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19 18:08 (화)
“활활 불타오르며 꺼지지 않는 장작이련다”
“활활 불타오르며 꺼지지 않는 장작이련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10.28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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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제주> 창간 16주년에 부쳐

청춘이다. <미디어제주>가 이름을 내건 지 16주년. 말 그대로 ‘이팔청춘’이다. ‘이팔청춘’은 물리적인 이름이겠지만, 언론으로서 <미디어제주>는 물리적 이상의 책임감이 요구되는 청춘이어야 한다.

청춘. 이름은 근사한데, 요즘은 힘든 청춘이다. 공부에 찌들린 청춘이고, 공부를 다 했나 싶으면 취업이 힘든 청춘이다. 우선 그런 청춘에게 <미디어제주>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청춘이고 싶다.

청춘. 누가 만들어낸 단어인지는 모르겠으나, 활력을 지닌 이름이다. 새 생명이 돋는 봄을 닮은 이름이다. 파릇파릇하고, 누군가랑 연예를 하고픈 그런 이름이다. <미디어제주>는 그런 물리적 청춘이다.

청춘. 활활 타오르는 이름의 청춘. 화목난로의 불쏘시개가 아닌, 장작처럼 꺼지지 않는 청춘. <미디어제주>는 그런 청춘이고 싶다.

꺼지지 않는 청춘. 활활 타오르는 청춘은 대체 무엇인가. ‘몸’이 아닌, ‘정신’에 있다. 물리적 청춘이어도 청춘답지 못할 때도 있고, 몸은 으스러지지만 정신은 청춘보다 더 청춘다운 때도 있다. <미디어제주>는 후자를 원한다.

이팔청춘 <미디어제주>. 16년간 어땠는가. ‘제주’라는 한정된 지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과 같은 역할의 청춘이었을까. 그럴 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때도 물론 있었다. <미디어제주>를 읽는 이들은 판단할 수 있으리라. 이젠 청춘이니까, 청춘의 이름값을 할 때이다.

제주도는 환경의 가치가 지켜져야 하는 섬이다.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이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진은 변재환 독자 제공.
제주도는 환경의 가치가 지켜져야 하는 섬이다.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이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진은 변재환 독자 제공.

청춘.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미래는 그리 환상적이진 않다. 지금 세대가 안긴 수많은 일을 안고 가야 한다. 지금 세대의 노력으로 잘 살게는 되었지만, 미래의 청춘은 환경과 싸우며 살아야 한다. ‘화석 자본주의’가 잉태한 인류 최악의 발명품인 온난화 등 환경과 싸워야 한다.

청춘. 멋진 환경에서 미래를 보내고 싶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 있을텐데, 특히 제주도에서라면 말이다. 제주도는 청춘에게 아름다운 환경일까. 지금처럼 흘러간다면 아름다운 환경이 아닌, 그런저런 섬에서 살지도 모를 일이다.

청춘. 그대는 송악선언을 어떻게 보는가. 청춘이 보기엔 말 그대로 ‘선언’ 뿐이었다. 환경은 단순한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과감한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송악선언’이라면 제주의 미래가 진정으로 바뀌는 환경 선언이어야 했다. 지금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선언이라면, 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이팔청춘 <미디어제주>. 그대에겐 이젠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송악선언’이 아니라, ‘제주선언’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야 한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지질시대를 만든 인류가 제주에 발을 붙이게 만들 순 없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자신의 저서 <2050 거주불능 지구>를 통해 “나는 인류가 계속 이전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자연’이라고 부르는 존재를 상당 부분 잃는다 하더라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인류가 결코 이전처럼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청춘. 그런 미래엔 살고 싶지 않을테다. 살고 싶지 않은 지구에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자연과 환경의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청춘.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들어보지 않으련가. 작품에 등장하는 ‘나’는 웅장한 기개를 지닌 사람이기도, 민족이기도 하다. 거기다 덧붙여 힘과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기개가 넘치는 청춘이라면 더 좋겠다.

기개가 넘치는 청춘이라면 더 좋겠다.
.....ㄹ썩, .....ㄹ썩, , ......
내게는, 아모 것도, 두려움 없어,
육상에서, 어모런, 힘과 권력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ㄹ썩, .....ㄹ썩, , 튜르릉, .

<최남선 해에게서 소년에게’ 6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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