장굴&김녕굴 탐험

운이 좋게 친구와 함께 선발되어 다녀왔다는 30대 문홍천씨는 “일행 중에는 나와 친구 외에는 모두 육지에서 오신 분들이었는데, 그 분들이나 저희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에 모두 감동을 먹었어요. 특히 탐험복을 갖춰 입으니까 진짜 탐험대가 된 기분이었어요. 탐험복이 상징성과 특별함을 더해준 것 같아요. 친구가 탐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반응이 대단했어요. 친구의 지인들은 내년에도 개최된다면 신청해서 제주에 오고 싶다고 했어요.”라면서 탐험 사진을 보내왔다.

용암협곡길. 박젬마
용암협곡길. ⓒ박젬마

# 용암협곡길,

용암협곡길을 함께 걸었던 제주생태관광협회 고제량 대표는 “숨겨졌던 비밀의 공간을 걸을 수 있는 기회가 고맙다. 걸어보니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자연이 제주의 보물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면 보물의 존재도 알 수 없다. 자연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과 스스로 회복하는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방식으로, 계절별로 구간을 정해서 열고 닫는 방식으로 유료로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방식도 고려해봤으면 좋겠다. 이용자들이 지불한 비용으로 그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들이 자연을 보호하고 연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산이란 우리에게 경이로움과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과거로부터 계승되어 현재 우리 곁에 있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유네스코가 정의한 세계유산 중에서 -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아름다움과 독특한 가치를 가진 자연유산이라는 뜻이다. 또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영원히 후손에 물려주어야 함을 의미한다.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후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 더불어 도민적 자긍심과 환경보존 의식도 높아졌다. 보존을 위해 모든 것을 금하고 감춰 두어선 안 된다. 보존의 틀을,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 방안에 대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장굴 밧줄구조. 문홍천
만장굴 밧줄구조. ⓒ문홍천

2020 세계유산축전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와 문화재청이 주최, 한국문화재단과 세계유산축전 사무국이 주관했다. 그리고 2021 세계유산축전 문화재청 공모 유치 성공했다.

열렸던 비밀의 공간의 문은 닫혔다. 동굴은 어둠의 침묵 속에서 회복의 시간이다. 숲도 햇볕과 바람 그리고 숲의 동물들과 회복의 시간이다. 탐험대는 그 경험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사람과 자연이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하며 2021년 세계유산축전제주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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