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5:37 (화)
혈세 낭비 책임자는 '침묵', 제주관광공사 임직원은 '대도민 사과'
혈세 낭비 책임자는 '침묵', 제주관광공사 임직원은 '대도민 사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0.29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관광공사 임직원, 사장 공석인 상황에서 기자회견 개최
경영 악화, 혈세 낭비로 이어진 사실에 '대도민 사과' 입장
"시내면세점 사업 실패 등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10월 29일 제주웰컴센터 기자실에서 열린 "대도민 사과" 자리에서 입장 표명 중인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시내면세점 철수를 결정한 제주관광공사가 고은숙 사장 예정자의 임명을 앞두고, “경영위기에 대하여 제주도민에게 드리는 사죄의 말”을 전했다.

제주관광공사(이하 ‘공사’)는 10월 29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웰컴센터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위기에 대한 사죄 입장을 표명했다. 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의 기자회견문 낭독으로 이뤄진 입장 표명이다.

공사의 만성 적자로 인한 혈세 낭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간 도민 사회와 도의회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특히 시내면세점 적자만 약 268억원을 보이며,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사실에는 비판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6년 시내면세점 출범 이후 4년 동안 지원받은 운영비만 해도 127억원 상당이다.

이에 지난 10월 15일 제주관광공사에 대한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린 자리에서 문경운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2008년 공사 출범 이후 올해까지 자본금 출자를 포함해 투입된 지원 예산이 1548억원”이라며, 공사의 경영 행태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사는 적자의 근본인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되고, 29일 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사죄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29일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은 “새롭게 공사가 사장을 맞아서, 새롭게 나가야 되는 시점에서, 마무리를 해야되겠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기자회견) 결정을 하게 됐습니다”라며 회견 개최의 배경을 밝혔다.

또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도민의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데 대하여, 또 도민 여러분께 드린 상처와 실망감을 드린데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새롭게 공사를 만든다는,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하겠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관련해서 공사는 신임 고은숙 사장의 임명이 이뤄지면, 경영진단을 통한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기는 올해 말부터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 및 제주관광공사 임직원 일동이 '대도민 사과'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또 이날 회견에서는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를 결정하며, 낭비된 혈세에 대한 책임 소재를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경영 악화를 만든 전 사장 및 임명권자 원희룡 지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론’이다.

이에 현창행 사장 직무대행은 전문가 및 변호사 자문에서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가 “경영문제 때문이 아니”라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 관광객들의 감소, 신화월드 운영 문제” 등이 “철수사유가 된다”라는 자문 결과를 받았다는 것이다.

현 사장 직무대행의 말을 종합하면, 시내면세점 사업 철수는 제주관광공사의 경영문제가 원인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제주관광공사는 이날 대도민 사과를 할 필요가 없다. 잘못한 것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주관광공사 임직원 일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였고, '대도민 사과'를 했다. 즉, 현 사장 직무대행의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 사장 직무대행은 이날 제주항만터미널 출국장면세점 사업 실패의 요인으로 “준공되기 전, 크루즈 운항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준공 이후에 오픈도 못하는 결과를 맞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또한 '남 탓'이다.

어찌됐건 제주관광공사는 '대도민 사과'를 했다. 그런데 막상 제주관광공사를 관리, 감독했어야 하는 제주의 책임자는 말이 없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말이다.

또 이 사태의 원인과, 이를 집행한 행정가가 분명 있을 터인데, 그 실체도 제대로 규명된 바가 없다. '대도민 사과'를 했지만, 어딘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에 제주관광공사가 이날 밝힌 "뼈를 깎는 각오로 경영혁신에 매진"한다는 말이 '단순 변명으로' 끝나지 않도록. 경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제5대 제주관광공사 사장 예정자 고은숙(53)씨는 지난 28일 진행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무사 통과, 사실상 ‘적격’ 판정을 받았다.

‘적격’ 결론의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며, 원희룡 지사는 이른 시일 내 고 예정자를 제5대 제주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